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올림픽 그 후 4년, 올림픽 재해를 멈춰라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들은 올림픽 개최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하며 이미 여러가지 대체 방안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 대한 부담과 억압을 최소화하고 파괴를 줄이는 개혁안들은 IOC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러한 개최 방식은 최대의 이윤과 막강한 영향력의 지속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2년마다 새로운 개최지에서 익숙한 올림픽 문제가 불거질 때, IOC와 그 협력자들은 말한다.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숭고한 “올림픽 정신” 실현을 위해 올림픽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올림픽은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마법 같은 게 아니다. 민주주의와 정 반대의 방식으로 움직이며 공적인 제도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특권을 누리는 무책임한 이권 산업일 뿐이다. 차별주의자 귀족 백인 남성이 만들어낸 이 산업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종차별주의자와 파시스트, 소수의 특권층에 의해 운영되는 전통을 유지하고 기만적인 권력자들이나 거대기업과 협력하며 점점 더 큰 규모의 착취와 파괴를 일삼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IOC는 매년 6월 마다 쿠베르탱 남작을 기리며 올림픽 브랜드의 영원한 존속을 기원한다.

여느 개최지에서와 마찬가지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민주적 의사소통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2000년에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공식적으로 올림픽 유치 의사를 표명한 후, 지역 시민단체를 포함한 여러 시민사회 단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 기반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어 결국 강원도 지역 재정의 악몽이 되어버린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과 올림픽 유치는 계속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주민참여 공청회나 토론회는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13조원 넘게 투입되는 올림픽 건설 사업에서 공적 자원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행정적 절차는 새로 제정된 올림픽 특별법에 의하여 마비되었다. 

올림픽 개최지를 통상 10여년 전에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포츠 행사는 올림픽 산업의 극히 일부이자 좋은 명분일 뿐이다. 올림픽 산업은 개최지 사업자들의 부동산 투기 및 건설 사업, 스폰서 기업과 IOC의 최대 이윤 추출이 극적으로 만나 성사된다. 올림픽 개최 예산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동안, 지역의 복지·교육·의료 예산은 삭감되었다. 강원도 전역에서 올림픽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각종 건설 사업이 올림픽의 이름으로 추진되었다. 주최 측은 올림픽을 통해 지역경제가 발전할 거라고 말했다. 많은 주민들은 이 말을 믿고 기대했다. 공사로 인해 고통을 겪어도 참았다. 하지만 이후 닥쳐온 현실은 약속과는 달랐다. 어떤 주민들은 올림픽의 이름을 내건 불투명한 개발사업에 땅을 빼앗겼다. 또 다른 주민들은 올림픽 손님을 위한 호텔 건설 사업에 내몰려 보금자리를 잃었다. 지역의 중소업체가 올림픽 특수는 커녕 재정적 파탄 수준의 매출 감소를 겪는 동안, 금융 자본과 대형 건설사가 새로 지은 호텔과 리조트는 계속 늘어났다. 올림픽에 기여하고 싶었다던 자원봉사자들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가혹한 환경에서 과도한 무급노동에 시달렸다. 개최에 협력했던 단기 인력, 버스 기사, 참여 업체들은 정당한 노동의 댓가를 받지 못했다. 수많은 건설노동자들은 막대한 규모의 임금 체불로 삶이 붕괴되었다. 조직위는 스스로의 특수성을 내세워 예·결산 내역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고, 개최 이후에는 이 모든 문제를 내버려두고 해산했다. 대부분의 개인들은 끝까지 제대로 급여를 받지 못했고, 일부 업체들은 울며 겨자먹기로 부분적인 지급에 합의해야 했다. 오른 지가로 인한 부동산 차익 조차도 지역 주민들의 몫이 아니었다. 올림픽 유치 추진이 본격화 되던 2000년대 중반부터 투기꾼들이 몰려들었다. 재벌과 고위 공직자들을 포함한 외지인들이 땅을 사들이며 땅값은 치솟았다. 여러 올림픽 건설 현장에서 유착과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지금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역대 최악의 경제사범인 이건희 역시 올림픽의 수혜자였다. IOC 위원이기도 했던 그는 올림픽 유치의 공로를 명분으로 특별사면 받았다. 올림픽 스폰서이기도 한 삼성이 평창올림픽 유치 당시에 기업 차원에서 편법적 로비 활동에 나섰다는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이 역시 삼성측의 반박문 한 장에 잠잠해졌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최대의 이윤을 얻은 기업들과 IOC는 떠났다. 우리의 선출직 공무원들은 어떤 문제에도 책임을 지지 않고 계속 올림픽을 내세운 개발사업을 추진하느라 바쁘다. 전국 지방정부와 지역 유지들, 크고 작은 기업들은 이러한 모범 사례를 쫓아 책임을 면제받고 성공을 향해 가려는 강한 열망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다. 


가리왕산을 둘러싼 모든 약속이 무참히 깨어지는 동안 숲의 상태는 더욱 악화되어 왔다. 파괴는 한 순간이지만 되살려내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여러 전문가들이 올림픽 유치가 확정된 때부터 꾸준히 지적했었다. 주최 측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나무를 베어내던 때에도 복원 방안은 아무것도 없었다. 올림픽·패럴림픽이 막을 내리기도 전에 최문순 강원도지사는 “가리왕산의 환경 훼손에 대해 이야기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숲을 완전히 복원할 방법은 없다. 해당 지역의 일부는 스포츠 시설로 사용해야 한다."고 공공연히 말해왔고, 대한스키협회와 전정환 전 정선군수는 “단순 복원 논리”로 “알파인 경기장이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기만적인 언행을 일삼았다. 산림청이 보호구역을 해제한 단 하나의 근거였던 원상복원 약속은 처음부터 거짓이었다. 숲을 복원하려는 대책도 의지도 애초에 없었다. 오늘은 평창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린지 만 4년이 되는 날이다. 우리는 여전히 황무지로 남아있는 가리왕산 앞에 서서, 계속되는 올림픽 재해를 이제는 멈추어야 한다고 말한다. 가리왕산을 복원하라. 올림픽은 더이상 어디에서도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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