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재해의 악순환을 멈추자 2. 참혹한 승리

2013년 6월, 문체부가 올림픽 시설 공사를 위해 가리왕산의 개발 허가를 요청한지 한 달 만에, 산림청은 78만 헥타르(ha)의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올림픽특별법에 의거해 사전환경성검토는 면제되었다. 환경영향평가서에는 실제하는 노거수의 3분의 1만이 기록되어 있었고, 보호종 동물의 서식은 누락되어 있었다. 졸속으로 진행되었다는 의혹이 불거진 환경영향평가 조차도 가리왕산의 보존가치를 주요하게 언급하며 철저한 복원계획 수립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올림픽이 끝나면 리프트 등의 시설은 전부 철거하고 추가적인 개발은 "반드시 제한"해야 한다고 명시했다.



2014년 8월, 가리왕산에서 불법 벌목으로 올림픽 경기장 공사가 시작되었다. 불과 한 달 전에 정부 주최로 가리왕산이 정말 복원이 가능한지를 논의하는 회의가 열렸었다. 당시 정부 담당자도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니 복원에 100년 이상이 걸릴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었고, 구체적인 복원계획은 수립되어 있지 않았다. 하루 만에 7백 그루가 베어졌다. 일주일 만에 제일 중요한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의 나무 대부분이 잘려나갔다. 이는 시작일 뿐이었다. 9월부터 공사는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사라졌다.  


가리왕산은 3개 이상의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어떠한 민간 개발사업이나 국책사업이 불가한 숲이었다. 오랫동안 형성되어온 고지대 원시림에는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자연서식지를 찾아보기 어려운 희소한 수목들과 그들의 군락이 다양한 형태로 자리잡고 있었다. 독특한 지형과 기후, 거기에 깃든 생물들이 이루고 있는 복잡하고 아름다운 서식지는 생태적으로도, 유전자원으로도 매우 중요한 숲이었다. 세계적인 기후위기로 북방계 식물 서식지의 보전 필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가리왕산은 우리가 더 이상 잃을 수 없는 마지막 보루였다. 가슴높이 지름이 1.23미터에 이르는 한반도 최대의 들메나무도, 밑동 지름이 1.13미터에 이르는 국내 최대의 왕사스래나무도 모두 사라졌다. 



올림픽 사업에 밀려난 것은 오래된 숲만이 아니다. 가리왕산 아랫자락 숙암리 마을 주민들은 올림픽 손님들을 위해 빨리 호텔을 지어야 한다고 쫓겨났다. 올림픽이 멀지 않았다며 이주단지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쫓겨난 주민들은 폐교에서 1년을 지내야 했다. 강원도에서 평생을 살아왔다는 노인은 살면서 그렇게 춥고 혹독한 겨울은 처음이었다고 말한다. 자기 집과 땅을 가지고 있던 주민들 중에서도 일부인 11가구만 이주단지에 들어갈 수 있었고, 세입자들은 겨우 이사비용만 손에 쥐고 나와야 했으며, 농지와 생계수단을 잃은 주민들은 새로 삶의 터전을 꾸리기 위해 수천만원의 빚을 져야 했다. '올림픽을 위해서' 서둘러 지은 호텔은 올림픽이 개막할 때까지 개장도 하지 않았고, 동계올림픽과 패럴림픽이 모두 끝난 7월에서야 영업을 시작했다. 


산림청이 "전면 복원"을 전제조건으로 강원도에 국유림 사용을 허가한 기한은 2018년 12월 31일까지였다. 숲을 원래대로 되돌려놓겠다는 약속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휴지조각이 되었다. 진작 수립되었어야 했던 구체적인 복원계획은 아직까지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가리왕산은 여전히 황무지로 남아있다. 


애초에 단 한 그루의 나무도 베어내지 말았어야 한다. 처음부터 단 한 사람도 쫓겨나서는 안되었다. 올림픽은 누가 있든 신경쓰지 않고 같은 논리로 우리의 서식지를 상품화한다. 거기에 우리의 미래를 지켜낼 숲이 있든, 평생을 뿌리내려온 삶이 있든 개의치 않는다. 단지 그 자리에서 고수익의 행사를 개최하고, 협력자들에게도 높은 투기 수익을 보장한 뒤에 또 다른 개최지로 떠나면 그만이다. 착취와 억압을 전제 조건으로 이익을 얻는 올림픽 사업자들은 개최지의 법률보다 강한 힘으로 제도 위에 군림하며 개발 논리의 승리를 선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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