올림픽과 도시

6월 23일은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정한 올림픽의 날(Olympic Day)이다. 올림픽의 날은 1894년 프랑스 귀족 피에르 드 쿠베르탱(Pierre de Coubertin)이 국제올림픽위원회를 창설한 날에서 유래했다. 2025년 올림픽의 날에 맞춰 전주에서는 2036 하계올림픽 유치를 위한 ‘범도민 유치 추진위원회’가 출범했다. 전주, 광주, 고흥, 대구, 청주, 홍성, 심지어 협의에 따라 서울의 경기장까지 활용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신설하는 경기장을 하나도 없게” 하여 “역사상 가장 비용이 적게 드는 올림픽”을 준비해 전국을 “축제의 무대”로 만들 거라는 계획을 공표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가 아닌가. 바로 지난 하계올림픽을 개최한 파리는 정확히 같은 주장을 하며 올림픽을 유치했다. 그렇다면 유치 추진위원회의 계획이야 말로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보장하는 확실한 방안인걸까. 이를 확인하기 위해 가장 최근에 올림픽을 개최한 파리의 상황을 살펴보자. 


파리올림픽 이후

2024년 9월 8일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이 모두 마무리된 이후, 개최 비용에 대한 평가가 나왔다. 유치가 결정될 당시 62억 유로로 계획된 예산은 최소 3배 이상 증가했다. 경제학자들은 최대한 보수적으로 평가해도 46억 유로의 공적자금을 포함해 110억 유로 이상 지출되었을 것으로 추측했다. 2025년 6월 프랑스 감사원의 평가에 의하면 투입된 공적자금만 해도 60억 유로 가량으로 추산되었다. 불확실한 추측에 근거해 평가하는 이유는 올림픽조직위원회가 예⋅결산의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계산에는 경기장 건설 비용과 시설 유지관리 비용, 성화 봉송에 사용된 지방정부의 지출이 일절 포함되어 있지 않다. 조직위는 올림픽 개최로 유발되는 간접적 경제효과까지 모두 합치면 100억 유로에 달하는 이익을 얻었다고 밝혔지만, 제대로 된 근거를 구체적으로 제시한 적은 단 한번도 없다. 

그렇다면 실제한 올림픽의 경제적 영향은 무엇일까? 파리 올림픽이 개최된 주요 장소 인근의 소상공인들은 전년 대비 매출이 30% 정도 감소했다고 호소하며 정부에 대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에 정부는 영업 손실 보상을 위한 위원회를 설립했으나, 소매업체와 식당 스스로가 올림픽 때문에 발생한 피해를 직접 입증해야 하는 절차가 있어 사실상 대책 마련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림픽 주최 측은 경기 관람권을 소지할 경우 지역 대중교통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고, 오히려 올림픽 기간 대중교통 가격은 일괄적으로 두 배 인상되었다. 개최 기간 증가하는 수송 부담을 지역 주민이 아닌 관광객들이 충당하게 하려는 취지라고 당국은 설명했으나, 지역 주민과 관광객을 구분하여 과금하는 어떠한 기술적 조치도 없었고, 또한 올림픽과 패럴림픽 사이 보름에 달하는 비올림픽 기간에도 상승된 요금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게다가 통근하는 주민이 주로 활용해 온 주간 정기승차권의 판매가 중단된 대신, 두 배 이상 비싼 올림픽 정기승차권만이 판매되었다. 100억 유로가 어디서 어떻게 발생하여 누구의 손에 갔는지는 알 수 없으나, 모든 비용은 파리에서 살아가는 이들에게 오롯이 전가되었다. 게다가 이 도시민들이 입은 피해는 경제적 영역 뿐만이 아니었다.


올림픽이 만든 주거 사각지대

2023년에서 2024년 사이 13개월 동안 138건의 강제 퇴거가 집행되었고, 1만 2천 5백여 명이 보금자리에서 쫓겨났다. 이는 전년 대비 38.5% 증가한 수치이다. 쫓겨난 이들 중 3,434명은 미성년자이다. 특히 2024년 봄, 동계 강제 퇴거 금지 기간이 종료되자마자 파리 북부의 센(Seine)강 인근과 시내 주요 장소 및 거리에서 강제 퇴거가 시작되었고, 개최 기간 내내 집중적으로 시행되었다. 이들의 보금자리를 치워낸 곳에는 적대적 구조물이 설치되었다. 당국은 올림픽과 무관한 예정된 집행이라고 밝히면서, 사람들을 거리에 방치하지 않기 위한 인도주의적 목적의 강제 퇴거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주거권 활동가들의 말은 달랐다. 당국의 행태는 빈민을 보이지 않는 곳으로 내모는 대규모 사회정화정책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퇴거를 계고하는 행정절차는 생략되기 일쑤였고, 당사자의 의사와 무관하게 단기 수용시설로 옮겨진 사람도 있었다. 자신의 생활권에서 멀리 떨어진 것으로도 모자라, 그곳에서 다시 거리로 내몰려야 하는 이들도 생겼다. 최소 4천 명이 기존의 사회적 관계망에서 완전히 고립되었는데, 이는 지원 단체와 활동가들이 오래도록 협력하여 어렵게 구축해 온 관계망이었다. 삶의 최저선을 지키기 위한 네트워크는 붕괴되었다. 

빈곤층이 안정적 주거를 위해 첫 번째로 찾는 곳은 사회주택이다. 프랑스에서는 2천년대 초반부터 민간 숙박업소의 일부 객실을 사회주택 호텔로 활용하는 긴급 주거 지원 제도가 시행 중이다. 이는 지원 단체와 계약을 맺은 민간 숙박업소가 객실을 제공하면, 이에 대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그럼에도 필요에 비해 방이 항상 부족하여 주거지원 요청자 중 15% 에게만 사회주택 호텔이 제공되곤 한다. 그러나 2022년부터 숙박업소들은 올림픽 수요에 대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약을 파기했으며, 기존에 머물던 5천여 가구를 쫓아내기 시작했다. 퇴거 가구와 주거지원 단체는 경찰을 동원한 강제 퇴거를 멈추고 정부가 주거정책의 주체로서 대책을 마련하라고 요구했지만, 정부는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를 제안할 뿐이었다.

공적 자원의 사각지대에서 삶의 터전을 마련하기 위한 또 다른 형태로 스쾃(Squat)이 있다. 올림픽 관련 개발사업이 집중된 파리 북동부 외곽 센생드니(Seine-Saint-Denis)의 전체 인구 3분의 1가량이 이주민인데, 이는 프랑스에서 가장 높은 비율이다. 안정적 체류의 권리를 아직 획득하지 못한 사람들 중 상당수는 스쾃에 머물곤 한다. 그러나 2022년에서 2023년 사이 수도권 스쾃에 대한 동시다발적인 강제 퇴거가 전례 없는 규모로 시작됐다. 수십 개의 스쾃에서 강제집행이 이루어졌고, 최소 3천 명 이상이 쫓겨났다. 집행 과정에서 가족들이 헤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했고, 낯선 지역으로 강제 이주 당하기도 했으며, 거리로 내몰려 강제 추방 위협에 놓이기도 했다. 

올림픽 선수촌에서 불과 수백 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했던 스쾃 유니베통(Unibeton)에서는 2023년 4월 강제집행이 이루어졌다. 머물던 5백여 명은 대부분 북부 아프리카 출신의 이주민이었다. 이들 중 절반은 사회주택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평균적으로 십 년을 대기해야 순번이 돌아오곤 했다. 쫓겨난 이들은 2024년 4월 말에 비어있는 상가 건물에 주거 목적의 점거를 새로 시도했다. 이들을 쫓아내기 위해 들이닥친 자들은 법원 집행관이 아닌 건물주가 동원한 민간 경비 용역업체였다. 용역들은 불법적으로 거주자들을 내부에 격리하거나 폭력을 동원하여 강제 퇴거했다. 같은 시기, 비트리쉬르센(Vitry-sur-Seine)의 방치된 사무용 건물에 있었던 프랑스 최대 규모 스쾃과 선수촌 인근의 또 다른 스쾃인 르 말바세(Le Malvassé)에서 강제 퇴거가 시행되었고, 개막을 일주일 앞두고는 성화 운송 경로 주변의 스쾃에서도 470여 명이 쫓겨났다.

스쾃 거주자에 대한 퇴거  조치는 상당수 2023년에 제정된 카스바리안-베르제(Kasbarian-Bergé) 법에 근거해 이루어졌다. 이 법은 ‘스쾃 금지법(Loi anti-squat)’으로도 불린다. 이 법에 따르면, 임대료를 체납한 세입자가 체납금 일부를 납부하고 있는 중에도 건물주는 퇴거를 요구할 수 있다. 만일 자진 퇴거 명령에 불응한다면 해당 거주자에게는 징역형이나 벌금이 부과된다. 스쾃 금지법 때문에 퇴거 기한 역시 단축되었고, 건물주의 관리 책임은 경감되었으며, 제3자에 의한 건물 피해조차 세입자가 부담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미등록 거주자는 동계 강제 퇴거 금지 대상에서 제외되었고, 경찰은 법원 승인 없이도 강제 퇴거를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현존하는 주거위기를 외면하고 빈민의 존재를 불법화하는 해당 법안을 부동산 투자자들은 두 팔 벌려 환영했다. 또 올림픽 개발사업과 맞물려 진행되는 광역교통망 개발 사업인 그랑파리(Grand Paris) 프로젝트는 2030년까지 수천 개의 사회주택을 추가로 없애면서 계속될 예정이고, 무엇보다 지가(地價)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올림픽 개발사업의 영향권에 있는 지역은 프랑스에서 가장 빈곤한 도시에 속하는데, 주민 10명 중 3명이 빈곤층이다. 여느 올림픽 때와 마찬가지로, 당국은 올림픽을 개최함으로써 낙후 지역의 발전을 도모할 것이라 주장했다. 올림픽 개최 전, 해당 지역의 제곱미터당 평균 지가는 3천 7백에서 5천 유로가량이었다. 그러나 현재, 새로 들어선 선수촌만해도 제곱미터당 평균 지가가 7천 유로를 넘나든다. 기존 주민들은 개발사업으로 인해 가파르게 상승하는 지가를 감당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새로이 들어선 고급 여가시설을 이용할 소비력도 없다. 

타베르니(Taverny)에 올림픽 수영장이 신규로 건설되며 기존에 운영되던 두 개의 공공수영장은 철거되었다. 새로운 수영장의 이용료는 기존 수영장 대비 60% 이상 비싸졌고, 함께 지어진 쇼핑몰과 물류센터 등의 사업 계획은 ‘올림픽 연계 시설’이라는 이유로 사업성 평가나 의회 논의를 모두 생략한 채 추진되었다. 오베르빌리에(Aubervilliers)에는 1935년부터 가꾸어져 온 노동자 텃밭이 있다. 오래도록 커뮤니티 공간이자 야생지 보호를 위한 완충 녹지로 기능해 온 유서 깊은 텃밭은 올림픽 연습 수영장과 고급 스파 시설을 포함한 피트니스 센터 건설이 추진되면서 상당 부분 파괴되었다. 사클레(Saclay)에서는 그간 주민들의 반대와 사업성 부족으로 추진되지 않았던 개발사업이 올림픽 유치와 맞물려 공공사업으로 진행되었다.


국가가 용인하는 폭력

올림픽을 앞두고 새로이 제정된 법안은 이뿐만이 아니다. 2024 파리 하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다음해인 2018년에는 올림픽 특별법이 만들어졌다. 2019년, 경찰청은 이 법을 근거로 시위를 진압하는 용도의 특수부대를 창설했다. 총기 등으로 중무장하고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브라브엠(BRAV-M)은 노란 조끼 시위, 연금개혁 반대 시위 등에서 과잉폭력진압을 일삼았다. 특수부대는 올림픽을 앞두고 센 강변에서 개최된 올림픽 개막식 등의 보안을 이유로 수상부문인 브라브엔(BRAV-N)으로 확대 개편되었다. 또 특별법에 따라 프랑스에서는 유럽연합에서 최초로 알고리즘에 의한 영상 감시(VSA, Video Surveillance Algorithmique)가 도입되었다. 파리 외곽 생드니(Saint-Denis) 지역에서 감시 카메라의 수는 4배 이상 늘어났고, 파리 시내에는 올림픽과 무관한 거리와 대중교통에까지 1천여 개의 감시 카메라가 추가 설치되었다. VSA는 아직 발생하지 않은 행위에 대하여 예측한 데이터를 치안 활동의 근거로 제시한다. 법치의 근간을 흔드는 예비 처벌의 판단 기준이 되는 ‘의심스러운 사람’과 ‘수상한 행위’를 판별하는 구체적인 데이터는 공개되지 않으며, 시스템의 핵심 알고리즘은 공공기관이 아닌 민간회사가 맡고 있다. 

올림픽이라는 명목 아래 모든 시위와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통제되었다. 올림픽과 무관한 장소에서 트리 클라이밍을 하던 아홉 명의 사람들은 범죄 모의 혐의로 체포되어 22시간 동안 구금되었다. 지하철에 “올림픽은 재미없어 (Les JO c’est pas jojo)”라고 적힌 스티커를 붙인 사람은 체포되어 11시간 구금되었고, 그 시간 동안 지문 날인 및 DNA 체취를 강요받으며, 범죄 모의 혐의로 기소되었다. 취재진과 활동가로 구성된 그룹은 올림픽 행사와 무관한 시각에 강변에서 답사를 진행하다가 체포되어 10시간 구금되었고, 벌금형을 선고 받았다. 성화 봉송과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이스라엘의 올림픽 참가를 비판하고 팔레스타인과 연대하기 위한 다양한 행동을 이어갔으나, 이들에 대한 제지와 불심 검문, 불법 채증(採證), 영장 없는 압수 역시 계속되었다. 한편 이스라엘 특수부대는 프랑스 대테러 부대의 훈련 지휘를 맡았다. 이스라엘 군수 기업과 보안 업체들은 여타의 올림픽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올림픽 주최 측과 막대한 규모의 보안 시스템 계약을 맺었다. ‘보안’상 이유로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파리 올림픽의 보안 관련 예산은 총 3억 2천만 유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올림픽 이후 긴축에 들어간 프랑스 정부

파리 올림픽과 패럴림픽 폐막 이후 새로이 구성된 프랑스 정부는 2024년 10월에 긴축 예산 정책을 발표했다. 사회복지 예산은 4백억 유로 삭감되었다. 시설 수용을 종식하고 공공건물의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예산 확보는 외면당했다. 또한 신규 주택을 지을 때 접근성 요건을 지키지 않아도 되도록 기준을 대폭 완화하는 퇴보적 법률 개정이 이루어졌다. 패럴림픽은 포용적 가치를 내걸었지만 실제하는 장애인의 삶을 비가시화하고 차별적 담론을 확산시켰다. 장애인은 미디어 속에서 영감의 원천이나 비인간화된 영웅으로만 존재하지 않는다. 강제로 쫓겨난 1만 2천 5백 명 가운데 장애인은 몇 명이나 있었을까.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인해 제곱미터당 7천 유로에 달하는 고급 주택들이 들어선 지역에서, 장애인들은 한 달 최대 1,016유로(2024년 기준)에 불과한 장애 수당으로 삶을 이어갈 수 있는가. 

전라북도는 2025년 4월에 94억 원의 올림픽 유치 관련 예산을 편성했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경우 10조 원이 넘게 들어갈 사업비는 이번에도 올림픽 특별법을 제정하여 국비로 대부분 충당해야 하면서, 42조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 말한다. 똑같은 기만을 반복하기에는 우리에게 남겨진 현실이 가혹할 만큼 선명하다. 형제복지원 사건으로 대표되는 대대적인 사회정화정책이 국가의 책임이자 폭력임을 인정받는 데에만 38년을 소요했다. 광범위한 개발사업을 위해 결탁한 민간 자본과 공권력의 폭력적인 강제 퇴거는 한국 도시개발의 표준으로 자리 잡았으며, 부동산 투기의 막대한 이윤 보장은 상식이 되었다.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가리왕산, 지금도 계속되는 올림픽 특구 개발을 보라. 제대로 된 근거 없이 공공 자산을 쏟아붓고 IOC와 부당한 개최 계약을 맺는 올림픽, 이익은 누구에게 돌아갔고 대가는 누가 치렀는가.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 예정지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Milan-Cortina d'Ampezzo) 지역, 하계올림픽 개최 예정지 로스앤젤레스, 최근에 2030 동계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알프스 프랑스 권역에서는 이미 거센 올림픽 반대의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올림픽이 개최되는 거의 모든 곳에는 올림픽에 맞서는 이들이 있다. 올림픽이라는 명목을 내세워 예외적 특혜 속에서 개발사업들이 진행되며, 개발 집단이 보기에 부적절한 존재들을 폭력적으로 치워낸 뒤, 도시는 소수를 위해 최대의 이윤을 창출하기에 적합한 공간으로 재편된다. 또다시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정부를 향해, 이 곳에 살고 있는 서로를 향해 질문은 이어진다. 이 도시는 누구의 것인가.


- 기독교도시연구소 ⟪도시와 교회⟫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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