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 '거대한 게임 : 밀라노-코르티나 올림픽 메달의 뒷면' 상영회 + 이야기 자리 기록
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 건설을 내세워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잘려나간 가리왕산을 개최 직후 즉각 복원하겠다는 정부의 약속은 7년이 지난 2025년 3월에 무책임한 '합리적 복원 합의'로 되돌아왔다. 이제 지방정부는 파괴된 보호림을 인공공원에 불과한 국가정원으로 만들겠다며 열을 올리고 있다. 한편 강원도 곳곳에서는 지금 이순간에도 올림픽 특구 개발 사업이 대대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지역 주민에게 아무런 의미가 없고 심지어 올림픽 자체와도 관계가 없는 대형 리조트와 호텔 등을 짓느라 경관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규제들은 휴지 조각이 되었다. 소수의 투기자본에게 개발의 특혜를 주는 특구 사업 과정에서 제기된 비리 의혹은 밝혀지지 않았고 주민들의 땅은 강제수용 되었다. 그리고 서울 철거올림픽, 평창 벌목올림픽을 겪은 한국에서는 또다시 2036년 올림픽을 유치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올림픽산업에 맞서 연대해온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2026년 밀라노-코르티나 동계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올림픽의 현실을 알리고 논의의 장을 만들기 위하여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진행한다.
밀라노-코르티나에서 열리는 이번 동계올림픽은 여러모로 8년 전의 평창과 닮아있다. 두 지역을 중심으로 설상경기와 빙상경기를 분산 진행하며, 많은 방문객을 끌어모아 지역을 발전시키겠다고 장담한다. 그러나 실제 개최지에서 살아가는 이들은 올림픽산업이 소수의 이익을 위해 지역사회의 자원을 약탈하고 우리의 미래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한다. 올림픽이 쏟아내는 선전물의 틈바구니에서 전해지는 이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자.
영화는 세 개의 ‘라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첫번째 라운드의 주인공은 ‘도시’다. 스칼로 로마나(Scalo Romana)에서 코르베토 지구(Corvetto district)까지 선수촌 건설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도시재생 사업이 어떻게 기존의 주민들을 밀어내고 커뮤니티를 파괴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두번째 라운드에서는 ‘스포츠’를 다룬다. 공공체육은 해체되고 사기업은 스포츠를 통해 공적 자원을 점유하려 한다. 공공체육의 사유화를 거부하며 도시를 위한 스포츠가 무엇인지 이야기한다. 마지막 라운드에서는 ‘산’의 미래를 말한다. 올림픽을 명목으로 도입되는 근시안적인 개발 모델이 산악 지역의 민감한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 이미 올림픽을 겪었던 토리노의 산들에 버려지고 잊혀진 시설의 현재를 보며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지나간 미래에 대해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2년 마다 새로운 장소에서 반복되고 있는 올림픽산업의 모델은 지리한 방식으로 또 다른 약탈지를 찾고 있지만, 이에 맞서 모두의 도시를 지키고 공공의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한 우리의 연대 역시 점점 강하게 연결되고 있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기에 반드시 이 산업의 기만을 함께 전복시킬 수 있을 것이다.
🎬 상영 정보
제작 : 지속불가능한 올림픽 위원회(C.I.O.) | 제작연도 : 2025년 | 상영 시간 : 69분
📅 일시 : 2026년 2월 4일 수요일 저녁 7시
📍 장소 : 구산동도서관마을(서울시 은평구 연서로 13길 29-23) 3층 청소년힐링캠프
🍿 무료 상영
📢상영이 끝난 뒤에는 도시에서 존엄하게 머물고 살아갈 권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빈곤사회연대 활동가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있습니다.
💬 상영회 이후 진행된 이야기 자리의 기록을 아래에 정리하여 공유합니다.
진행자 : 존엄하게 머물고 살아갈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빈곤사회연대의 김윤영님과 함께 이야기자리 시작하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아시안게임, 올림픽, 월드컵 등의 메가이벤트가 여러 차례 개최되었습니다. 2002년 월드컵을 앞두고도 집중적인 노점상 단속, 거리 노숙인 주거지 철거가 이루어졌었고 개발사업이 진행된 지역의 철거 과정은 매우 폭력적으로 진행되었었는데요. 당시 반빈곤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들이 이에 맞서는 연대 활동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에 대해 이야기해주시겠어요.
김윤영 : 안녕하세요, 빈곤사회연대에서 활동하는 김윤영이라고 합니다. 저도 월드컵 개최 당시에 고등학생이었는데요. 반빈곤 활동을 하는 여러 단체들이 2000년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공동행동을 하며 보다 넓은 연대의 필요성을 체감하며 긴밀한 연대체를 구성하기 시작했습니다. 2004년에 빈곤사회연대가 구성되었고, 저는 2013년부터 함께하고 있습니다.
메가이벤트를 준비하며 더욱 화려해지는 도시의 휘장 뒤로 물러나야 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전에 올림픽반대연대에서 전해준 소식이었던 것 같은데, 도쿄에서도 올림픽이 열렸을 때 경비 담당 직원이 거리 홈리스에게 “낮에는 가급적 보이지 않게 다녀라”라고 말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었거든요. 메가이벤트 자체가 부동산 개발과 연결이 되어서 도시를 완전히 재구조화하는 모습, 가난한 사람들을 보이지 않게 치우고 밀어내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진행자 : 영화를 보신 소감을 편하게 나누면 좋겠습니다.
김윤영 : 마을 사람들이 올림픽이라는 이벤트와 자신을 무관하게 생각하거나 환영하지 않는다는 점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보여주는지가 되게 재밌었어요. 사람들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올림픽 홍보 펜스에 부착해 새로운 주민과 기존 주민의 만남을 성사시킨다는 발상이 재미있었고요. 영화에서 점거 활동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저희가 용산정비창 점거 등 활동을 할 때에는 상황이 훨씬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던 것 같아요. 사회구성원 대부분의 동의를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한 마음이 크지만, 그래도 우리의 목소리를 이렇게 남겨놓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했었는데, 밀라노에서 점거 활동을 밝고 신나게 하는 것을 보니 기분이 좋기도 하고 용기를 얻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서울에서든 밀라노에서든 지배적인 질서라는 것이 동일한 상황 속에서 어떻게 싸움을 이어갈지에 대해 구체적인 고민도 들었고 힘이 나는 시간이었습니다.
진행자 : 지역성이나 공동체성이라는 말이 어떻게 실제에서 드러나는지 구체적인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사는 지역에 대해 생각해보면 지역 구성원들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김윤영님이 지은 책 《가난한 도시 생활자의 서울 산책》에 올림픽에 대한 단락이 있습니다. 올림픽을 기점으로 도시개발의 방식이 크게 변화된 것이 도시 구성원의 관계에 영향을 주게 되는데, 이렇게 변화된 상황 속에서 연대를 만들어나가기 위한 고민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김윤영 : 막막하죠. 서울을 우선 생각해보면, 허허벌판과 같은 상태에서 처음 도시개발이 시작된 거잖아요. 1960년대에서 1970년대까지의 도시개발은 군인과 경찰이 주도하여 이른바 ‘불량주거지’에서 사는 사람들을 내쫓고 거기에 도로와 아파트, 건물을 짓는 방식이었다면 1980년대부터는 민간용역업체들이 도시개발, 그리고 거기에 수반되는 폭력의 주체가 되죠. 상영회가 열리는 여기가 구산동이잖아요. 여기에 땅과 집을 소유하는 사람들 4분의 3 이상이 동의를 하면 개발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재개발구역으로 지정이 되면 사람들이 조합을 꾸리고 시공사를 정해 시와 용적률 등 관련 절차를 진행하고 그렇게 아파트를 올리는 거에요. 이 과정에서 국가는 적절하게 저리의 대출을 시행하고 인허가만 내주면 많은 비용을 안들여도 됩니다. 개발이 진행되는 약 4~5년의 시간 동안 분양가가 올라가니 조합원들은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고, 정부는 큰 노력없이 신규주택 공급을 하고, 건설사들도 사업에 들어와 돈을 버니 마치 모두에게 좋고 다 괜찮은 것 같지만 여기에서 빠진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지역에 살고 있던 세입자들, 그리고 추가분담금 등을 납부할 여력이 안되는 건물주 같은 사람들입니다. 지금까지 한국에서는 집을 공급하는 것이 사회적으로 훨씬 중요하다는 관점이 법과 사회, 문화 등 모든 곳에 전제되어 있어서 다른 문제들은 사사로운 것으로 취급되기 일쑤였습니다.
다음 카페 부동산스터디 이런 인터넷 커뮤니티에 많이 들어가시나요? 저는 가끔 들어가서 적(?)들의 동태를 살펴보기도 하는데요.(웃음) 거기서 보면 다들 사유재산에 대한 열망이 엄청나거든요. 그런데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4분의 3이 동의하면 이에 동의하지 않는 나머지 4분의 1의 재산을 그냥 수용하고 재산을 강탈할 수 있습니다. 엄청나게 막강한 권한이죠. 이게 합동재개발인거고,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적인 질서처럼 작용합니다. 그러는 사이에 재개발 조합을 꾸릴 수 있는 돈과 자격을 갖춘 사람들의 이익은 공적 이익으로 둔갑하고, 쫓겨날 처지에서 대책을 요구하는 이들은 사적 이익을 요구하는 사람들 처럼 비추어지는 굉장한 착시가 만들어집니다. 그런데 40년이 넘는 주택공급의 역사에서 이것이 항상 일관된 원칙으로 작용되다 보니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의 이해관계가 형성되어 왔습니다. 여기에는 간신히 돈을 버는 데 성공한 사람들, 가까스로 돈을 벌 것 같았지만 실패한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이 많았을텐데, 여기에서 돈을 많이 번 사람들의 입장만 사회를 대표하는 공익처럼 여겨지는 상황입니다. 부동산 가격이 계속 올라가서 우리의 모든 노동소득을 다 빨아들이는 상황에서 살아가는 게 행복하지 않잖아요. 그런데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사람들 이외의 목소리가 너무나 작은 것으로 취급되고 있는 이 상황 자체가 사회적 연대를 가능하게 하는 최소 조건을 상실하게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에서 나온 것 처럼, 마치 이 도시에서 권한을 갖지 않은 것처럼 취급되는 사람들, 땅과 집을 소유하고 있지 않은 사람들의 권한과 목소리를 어떻게 넓혀낼지에 대한 고민, 이것이 이 도시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역량과 관계를 보존하면서 나아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의 부동산 시장 질서가 무언가에서 실패하고 있다면 이제는 좀 변화를 모색해야 할 때입니다. 영화에서도 “무언가 잘못되었다 생각이 든다면 더 긴 안목으로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왔는데요. 40년 넘게 유지되어온 질서를 한 번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지금부터 변화를 만들어내기 시작한다면 5년 뒤, 10년 뒤, 20년 뒤에는 달라질 수 있을 겁니다.
진행자 : 올림픽 문제를 이야기하며 여러 지역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오며 공통적으로 들은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몇몇 올림픽은 일부 문제가 있었지만 선진국에서 개최되는 올림픽은 다를 것이다, 그리고 비록 다소의 문제가 있더라도 낙후지역 개발과 균형발전을 위해 올림픽은 필요하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이러한 논리를 계속해서 생성해내는 구조와 윤영님이 말씀하신 점이 연결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한국에서도 다시 2036 전북 올림픽 유치 활동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습니다. 40년 넘게 부동산 개발사업을 이끌어온 구조가 변하지 않았던 것 처럼, 올림픽 산업이 내세우는 논리와 구조에도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상황인데,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변화의 주체가 될 우리의 입장은 달라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참가자 1 : 영화에서 2006년 동계올림픽을 개최한 토리노의 모습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올림픽반대연대는 계속 평창올림픽 이후 상황을 답사했다고 들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약속들은 잘 지켜졌는지 개최지의 상황은 어떠한지 궁금합니다.
진행자 : 개최 전 시설 철거 및 활용을 약속했던 것들 중 계획대로 진행된 것은 거의 없습니다. 철거하기로 했던 시설들은 오히려 더 많은 비용을 들여 새로운 시설로 개축 공사를 했습니다. 영화에서 나왔듯이 밀라노에서도 계획된 올림픽 관련 건설사업 중 3분의 1 이상이 올림픽 이후 완공될 예정이며 실질적 관련성이 낮은 시설들도 있다고 했었죠. 평창에서도 올림픽을 위해 필요하다는 이유로 특별법에 의거해 특구로 지정되어 추진된 개발사업들이 올림픽이 모두 끝난 후에 오히려 2단계 사업으로 확장되어 이제는 올림픽과 아무런 관련도 없이 개발기업에 온갖 특혜를 주며 리조트, 호텔, 빌딩 등의 건설을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가리왕산에 대해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저희가 가장 최근에 참가한 가리왕산 답사는 2024년 여름이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정부 주도 협의체에서 ‘합리적 보전, 활용’에 대한 합의안이 발표되었고, 시설물을 그대로 존치한다는, 정말 받아들이기 어려운 결론이 났습니다. 저희는 답사 과정에서 최소 40년 이상 정부가 일관된 방향성과 의지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숲을 복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어왔습니다. 개최 이후 모든 시설물의 철거와 즉시 복원이라는 약속이 완전히 파기된 현 상황에서는 숲의 복원은 어려워보입니다.
이러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종종 “그래도 올림픽 같은 행사를 유치해와야 지역이 발전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는데요. 그럼 우리에게 필요한 그 ‘발전’이라는 것이 무엇일까요.
김윤영 : 2000년대 초반에 뉴타운 재개발이 유행했었습니다. 서울에서 구청장 선거에서는 뉴타운 유치가 정당을 막론하고 거의 모든 후보자의 공약에 등장했었고, 주민들은 뉴타운이 건설되면 동네가 좋아질 거라고 생각했었어요. 제가 처음 재개발 문제와 관련된 활동을 한 곳이 미아 뉴타운이었는데, 선전전을 하고 있으면 어떤 주민분은 ‘뉴타운을 하면 좋은데 왜 나와서 설치냐’고 화를 내는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3년 가량 지나니 분위기가 바뀌더라고요. 세입자들은 쫓겨나고, 집이 있는 사람들도 추가분담금을 내고 새 아파트에 들어갈 수 없어서 공시지가로 재산을 정리당해 그 돈으로 어디든 가려고 알아보니 옆 동네도 임대료가 오르고 갈 수 있는 곳이 없어진 그 시점에서, 뉴타운이 땅과 집을 많이 소유하고 있는 소수의 돈 많은 사람들에게만 좋다는 것을 깨달은 거에요.
지금도 별 걸 다 해주면서 신속통합기획을 해서 빨리 개발을 하겠다고 시에서 난리인데도, 지역 안에서 쉽게 합의가 안됩니다. 이러한 개발 방식이 갖는 한계가 너무 명확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특히 아파트 값이 비싸질수록 이걸 감당하고 이익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의 숫자는 계속 줄어드니 웬만한 집을 가진 사람들도 재개발해봤자 어짜피 다시 그 지역에 들어갈 수가 없다는 게 너무 명백해지니 이제는 개발사업에 대한 동의율이 그렇게 높지 않더라고요. 하지만 이건 바꾸어 말하면, 이익만 명백하다면 얼마든지 다시 개발이 추진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기도 하거든요. 어쨌든 허울뿐인 발전에 대한 문제의식을 체감하는 사람들이 늘어날수록 이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늘어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올림픽 같은 메가이벤트는 집중적인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지역별로 고립되어 있거나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우리가 이러한 점을 누구나의 피해로 잘 설명해낼 수 있다면 좀 더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는 지평을 넓힐 수 있을 것 같아요.
브라질 같은 경우에도 월드컵과 올림픽을 개최하는 막대한 지출에 대해, 이 돈으로 바꿀 수 있는 대중교통 등 공공서비스의 강화가 어느 정도일지 이런 이야기들을 해나가며 저항 활동을 많이 했었잖아요. 축구 잘하는 브라질 사람들은 월드컵을 하면 사실 얼마나 좋겠어요.(웃음) 그런데도 강하게 저항의 움직임이 있었던 것은 모두에게 더 이익인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잘 설명할 수 있는 언어들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까 영화에서 나온 것 처럼, 버려진 체육시설을 다시 활용하고 국⸱공유지를 민간 부동산 개발에 내어주지 말자라는 주장이 굉장히 중요한 지점으로 여겨져요. 소수를 위해 도시가 고급화될수록 더욱 취약해지는 것은 공공시설인 것 같아요. 그러면 그 공간을 이용해야 하는 사람들 역시 더 취약해질 수 밖에 없는 거죠. 약간 돈이 있는 사람들은 도로가 유료화되어도 그 돈을 내고 사용하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그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박탈의 목록이 늘어나는 셈입니다.
그래서 이제는 ‘말해봤자 사람들이 잘 몰라’ 이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닌 것 같아요. 오히려 자본주의가 얼마나 낙후되었고, 대다수 사람들의 몫을 빼앗고 있는지를 잘 폭로해야 할 때입니다. 모두의 풍요를 어떻게 가져올 것인지, 공공성을 우리 손에 어떻게 쥘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화에서 수영장을 점거하는 장면들이 나왔는데요. ‘모두의 바다’인 공공수영장이나 지금 상영회를 여는 이런 도서관 같이 모두에게 풍요롭게 주어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점, 반면에 시장은 낙후되고 비루하다는 점을 더 많이 이야기하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진행자 : 말씀을 들으니 사람들은 벌써 현재를 넘어 미래를 향해 살고 있는데, 시장과 체제는 그렇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원하는 바는 이미 명확하기 때문에 이를 서로에게 전하고 연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참가자 2 : 영화에 나온 많은 행동들이 흥미롭고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올림픽이 저렇게 문제가 많은데 어떻게 그대로 추진될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어요. 물론 영화는 문제점에 더 초점을 맞추기는 했지만, 말이 안되는 계획이 강행될 때 함께 막아낼 수 있는 힘을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더 필요할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김윤영 : 영화에 나온 여러 이야기 중에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해서는 안된다’라는 내용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어렸을 때 읽은 동화책에서 거미와 인간의 집짓기에 대한 내용이 있었어요. 거미는 인간보다 집 짓는 기술이 더 우수하지만, 인간은 함께 지을 수 있고 새롭게 상상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는데요. 우리의 도시를 만드는 것도 이 자리에서 무엇을 상상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해요. 우리가 놓여있는 제약에 굴복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도시를 어떻게 만들어 나갈지, 멋진 실천을 해주시는 이탈리아 동지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보내고, 저도 열심히 도시 빈민들과 함께 투쟁해나가겠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