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복지원 사건의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촉구한다


3월 11일, 형제복지원 원장 박인근의 특수감금형의에 대해 무죄가 선고된지 32년만에 대법원의 형제복지원 사건 비상상고심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관 4명의 전원일치로 기각되었다. 피해자들은 오랜 시간 기다려왔던 상고심이 기각된 것에 대해 분노와 슬픔을 감추지 않았으며, 누군가는 “국가가 우리를 두 번 버렸다”고 외치기도 했다. 대법원은 판결을 통해 “국가기관의 주도로 건전한 도시 질서를 확립한다는 기치 아래” “대규모 인권 유린이 행해졌음”을 인정했고, “구체화된 피해 회복 조치가 취해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의 입장이 판결에 상당히 반영되었으며, 이를 통해 앞으로 과거사위 조사를 통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으로의 긍정적인 발받침이 마련되었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 판결의 논리가 1989년의 판결과 다를 바가 없으며, 법관들의 무결주의가 과거 판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기계적으로만 법리를 해석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았다. 

1971년부터 박인근 원장이 부랑인 수용시설로 운영했던 형제복지원은 1975년 군사독재정권에서 제정된 내무부 훈령을 바탕으로 부랑인을 단속하고 격리할 권한을 얻었다. 약 4천여명이 감금되어 무임금 강제노역, 학대, 폭행에 시달렸으며, 1988년에 시설이 폐쇄될 때까지 공식적으로 집계된 사망자 수만 513명(형제복지원대책위 자체 조사 결과 551명)에 이른다. 수용자 일부는 정부기관에 의해 끌려왔으며, 대다수는 경찰에 의해 구금되었다. 1986년 시작된 수사는 정부 고위 관계자들의 직접적인 방해로 제대로 실시할 수 없었으며, 박인근 원장은 일부 횡령 혐의에 대해서만 유죄 판결을 받았다. 당시 형제복지원에서 피해자들의 강제노역으로 생산된 물품은 각국으로 수출되어 막대한 수익을 냈으며, 박인근 원장과 일가족들은 재단을 통해 최근까지도 복지시설과 학교를 운영해왔다. 


본인의 동의는 물론, 어떠한 적법한 절차도 없이 불특정 다수를 무작위로 강제수용할 수 있었던 내무부 훈령 410호는 1980년대에 적극 활용되었다. 1981년 전두환 정권은 부랑인 단속을 직접 지시했고, 1986년 아시안 게임과 198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올림픽 등에 대비, 관광객들에게 깨끗한 인상을 주고 국민들의 불쾌감을 없애기 위해” 약 1만 6천명을 무작위로 잡아가 전국 36개 시설에 강제 구금했다. 구금 시설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형제복지원의 실태가 알려지고 수사와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사회정화 프로그램’은 계속 작동했다. 민관합동의 ‘생활 올림픽 추진단’이 구성되어 단속을 실시하고, 총리실 산하 ‘올림픽 특별 점검반’이 ‘주요지역 악취제거 조치’와 ‘부랑인 일제 단속’을 시행했으며 전국 각지에 수용 시설을 늘려갔다.


형제복지원 사건을 지나간 군사독재시기의 야만일 뿐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또 다시 올림픽이 개최될 때까지, 이 사건에 대해 책임을 진 이는 단 한 사람도 없었고 이에 대한 처벌은 단 한 건도 집행되지 않았다. 그 동안 박인근은 천수를 누리다 죽었고, 당시 수사를 방해했던 고위직 검사들은 여전히 주요 정치인으로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예비타당성조사를 무력화시키는 초법적 예산집행으로 대규모 건설사업을 가능하게 하고 각종 인허가 면제 및 특례를 제공하며 국유림 개발사업의 길을 열어준 올림픽 특별법 제정이 속전속결로 추진될 즈음, 비슷한 시기에 형제복지원 피해사건 진상규명 법률안(이하, 형제복지원 특별법)도 발의되었다. 그러나 올림픽 특별법이 빠르게 통과되어 수십조 규모의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올림픽도 개최되고, 개최 이후에도 올림픽 유산 운운하며 수차례 재개정되며 앞으로의 개발사업을 위한 탄탄한 밑바탕이 완벽하게 마련되는 동안에도, 형제복지원 특별법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생존자들이 국회 앞에서 4년을 넘게 농성을 지속해오던 작년 5월에서야 진상규명의 첫걸음이 될 법안은 겨우 제정되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30년 동안 정부가 외면해 온 국가폭력의 실상을 명확하게 조사하여 드러내고, 그에 책임이 있는 자들이 타당한 처벌을 받기를 바란다. 더불어 피해 생존자들의 온전한 회복과 삶을 지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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