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재해의 악순환을 멈추자 1. 진정한 올림픽 유산
중앙정부는 '성공 개최'를 자축하고, 평창올림픽을 유치한 도지사는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을 역임하며, 개최 당시의 도지사는 재선에서 압승을 거둔 뒤 대권 주자로 경선에 나서는 동안 지역에는 어떤 '올림픽 유산'이 남겨졌을까?
올림픽을 위해 조성된 알펜시아 리조트는 강원도에 1조원의 빚더미를 남겼다. 알펜시아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는 우수지방공기업이던 강원도개발공사는 불어나는 부채로 매년 공기업평가 하위등급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으며, 도민복지와 공공복리를 위한 신규사업을 거의 추진하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다. 알펜시아는 막대한 공적자금을 들여 지어졌고 공기업의 자금으로 운영되어왔지만 누적되는 부채를 감당하지 못해서 수차례 민간 매각이 추진되었다. 그러나 경제성이 미비하여 입찰에 나서는 기업이 거의 없었기에 매번 유찰을 면치 못했다. 올해 6월 말에 진행된 5차 입찰에서 매각이 결정되었으나, 낙찰 금액은 공사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100억원이었으며, 매각 과정에서 담합 의혹이 일어 부정입찰 여부에 대한 조사가 진행중이다.
매번 알펜시아 문제가 불거질 때 마다, 정부도 언론도 마치 알펜시아가 올림픽 문제와 무관한 골칫거리인 것 처럼 다루곤 한다. 알펜시아 리조트는 평창올림픽조직위 위원장을 역임한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재임 시절에 지역의회와 시민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유치를 위한 핵심기반시설이라는 명목으로 건설을 강행하여 2009년 완공된 시설이다. 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윤세영 전 강원도민회장이 소유한 사업체인 태영건설에서 시공을 맡았다.
알펜시아 뿐만 아니라 올림픽 유치 이후 강원도 전역에서 진행된 올림픽 개발사업들은 경제성과 타당성에 대한 근거가 없고 환경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비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토지 수용과 예산 집행 과정에서의 비리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그러나 올림픽조직위는 단 한 차례도 투명하게 예산, 결산 내역을 공개한 적이 없다.
올림픽을 유치하는 세력들이 매번 내세우는 것 중 하나가 지역경제 활성화다. 특히 상대적으로 낙후된 지역에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공직자들은 이 논리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런던에서, 평창에서, 파리에서 한 목소리로 "올림픽이 지역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외치며 장미빛 미래를 약속한다. 전국 지자체의 평균 재정자립도는 10여년간 50% 전후였으며, 강원도의 재정자립도는 올림픽 유치 이전에도 상대적으로 낮은 27% 정도였다. 올림픽 특별법으로 인해 개최 예산의 75%를 중앙정부가 부담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 비용은 강원도의 재정적자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다. 유치가 결정된 이후 본격적으로 올림픽 사업이 진행되며 재정자립도는 20% 밑으로 떨어졌다. 이 수치는 매년 더 낮아지고 있으며, 올해의 강원도 재정자립도는 14.3%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올림픽 개발사업은 멈추지 않았다. 2032년까지 진행될 예정인 올림픽 특구 사업으로 자연보호구역과 개발제한구역이 해제되며 각종 특혜 속에서 거대 자본의 호텔과 리조트 건설이 계속되고 있다. 일부 사업지에선 '올림픽을 위해서'라는 명목으로 강제수용도 진행되었다. 또 다른 사업지에서는 건설 사업조차 진행하지 않고 사업자를 변경해 부동산 수익만 챙기기도 하였다.
누군가는 그래도 올림픽을 계기로 지역의 인프라가 개선되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우리 사회는 필요한 공공사업을 민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절차를 갖추어놓았다. 새로운 공공사업은 적절한 절차를 거쳐 진행할 수 있고, 절차가 미비하여 필요한 사업을 진행할 수 없다면 그 절차를 개선하는 것이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 방향일 것이다. 아무런 자격도 없이 우리의 공적자원에 기생하는 올림픽 사업자들을 끌어와 불투명한 거대사업을 마구잡이로 진행할 이유가 없다.
'올림픽'이라는 마법의 단어로 많은 사업자들과 투자자들이 제 배를 불리고, 정치인과 유력인사들은 화려한 이력을 쌓는 과정을 보며 다른 기업과 정치인들도 꿈을 갖기 시작했다. 공적 감시를 피해, 사회적 책임에서 벗어나 최대의 이익을 향해 가겠다는 꿈 말이다. 많은 지자체는 이 진정한 올림픽 유산을 계승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서울은 시장이 바뀌었어도 계속해서 2032년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으며, 광주와 대구는 2038년 아시안게임을 공동 유치하겠다고 공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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