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을 멈춰라 Stop Playing Games 온라인 토론회 1: Olympics Kill the Poor (도쿄)


노올림픽 로스앤젤레스(NOlympics LA)’는 6월 한 달 동안 올림픽 반대 운동의 목소리를 연결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진행합니다. 6월 7일에는 도쿄에서 올림픽 반대 활동을 하고 있는 ‘한고린노카이(反五輪の会)’ 주최로 심화되고 있는 경찰폭력, 노숙인과 빈민에 대한 범죄화 문제를 이야기했습니다. 로스앤젤레스에 거주하는 노숙인 당사자로 노숙인의 목소리를 전하는 팟캐스트 “We the Unhoused”를 기획하는 테오 헨더슨(Theo Henderson)이 사회를 맡았습니다. 오전 10시(한국시간)에 시작된 토론회는 2시간 30분 가량 이어졌으며 약 60여명(최대 참가 인원 75명)이 함께했습니다.
한고린노카이 : 도쿄에서는 올림픽을 명분으로 한 노숙인 배제와 강제퇴거가 이루어지고 있다. 공원을 비롯한 공공장소와 노숙인의 거주지가 올림픽 개발사업으로 인해 축소되고 그 자리에 쇼핑몰과 호텔이 들어서고 있으며 온 도시가 관광지화 되어가는 중이다. 올림픽 경기장과 일본스포츠진흥센터(JSC)의 건물 등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이미 많은 사람들이 쫓겨났다.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정부는 마치 노숙인과 빈민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도시를 만들려고 한다. 노숙인 배제를 목적으로 하는 여러가지 공공 시설물을 설치하고 노숙인이 주로 머무는 장소에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 전반에 걸쳐 감시와 배제를 강화하고 있다. 사회자 : 경찰폭력에 노숙인 커뮤니티는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가? 한고린노카이 : 도쿄에서도 노숙인에 대한 경찰폭력은 증가하는 추세다. 각각의 노숙인들이 위험한 상황에 혼자 노출되지 않도록, 고립되지 않도록 서로 도우려고 한다. 공동 식사 등을 꾸준히 꾸려가며 고립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회자 : 대체로 조금 더 나이가 든 세대들은 젊은 세대들에 비해 올림픽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세대에 따라 올림픽 문제에 대한 생각의 차이가 있다고 보는가? 한고린노카이 : 우리는 세대 차이를 크게 느끼지 않는다. 일본의 공교육에는 연간 35시간의 올림픽, 패럴림픽 교육이 의무화되어 있다. 어린 학생들이 오히려 더 많은 올림픽 프로파간다에 노출되는 셈이다. 올림픽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 사이에 세대 차이는 큰 의미가 없다. 사회자 : 로스앤젤레스에서도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측은 1984년 올림픽 개최를 성공 사례로 언급하며 올림픽이 경제성장과 고용증진, 삶의 질 향상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선전을 한다. 일본은 어떠한가? 한고린노카이 : 도쿄에서도 1964년에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당시 강제퇴거로 집을 잃은 사람들은 2020년 올림픽을 앞두고 또 다시 올림픽 개발에 밀려 쫓겨났다. 올림픽의 부정적인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올림픽 유치 당시부터 ‘부흥 올림픽’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후쿠시마의 재난을 지우고 책임을 벗어나려 해왔다. 우리는 이러한 기만에 맞선다. 사회자 : 지지자나 동료들과 연대하는 좋은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고린노카이 : 우리가 활동을 시작할 때에는 우리 입장을 지지하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고 올림픽 문제에 관심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또 올림픽에 대해 반대의 목소리를 낸다는 것 자체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다. 일본 사회에는 국가적인 일에 협조하지 않는 사람에 대해 ‘비국민’이라는 낙인을 찍고 강하게 비난하는 분위기가 있다. 올림픽에 대한 문제제기에는 공감하지만 개최를 반대하기 보다는 문제를 잘 해결해서 좋은 올림픽이 개최되도록 노력하는 편이 더 낫다는 사람도 많다. 이제와서 반대하기에는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만약 올림픽에 어떤 장점이 있다고 가정하더라도 올림픽을 이유로 쫓겨나는 사람이 존재한다면 개최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일본 전역에서 올림픽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도쿄에서는 매달 24일에 ‘오토코와링크(おことわりんく : 올림픽 재해를 거절하는 모임)’ 주최로 올림픽 반대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많은 사람이 참가하고 있으며 SNS를 통해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서도 연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꼭 시위에 참가하는 사람만 반대할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올림픽이 보여주는 적자생존의 경쟁논리는 힘이 있는 사람만 안전할 수 있고 약자는 더욱 취약한 자리로 내몰리는 현재의 상황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된다. 우리가 평창에 가서 함께했을 때, 그리고 작년에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도쿄에 와서 같이 연대할 때에도 강한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여러 지역 사람들과 함께 연대하는 것이 큰 힘이 된다. 사회자 : 전세계적으로 경찰폭력에 저항하는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일본의 상황과 여러분들의 생각이 궁금하다. 한고린노카이 : 어제(6월 6일) 시부야에서도 Black Lives Matter 시위가 있었다. 일본에서 인종주의는 다양한 형태로 표출된다. 흑인에 대한 차별 뿐만 아니라 이주민과 재일한국인에 대한 차별도 있다. 얼마 전 쿠르드족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찰폭력 사건이 있었고 이에 저항하는 시위도 있었다. 이 문제들은 연결되어 있다. 경찰폭력은 노숙인도 대상으로 한다. 노숙인을 곧 범죄자로 여기는 시선이 있다. 일본에서는 긴급체포를 통한 임의 구금도 20일까지 가능하다. 이러한 제도가 막강한 경찰 권력을 잘 보여준다. 사회자 : 로스앤젤레스에서도 노숙인의 존재 자체를 범죄화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유색인종의 노숙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있다가 신고를 당하기도 하고, 경찰에 의해 위협을 받는 일도 자주 일어난다. 공공장소에서 흑인 노숙인들이 범죄자 취급을 받거나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나는 흑인이자 집이 없는 사람으로서 경찰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많이 겪었다. 한고린노카이 : 최근에 한고린노카이 멤버 중 한 명이 사는 텐트촌이 위치한 공원에서 3명의 아이들이 사람들이 사는 텐트에 돌과 나뭇가지 같은 것을 집어던지며 공격한 일이 있었다.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지만 이 사건은 우리에게 깊은 상처를 남겼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거기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이 잘못한 것이라고 당당하게 말할 뿐이었다. 이 사회에서 혐오가 얼마나 자리를 잡고 있는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보여주는 일이었다. 흑인 노숙인들이 겪는 차별과 폭력이 얼마나 심각할지에 대해서는 감히 짐작할 수 조차 없다. 참가자 1 (LA) : 로스앤젤레스에는 라틴아메리카계 이주민들이 많고 그들 중 노숙 생활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일본에는 노숙 생활을 하는 이주민들이 있는지, 올림픽으로 인한 억압이 있는지 궁금하다. 한고린노카이 : 일본에는 여러 민족이 함께 살고 있다. 이주민, 재일 한국인, 재일 중국인, 오키나와 선주민, 훗카이도 선주민인 아이누족 등 다양한 민족이 있으며 그들 중에는 노숙인도 있다. 우리도 몇몇 사람들을 알고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올림픽은 국가주의를 토대로 삼아 ‘일본’과 ‘일본인’에 대한 좁은 관념을 강화시키며 그 범주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배제와 차별을 정당화 한다. 올림픽 관련 공사 현장에는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다. 열악한 노동환경과 주거환경 속에 있는 그들에게 인권과 체류안정성을 보장하는 어떠한 제도적 기반도 없다. 이들은 올림픽을 위한 노동력으로 이용될 뿐이며 올림픽이 끝나면 더이상 머물 수 없게 된다. 참가자 2 (런던) : 2012년 런던에서도 올림픽이 개최되었다. 지난 올림픽 개최지에서의 반대 운동들이 당신들에게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올림픽이 개최된 후 해당 지역에서의 올림픽 반대 운동도 동력을 잃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고린노카이 : 도쿄 올림픽은 종종 런던 올림픽과 함께 소위 ‘좋은 올림픽’의 사례로 선전되기도 한다. 런던에서의 올림픽 반대 활동은 많은 참고가 되었다. 리오, 평창, 삿포로, 나가노 등 이전 개최지에서의 올림픽 반대 활동에 대한 경험과 정보, 교류는 우리에게 큰 힘이 되었다. 우리는 이러한 연결 고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되었고 로스앤젤레스 올림픽이 철회될 때까지 함께 연대할 것이다. 참가자 3 (서울) : 도쿄 올림픽 개최가 1년 연기되었는데 이에 대한 일본의 상황은 어떠한가? 또 내년에는 어떤 활동을 할 계획인가? 한고린노카이 : 아베 총리는 연기 확정 발표가 나기 직전까지도 원래 계획대로 개최를 강행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우리 입장에서 개최 1년 연기는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지금 일본에서는 올림픽 연기가 아닌 취소를 하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우리는 도쿄 올림픽의 취소 뿐만 아니라 올림픽 자체의 전면적인 폐지를 원한다. 전세계적으로 올림픽을 끝낼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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