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멈춰라 Stop Playing Games 온라인 토론회 2 : Olympic Disaster (평창)
‘노올림픽 로스앤젤레스(NOlympics LA)’는 6월 한 달 동안 올림픽 반대 운동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합니다. 6월 14일에는 평창올림픽반대연대에서 올림픽과 환경파괴에 대한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라운드 게임 로스앤젤레스(Ground Game LA)와 노올림픽 로스앤젤레스(NOlympics LA)에서 활동하고 있는 스파이크 프리드먼(Spike Friedman)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오전 10시(한국시간)에 시작된 토론회는 1시간 40분 가량 이어졌으며 약 44명(최대 참가 인원 59명)이 함께했습니다.
사회자 : 지난번 토론회는 서로 간의 대화를 중심으로 진행되었지만 오늘은 발표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나는 노올림픽 로스앤젤레스의 구성원들과 함께 작년 도쿄에서의 올림픽 반대 국제연대 행동에 참가했고 평창올림픽반대연대의 구성원들과 만났다. 한국 동료들의 관점과 활동을 통해 우리가 로스앤젤레스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시사점을 찾을 수 있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 : 발표는 두 가지 주제에 대한 내용이다. 첫 번째 주제는 한국 근현대사와 올림픽이다. 한국이 일제 식민치하에 있던 1936년에 개최된 베를린 올림픽에서 손기정 선수는 마라톤 세계신기록을 갱신하며 금메달을 땄다. 그러나 손기정 선수는 가슴에 일본 국기를 달고 시상식에 참가해야 했고 언론이 보도 사진에서 일장기를 삭제한 ‘일장기 말소 사건’이 있었다. 해당 신문은 이후 일제에 의해 무기정간 처분을 받는다. 해방 이후에는 군사독재 치하에서 정부 주도의 전국적인 개발 사업이 진행되었다. 박정희의 군부독재 다음에 이어진 전두환의 신군부 정권에 맞서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이 일어났고, 1980년 5월에 계엄군은 광주를 봉쇄하여 수백명을 학살했다. 이로부터 한 달이 지나고 이토추 상사의 회장이자 우익 전범인 세지마 류조와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인 고토 노보루는 전두환에게 정권의 기반을 다지기 위한 수단으로 올림픽 개최를 제안했다. 올림픽 사업의 이권에 직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는 재벌 기업인 현대, 대우, 한진, 한양 등의 적극적인 협력을 바탕으로 1981년에 1988 서울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었다. 1986 아시안 게임과 1988 올림픽이 연이어 개최되며 서울을 중심으로 대규모 개발 사업이 진행되어 70만명 이상이 강제이주되었고, 폭력적인 강제철거 과정에서 최소 30명이 사망했다. 한편 끊임없는 민주화 항쟁의 과정에서 경찰의 강압적인 진압과 정부기관의 구금, 고문, 폭력에 의한 희생자들이 발생했고, 그들의 사망에 분노한 시민들의 저항이 더욱 거세어졌으며 1987년에 마침내 군사 정권의 막을 내리고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룰 수 있었다. 수많은 이들의 노력과 희생으로 민주적 헌법에 입각한 정부 체제로서의 첫 발을 내딛을 수 있었지만 이듬해 개최된 올림픽은 이 모든 성취를 마치 올림픽의 영광처럼 선전했으며 이 선전은 성공했다. 이후 많은 정치인들과 개발기업들은 끊임없이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최에 몰두했다. 1999 강원 동계아시안게임, 2002 한일 월드컵과 부산 아시안게임, 2003 대구 유니버시아드, 2014 인천 아시안게임,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 2018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수많은 메가스포츠이벤트가 전국에서 개최되었다. 그리고 평창 올림픽을 개최한 강원도는 2024년 청소년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2032년 올림픽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다음은 평창 올림픽에 대한 부분이다. 평창 올림픽을 위해 제정된 올림픽 특별법에 기반하여 환경에 대한 부정적 영향과 타당성 부족으로 인해 실행되지 않았던 수많은 개발사업이 추진되었다. 특별법으로 행정 절차들은 면제되었고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은 생략되었으며 진행 과정에 대한 정보는 공개되지 않았다. 그 결과 당초 8조 8천억원 규모였던 올림픽 예산은 13조원 이상으로 증가했으며, 그 중 약 9조원이 올림픽과 직접 관련이 없는 건설 사업에 투입되었다.
가리왕산은 15세기 초부터 국가 보호림으로 보존되어오며 남한에서 보기 드문 원시림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었고 2008년에 국가보호산림으로 공식지정되었다. 그러나 2011년에 평창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2013년에 산림청은 원상 복구를 약속하며 보호 구역을 부분 해제했다. 2014년에 벌목이 시작되어 최소 5만 8천 그루 이상의 나무가 베어졌다. 지속적으로 가리왕산에서 식생 조사를 하고 있는 환경단체는 실질적으로 10만 그루 이상이 베어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식민지배와 전쟁을 거치며 오래된 숲의 대부분이 소실된 한국에서 가리왕산과 같은 원시림의 존재는 매우 중요하다. 가리왕산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신성한 숲으로 여겨져왔다. 가리왕산 아랫자락에 위치했던 숙암리 마을 주민들을 강제이주시킨 뒤 그 자리를 올림픽 특구로 지정하여 두 개의 호텔이 들어섰다. 올림픽과 아무 관계없이 개발기업에 일방적인 특혜를 주는 올림픽 특구 사업은 지금도 여전히 계속되고 있으며 2032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빙상 경기가 개최된 강릉에서도 도립공원 보호 구역을 부분 해제하여 호텔과 리조트 건설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이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사회자 : 올림픽 특별법과 같은 경우를 다른 개최지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여기 캘리포니아 주에서도 올림픽과 관련된 건설 사업은 환경보호법 적용을 면제받는다.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측은 이러한 예외적인 특권을 확대하고자 하지만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폭넓게 적용되지 않는 상황이다.
참가자 1 : 미국에서도 캐나다, 멕시코와 공동으로 2026년 월드컵을 유치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월드컵과 올림픽을 모두 경험한 한국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러한 메가스포츠이벤트에 어떻게 저항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평창올림픽반대연대 : 월드컵은 전국적인 규모로 경기가 개최되기에 더 광범위한 환경파괴와 강제이주의 문제가 발생한다. 2002년 월드컵 경기장을 건설하며 제주 지역에서도 심각한 환경파괴가 일어났지만 이에 단호히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이는 드물었다. 평창 올림픽은 유치 당시부터 많은 문제점들이 지적되었고 특히 경제적 손실에 대해서 비판적인 목소리들이 있었지만 사회 전반에 걸친 강력한 국가주의적 영향력에 의해 올림픽 개최를 합리화하는 목소리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으며 결국 개최에 이르게 되었다.
거리에서나 여러 장소에서 올림픽 문제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이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았고 화를 내는 사람들도 많았다. 우리는 직접 사람들과 만나며 올림픽이나 월드컵과 같이 우리에게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일은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해 직접 목소리를 낼 수 있다는 공감대를 넓혀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참가자 2 : 올림픽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언론은 이러한 문제들을 어떻게 다루었는가?
평창올림픽반대연대 : 1988 서울 올림픽에 대해 부정적인 영향이나 강제퇴거의 문제를 보도하는 매체는 거의 없었다. ‘상계동 올림픽’이라는 독립 다큐멘터리가 제작되었고 여러 그룹에서 소책자 등으로 이 문제를 알리려는 시도를 계속했지만 충분히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당시에는 정보 공유에 어려움이 많았고 주류 매체들은 올림픽에 대한 비판적인 내용을 다루지 않았다. 평창 올림픽 개최 당시에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에 대한 이야기들은 비판적인 관점 조차도 올림픽 개최를 긍정하려는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다.
참가자 3 : 그처럼 올림픽의 수익이 현저히 적었다면 올림픽 개최에 따른 이득은 무엇이었나?
평창올림픽반대연대 : 당연히 주민들에게는 아무런 이득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대형 건설사 등의 기업들은 정부 주도의 올림픽 개발 사업 수주를 통해 개최 과정에서 이미 큰 이윤을 얻었다. 또 부동산 투자자들도 막대한 수익을 얻었다. 메가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중앙정부가 지역 개발사업에 돈을 쏟아붓고 개발기업들과 부동산 투자자들이 이익을 얻는 방식 자체가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사회자 : 미국같은 경우에 기반시설 건설이나 보안에 관련된 예산은 통상적으로 올림픽 예산에 포함되지 않는데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평창올림픽반대연대 : 통상의 행정 절차에 의해 기반시설 건설이나 보안 예산 집행이 수행된다면 올림픽 예산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올림픽 특별법에 의거한 매우 예외적인 절차에 의해서만 집행될 수 있었던 예산이고, 최소한의 민주적 의사소통 과정도 생략하고 불투명한 절차를 통해 오직 올림픽을 위해서만 진행되는 사업이기에 우리는 이에 문제를 제기한다.
참가자 4 : 올림픽 폐지 운동은 지속가능하고 환경친화적이어야 하는 동시에 공동체 내 취약계층을 비롯한 모든 이들의 안녕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보다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싶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왜 올림픽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지, 왜 국경을 넘어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하는지, 무엇을 바꾸고자 하는지 궁금하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 : 올림픽이 강화시키는 억압적인 관념들, 예를 들어 성별 이분법, 장애와 비장애의 분리, 승자 독식주의, 국가주의 등은 이 범주 밖에 존재하는 자들을 억압하고 소외시키며 사회적으로 잘못된 메세지를 전달한다.
우리는 종종 전혀 다른 문제로 여겨지곤 하는 쫓겨나지 않을 권리를 지키는 일과 환경파괴에 맞서는 일이 같은 것이라고 생각한다. 억압을 통해 이익을 얻는 자들은 서식지를 빼앗고 환경을 파괴하며 이윤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사람들의 자리를 빼았는다. 2008년에 하계올림픽을 개최하며 이루어진 대규모 강제퇴거에 저항하는 사람들을 향해 올림픽 역사상 가장 가혹한 탄압이 자행된 베이징에서는 다음 동계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며 가리왕산에서 벌어진 바와 같이 자연보호구역의 산림을 훼손하며 알파인 스키장을 건설하고 있다. 이는 결코 우연의 일치가 아니며 두 문제는 연결되어 있다.
또한 우리는 올림픽과 같은 특별한 단 하나의 ‘해결책’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맞선다. 갈등 속에 있는 한국의 답답한 상황에서 평화를 향한 사람들의 열망은 강렬하다. 그러나 우리는 강력한 누군가에 의해 단 하나의 해결책이 제시됨으로써 모든 문제가 깨끗하게 정리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하나 하나의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여러 지역 사람들과 계속해서 연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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