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에 빼앗긴 도시를 되찾자



 50일 뒤에 개막할 예정인 도쿄올림픽은 지금이라도 멈춰야 하는가? 우린 "그렇다"라고 대답한다. 그럼 도쿄가 아닌 다른 곳에서 올림픽이 개최된다면 괜찮은가? 우린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다. 올림픽 개최가 예정된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올림픽 재해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도쿄 시내에 위치한 오래된 대규모 도심 녹지이자 도립공원인 요요기(代々木) 공원에서 대대적인 전정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는 3만 5천명을 수용하는 규모의 올림픽 야외 응원장 공사를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6월 1일부터 본격적인공사가 시작되었고, 공사 계획에 의하면 더 많은 나무들이 베어질 예정이다. 10만명 이상이 공사 반대 서명에 참여하고 해당 공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도쿄도는 공원에 군중이 모이는 응원장을 설치하지 않고 백신 접종 장소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발표가 난 이후에도 요요기 공원에서는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도쿄올림픽 관련 사업으로 도심 녹지가 파괴되고 공공영역이 폐쇄되는 것은 요요기 공원에서 처음 벌어진 일이 아니다. 도쿄올림픽 유치가 확정된지 불과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았던 2013년 10월에 도립공원인  메이지(明治) 공원에는 공원폐쇄 및 퇴거 통지서가 나붙었다. 누군가의 보금자리이자 모두의 공간이던 메이지 공원에 대한 관리 권한은 도쿄도에서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로 넘어갔고, 2016년 4월에 JSC는 모든 대화와 협상을 일방적으로 중단하고 폭력적인 강제퇴거를 집행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신국립경기장을 서둘러 지어야만 한다는 이유였다. 생존권을 위협받은 노숙인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연대인들은 부당한 강제퇴거에 맞서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으며 올해 3월에 10번째 재판이 진행되었다.

구립 미야시타(宮下) 공원에는 100여채의 노숙인 주거지가 있었지만 개발사업이 착수되며 이들은 모두 쫓겨났고, 2017년 3월 27일에 어떠한 공고나 통보도 없이 공원은 완전히 폐쇄되었다. 일본에서 최고의 수익을 올리는 부동산 개발회사 중 하나인 미츠이(三井) 부동산 주도로 해당 부지에는 5층 짜리 쇼핑몰과 18층 짜리 호텔이 포함된 ‘MIYASHITA PARK’라는 이름의 복합 상업시설이 들어섰다. 사업자 측은 공원을 없앤 것이 아니라 '새로운 미야시타 공원'으로 탈바꿈한 것이라고 말했지만, 쇼핑몰 옥상에 있는 공원은 그저 사유화된 정원이 되었을 뿐이다. 야간 출입은 아예 금지되었고 쇼핑몰 사설 경비원이 출입을 통제한다. 이전의 공원에서 자유롭게 열렸던 집회나 시위는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해당 시설은 올림픽을 위해 '환대하는 거리'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시부야구 전반에 걸쳐 실시되는 재개발 사업의 일부다.


후쿠시마에서 성화봉송이 출발한 3월 25일, 2028년 하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인 로스앤젤레스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수백명의 사람들이 에코파크(Echo Park) 호수 근처에 모였다. 대대적인 강제집행이 예고되었기 때문이다. 거주인들과 연대인들은 종일 기자회견과 적극적인 항의 행동을 이어갔다. 오후 8시 무렵, 경찰차 60대와 경찰버스 2대, 무장한 경찰병력 400여명이 투입되어 5시간에 걸쳐 폭력적인 집행이 이루어졌다. 다음날 아침에 공원 주변에는 높은 울타리가 둘러쳐졌고 전날 밤에 공원에서 떠나지 못한 노숙인들은 사실상 감금된 상태에 놓였으며 급수대와 공중화장실 등 필수 공공시설의 이용은 제한되었다. 에코파크 호수 인근 지역에서는 올림픽에 의한 대대적인 개발사업으로 급격한 젠트리피케이션이 진행되고 있고, 해당 지역구의 시의원인 미치 오파렐(Mitch O'Farrell)은 LA올림픽조직위 특별위원회의 위원장직을 맡고 있다. 에코파크에서 뿐만 아니라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는 '위생'과 '공중보건'을 명목으로 CARE+라는 노숙인 강제퇴거 프로그램이 매일같이 진행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84년 올림픽을 앞두고 '거리정화'라는 이름으로 노숙인과 빈민에 대한 대규모의 폭력적인 강제퇴거가 진행된 바 있다. 당시에 노숙을 범죄화하기 위한 많은 조례와 법안이 제정되었고, 이를 집행하는 부서와 경찰병력에 대한 자금 지원은 계속해서 증가해왔다. 2020년에 로스앤젤레스 경찰청에 투입된 예산은 시 전체 일반 예산의 54%에 달했다. 로스앤젤레스의 평균 주택 임대료는 최저임금 노동자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가파르게 상승해왔고, 시내에는 최소 3만 4천명에 이르는 비주택 거주인이 살고 있다.


파리 북동쪽 센생드니(Seine-Saint-Denis) 주에서는 2024년 올림픽을 앞두고 광범위한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수백명의 노동자가 모여 살던 공동주거지가 퇴거되는 등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새로운 기차역과 수영 경기장 건설이 예정된 장소에는 1935년부터 주민들이 가꾸어 온 오베르빌리에(Aubervilliers) 노동자 텃밭이 있다. 올림픽 미디어 빌리지가 들어설 장소에는 유럽연합 지정 자연보호 구역이자 주립공원인 에르드방(Aire des Vents) 공원이 있다. 주민들은 지역 사회의 주요 거점에 대한 파괴를 막고자 올림픽 건설 사업이 포함된 지역도시계획에 이의를 제기하는 소송을 시작했다. 그러나 부당한 사전철거작업이 이루어졌고, 공원을 지키려는 사람들이 5월 23일부터 점거에 들어갔다. 해당 사업을 진행하는 개발회사 솔리데오(SOLIDEO)는 앞으로 더 많은 녹지와 주택을 공급할 계획이고, 올림픽으로 만들어지는 체육 시설이 지역 사회에 유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올림픽 수영장을 건설하고 유지하는 비용을 지역이 감당할 수 없을 것이고, 단순히 면적으로 비교하여 오래된 녹지의 가치를 평가하는 것은 생태적 몰이해에 지나지 않으며, 이미 주택 임대료가 상승하고 있기에 올림픽 사업이 종료된 뒤에 지역 주민 누구도 개발사업지에 재정착할 수 없을 거라고 지적한다. 또한 누구나 특별한 비용이나 자격없이 접근하여 사회적 관계망에 연결될 수 있는 공공영역이자 보호종 생물들의 서식지인 이 공원들이 대체가능한 거래 대상이 아니라고 이야기한다.


모두를 위한 공공영역을 사적 이윤 창출의 장으로 활용하는 올림픽 사업은 빈곤의 범죄화, 주거권의 약화, 노숙인 배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차별을 야기한다. 이는 올림픽에 부수적으로 수반될 수도 있는 작은 부작용이 아니라 올림픽 산업의 핵심이자 필수 조건이다.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또 개최될 모든 곳에서 벌어지는 비슷한 문제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진다. 올림픽 재해에 의해 막대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이 사업을 운용해 이익을 얻는 자들과 가장 먼 곳에 있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가난하고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다. 올림픽 사업자들은 한 번도 구체적으로 실현하거나 입증한 적이 없는 모호한 '올림픽 정신'을 내세워 모든 사회적 절차를 뛰어넘어 절대적인 지위를 누리려 하는 동시에, 주요 상품인 올림픽이 무해한 국제체육대회일 뿐이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한다. 그뿐만 아니라 올림픽의 횡포에 맞서는 저항 행동이 나타날 때 마다, 그들은 개최지의 권력자들과 공모하여 만들어낸 근거없이 과장된 슬로건을 내세워 올림픽 사업이 고귀한 미덕들과 동등한 당위를 가진 것 처럼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만든다. 올림픽이 내세우는 공허한 단어들과 올림픽에 의해 실제 자행되는 파괴가 대립되는 선택지이며, 마치 대중이 그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런 비교 자체가 올림픽 사업의 본질을 가리기 위한 기만일 뿐이다. 다시 질문을 해 보자. 올림픽 사업자들과 협력자들은 우리의 공공영역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자격을 가지고 있는가? 자신의 이권 사업에 대해 어떤 형태든 책임을 지는가? 그들의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이 우리의 기본권과 생존권에 우선하는가? 우리는 이 모든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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