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재해의 악순환을 멈추자 3. 면죄의 전당


고속철도 진부역은 평창올림픽 개최 당시 주요 교통거점이었다. 올림픽 개최 기간 내내 진부역에서는 '지구 살리기' 전시회와 '나무심기' 기금 마련 캠페인이 열렸다. 후원을 하면 '올림픽 공식 나무심기 캠페인' 이름으로 사막지역에 나무를 심고, 기금을 활용해 가리왕산과 백두대간을 복원할 거라고 홍보했다. 올림픽 개발사업을 위해 가리왕산 보호구역을 해제한 산림청이 협력한 캠페인이었다. 모니터에서는 사막의 생태가 회복되는 모습을 담은 미디어아트가 끊임없이 재생되고 있었다.



평창올림픽이 '환경올림픽'을 표방하며 모범적 사례로 든 것은 2012 런던올림픽이었다. '지속가능성'을 화두로 내세운 런던올림픽조직위는 '지속가능 납품원칙'을 통해 엄격한 윤리적, 환경적 기준에 부합하는 기업만이 후원이나 공급을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런던올림픽에서 수여된 4700개 메달 원자재의 99%는 리오틴토의 케네코트 광산에서 생산되었다. 케네코트 광산은 세계 최대 규모의 노천광산으로 미국 유타주에 위치해있으며, 인접한 솔트레이크시티 지역의 최대 규모 단일 오염원이다. 매년 3톤의 납을 비롯한 여러 중금속이 대기로 방출되고, 비소 등 유독물질을 함유한 폐기물 유출사건이 여러차례 발생해왔다. 지역의 보건전문가들과 시민단체는 리오틴토의 사업장과 주민들의 건강 악화 사이에 직접적인 개연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리오틴토는 170억원을 들여 올림픽 스폰서가 되었고, 40억명 이상이 시청하는 올림픽 중계를 통해 녹색 기업 이미지 홍보에 온 힘을 기울였다.


2000년부터 친환경 녹색 이미지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시작한 BP는 사회적 규정이나 법보다 산업의 자율적 책임이 중요하다는 주장을 펼치며, 기후보호 정책과 석유채굴 규제를 반대하는 정치인들에게 거액을 기부해왔다. BP는 2007년부터 현존하는 석유 채굴 방법 중에 가장 오염이 심하고, 많은 독성물질을 남기고, 기후에 해롭고, 돌이킬 수 없이 광범위한 환경파괴를 야기하는 타르샌드 오일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2010년 4월, 멕시코만에서 BP의 하청업체가 작업중이던 시추선 딥워터호라이즌이 폭발해 11명이 사망하고 1500만리터 이상의 원유가 바다로 쏟아져나왔다. 당시 유출된 원유와 타르 덩어리들은 아직도 해변과 바닷속에 남아있다. BP는 런던올림픽의 스폰서 기업이다.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산업재해인 보팔 유독가스 유출사고를 일으킨 유니온카바이드사의 지분 100%를 소유한 다우케미컬은 지금까지도 올림픽 최고등급의 스폰서로 협력하고 있다. 사고가 일어난지 30년이 넘게 지났지만 피해자에 대한 보상은 커녕 지역 정화 작업도, 심지어 유출된 물질의 정확한 성분 공개도 이루어진 바 없다. 피해자와 유족들은 지금도 진상규명과 피해회복을 위해 계속 싸우고 있다. 런던올림픽 개최 당시 인도에서 다우와의 후원계약 철회를 요청하며 항의하였으나, 올림픽위원회는 공식성명을 통해 "다우케미컬은 보팔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답변하였다. 


한국에는 문자 그대로의 '올림픽 면죄부'를 적극 활용한 범죄자들도 있다. 20세기 최대의 탈세범인 한진그룹 전 회장 조양호는 유치위원장으로서의 공로를 이유로 사면받았다. 분식회계와 증권거래법 등을 위반하여 유죄를 선고받은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역시 올림픽 유치에 결정적 기여를 했다며 사면받았다. 그리고 2009년에 이들은 입을 모아 역사상 최대 규모의 경제범죄를 저지른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사면을 강력하게 주장했다. 올림픽 최고등급 스폰서 기업인 삼성전자의 회장이자 IOC 위원이었던 이건희는 특별사면을 받았다.


'지구와 사람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중시한다는 도쿄올림픽의 주경기장 건설에는 멸종위기에 처한 오랑우탄의 서식지인 보르네오의 숲을 비롯한 열대우림에서 불법벌목된 나무가 사용되었다. 도쿄올림픽에 목재를 납품하는 신양과 코린도는 불법방화와 인권침해로도 악명이 높다. 지역 주민들은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토지에 대한 권리와 공동체, 그리고 숲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일본정부는 올림픽을 유치할 때부터 '원전 사고로부터 부흥하는 올림픽'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지금은 같은 논리로 '판데믹을 극복해내는 올림픽'이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후쿠시마 지역은 오염 제거 작업도, 사고 수습 작업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이다. 일본 정부는 '귀환곤란구역'을 일부 해제하고 피난민들에 대한 지원을 중단해왔다. 원전사고 피해자들은 이것이 단순한 비용의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우선시하고, 어떤 것에 책임을 지느냐의 문제라고 말한다. 원자력 공학자이자 탈핵 활동을 하고 있는 고이데 히로아키(小出裕章)는 여전히 '원자력 긴급사태'가 선언되어 있는 상태에서 개최되는 도쿄올림픽에 동참하는 이들이 참가자들을 피폭의 위험으로 내몰고 일본이 행한 범죄의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개막을 이틀 앞둔 7월 21일에 후쿠시마의 아즈마 야구장에서 실질적인 올림픽 첫 경기가 개최되었고, 대부분의 각국 언론들은 아무렇지 않게 통상적인 스포츠 중계를 시작했다. 올림픽워싱과 그린워싱은 올림픽 사업의 협력자들을 누구보다도 강한 결속력으로 묶어주며, 올림픽으로 하나된 세계를 이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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