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재해의 악순환을 멈추자 4. 이윤 우선주의

도쿄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연일 30도가 넘는 기온에 높은 습도까지 더해져 그야말로 푹푹 찌는 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많은 선수들이 폭염 속에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고, 야외에서 진행되는 종목에 참가하는 선수들은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은 10월 10일에 개막했고, 1988년 서울올림픽은 9월 17일에 개막했다. 하계올림픽 개최 일정이 점차 더운 계절로 조정된 것은 미국내 독점중계권을 가지고 있는 NBC의 사정과 무관하지 않다. 통상 7월에서 8월 사이에는 올림픽 외에 대규모 국제 스포츠 행사가 열리지 않는다. 올림픽 방송은 NBC 사업의 중추를 구성하고 있다. 올림픽 방송 황금시간대의 광고 수익은 올림픽 기간이 아닐 때 같은 시간에 비하여 7배 이상이다. 2018년 평창올림픽은 미국 스포츠 최대 흥행 상품인 슈퍼볼이 끝난 직후에 개최되었다. NBC는 평창올림픽 중계로 9천억원을, 연이은 두 스포츠 행사 중계로 총 1조 4천억원을 벌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수익의 3분의 2는 중계권료에서 온다. 


세계적인 감염병 확산 상황 속에서 개최하는 올림픽에 대해 비판이 이어지자 IOC는 ‘선수 우선주의(Athletes First)’를 이야기하며 선수들을 위해 안전·안심 올림픽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장담했다. 그러나 참가 선수들은 이를 실감할 수 없었다. 남은 것은 ‘선수 우선주의’가 아닌 ‘올림픽 우선주의(Olympics First)’다. 선수들의 입장을 전면에 내세워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개최를 강행했지만, 그들의 성취는 물론이고 기본적인 건강과 안전까지도 뒷전으로 밀려났다. 올림픽 사업의 이익을 우선하느라 뒤로 밀려난 것은 선수들만이 아니다. 


평창올림픽 개최 기간에 국립 강릉원주대학교 학생들은 겨울방학 동안 오갈 데가 없었다. 대학교가 학생들과 아무런 의사소통 없이 기숙사를 올림픽 자원봉사자에게 제공하기로 결정하고, 일방적으로 통보했기 때문이다. 사전에 학생들에게 고지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았고, 방학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공지사항으로 올리기만 했다. 학생들이 급히 학교 근처에 집을 구하려고 해도 여의치 않았다. 자취를 하던 학생들조차 계약 연장을 거부당하거나 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집을 비워달라는 통보를 받았다. 올림픽 손님에게 숙박을 제공하는 것이 학생들의 월세보다 더 돈이 되기 때문이었다. 기숙사에서 조리 업무를 맡았던 노동자들은 갑자기 청소노동자로 전환되었다. 청소용역업체를 통하면 더 높은 급여를 지급해야 하기에 조리원들에게 업무 전환을 지시한 것이었다. 한 겨울에 새벽 5시 반까지 출근하여 청소업무를 하는 노동자들에게 난방도 틀어주지 않았다. 



주요 설상경기가 진행된 리조트 인근의 주민들은 일년 중 제일 중요한 시기인 겨울성수기에 가장 큰 피해를 보아야 했다. 조직위가 경기 코스에 속하지 않은 슬로프까지 포함하여 스키장의 일반 영업을 전면 중단했기 때문이다. 조직위는 개최까지 1년도 채 남지 않은 2017년 7월에서야 이 사실을 통보했다. 인근 장비임대업체들은 휴업에 들어가야 했고, 인근 식당 역시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주민들은 생업을 포기할 수는 없었기에 대책마련을 위한 협상을 요구하며 조직위, 강원도청, 중앙정부까지 찾아갔지만 아무도 이들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한 주민은 올림픽 유치가 결정되었을 때 기뻤고 성공을 바랐는데 이와 같은 위기가 찾아올 줄은 몰랐다며, 스키장비대여업에 종사하기 시작한 1995년 이래로 평창올림픽 개최 기간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다. 올림픽은 언제나 지역경제활성화를 내세우지만 실제로 지역주민들은 올림픽으로 인한 피해를 가장 먼저 입게 된다. 개최지의 거주자들은 올림픽 사업의 고려 대상이 아니다.



개최기간 동안 주요 축하 행사들이 진행된 올림픽 플라자 옆의 로터리 한 가운데에서 건설노동자 두 명이 체불임금 지급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했다. 불법설치물이라고 비닐 천막도 치지 못하고 침낭 하나에 의지해 있었다. 섭씨 영하 10도를 밑도는 추운 날씨 속에서 손을 녹이기 위해 데워둔 물병은 금방 얼음덩어리가 되었다. 올림픽을 앞두고 강원도 전역에서 진행된 건설공사 현장마다 체불임금은 쌓여갔다. 1천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은 11억원에 달하는 체불임금을 받지 못했다. 수년 동안 단체행동은 물론이고 가능한 모든 법적, 행정적 수단을 동원했지만 밀린 임금은 지급되지 않았다. 유일한 생계수단인 건설장비는 압류되었고, 가족들의 생활은 파탄이 났다. 노동자들은 마지막 수단으로 그나마 이목이 집중될 거라고 기대한 올림픽 플라자로 나왔다. 하지만 누구도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돈이 없어 임금을 못준다는 사업주들은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책임을 피했고, 사법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건설노동자들 뿐만 아니라 설비와 용역을 제공한 중소업체들, 셔틀버스를 운행한 버스 기사들도 수억원에 달하는 대금과 임금을 받지 못했지만 이 문제를 책임지는 이는 없었다. 


장애인의 권리 역시 뒷전으로 밀려났다. 패럴림픽 개막식장 안에 얼마 있지도 않은 휠체어석 중 일부는 보도진을 위한 포토존으로 사용되었다. 패럴림픽이 개최되는 지역에서조차 점자 블록, 수어 통역과 자막, 경사로, 저상버스는 부족하거나 아예 존재하지 않았다. 강원도내 12개 시·군에는 아직까지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다. 올림픽 개최에 쏟아부은 돈은 지역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에서의 이동권과 접근권 보장을 위해 사용되었어야 했다. 강원도는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복지예산을 우선 삭감했다. 개최 예산 증가로 대학생 등록금 지원 예산, 지방 의료원 지원 예산, 무상급식을 위한 예산은 모두 삭감되었다. 


올림픽 사업을 위해 공공자원이 우선 배치되는 일은 이번 하계올림픽에서도, 지난번 하계올림픽에서도 일어났다. 특히 대중교통과 같은 일상적인 사회 필수 자원이 전용되는 문제는 주요 장소들이 도심지에 위치한 하계올림픽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번 하계올림픽이 개최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대중교통은 공휴일 체제로 전환되었고, 정류장이 폐쇄되거나 노선이 변경되기도 하였다. 올림픽 손님들을 위한 장소에는 새로운 셔틀버스가 배치되어 순조롭게 운행되었으나, 노동자와 주민들, 특히 파벨라(빈민가)의 주민들은 일상을 이어나갈 수가 없을 지경이었다. 도쿄 도내 곳곳에서는 올림픽으로 인한 버스 운행 중단 및 노선 전환 배치가 시행되었다. 올림픽이 개최되든 말든, 매일의 노동과 생활을 이어가야 하는 사람들은 큰 곤란을 겪고 있다. 


감염병 확산으로 인한 위기가 고조되자 일본의 의사와 간호사들은 물론이고 세계의 보건의료전문가들이 앞다투어 나서서 올림픽 개최를 즉각 멈추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했다. 확산세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으며, 병상이 없어 입원하지 못하는 환자들도 많다. 보건의료체제는 거의 한계에 달해 있는데도 많은 의료자원이 올림픽 대응에 동원되고 있다. 2021년 7월 27일까지 일본에서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으로 사망한 사람은 총 1만 5152명이다. 


올림픽은 항상 인류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표면에 내세운다. 올림픽 헌장에는 근사한 말들이 가득하다. 마치 올림픽을 통해 “함께” “연대”하며 “위기를 극복”하는 미래를 만들고, “우리가 가는 길에 비치는 희망”을 찾아서, “다양성과 조화”, “평등”을 실현할 수 있을 것만 같다. 그러나 매번 올림픽이 개최될 때 마다 실제로 구현되는 것은 “올림픽 사업에 대한 독점적 권리”와 “잠재적 수익”을 최우선으로 하여 “재산을 보호”하고 “재정적인 주도권을 잃지 않”도록 하는 이윤 우선주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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