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개최지 2019년 하계 답사 보고서

2018 평창 동계 올림픽·패럴림픽 성화대에 불이 꺼진지 1년 2개월이 지난 2019년 5월, 서울시와 중앙정부가 2032년 올림픽 유치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고 강릉시가 근거없는 '올림픽 흑자'를 홍보한 뒤에도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올림픽 재해의 상황을 기록한다.


우리가 쉽게 잊는 중요한 사실은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는 우리들 중 누구도 대표하지 않는 사적 이익 집단일 뿐이며, '올림픽' 자체가 IOC의 배타적인 소유물이라는 점이다. '올림픽'이라는 단어의 사용에서부터 상징물인 오륜기의 사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이 IOC의 재산이다. 올림픽 개최에 적게는 수조원, 많게는 수십조원을 투입한 개최지 조차도 축제의 막이 내리면 이에 대한 사용 권리를 갖지 못한다. 작년 겨울 동안 티비 화면 속에서 화려하게 비춰지던 각종 오륜기 형상은 사용권의 종료로 대부분 철거되었으며 몇몇 상징물만이 방치되어 있었다. 부서진 올림픽 마스코트는 공허하게 흩어진 지역경제 부흥과 보호산림 복원의 약속을 떠올리게 한다.


남겨진 시설


알펜시아 리조트는 올림픽 유치를 목적으로 하여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임기 시절 강행된 사업이다. 소유권과 운영권을 가지고 있는 강원도개발공사는 전국에서 손꼽히는 우량 공기업이었으나 무리한 알펜시아 사업 추진으로 인해 부채가 급증하며 알펜시아 완공 이후 부실 공기업으로 전락했다. 알펜시아 건설과 운영으로 인한 부채는 지금도 매일 늘어나고 있다. 강원도와 평창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의 근거없는 지역경제 부흥을 한창 선전하던 2014년부터 알펜시아 리조트의 본격 매각이 추진되기 시작했다. 수천억원을 들여 건설하고 있던 올림픽 시설은 아무런 경제성이 없고 막대한 유지비만 소요되기에 매각의 걸림돌이 되어 왔다. 지난 11월에 강원도의회는 알펜시아 매각 협상 활동을 위한 2020년 예산 1억 1400만원을 가결했다. 알펜시아가 완공된 2009년부터 지난 10년 동안 올림픽 기반 시설로 누적된 부채는 벌써 더이상 버틸 수 없는 수준까지 이르렀으며, 이는 본격적인 올림픽 유치 활동이 시작되기 전부터 예정된 문제였다. 이러한 매각 추진 과정 마저도 불투명하게 진행되고 있기에 2013년에 이미 재정악화로 구조조정을 겪은 강원도개발공사의 노동자들은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다. 근거없는 올림픽 청사진을 제시하며 막대한 공적 자금을 들여 건설하였으나 결국 지방 재정을 나락으로 떨어트리고 있는 알펜시아 리조트는 그 자체로 올림픽 문제의 본질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알펜시아 내에 위치한 국제방송센터(IBC)는 사용후 철거할 예정으로 900억원의 건설비를 들여 지어졌으나 강원도에서는 별다른 방안없이 유지하기로 계획을 변경하였다. 현재 국가문헌정보관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슬라이딩 센터와 같은 시설은 전세계에 11개가 있으며 아시아 지역에는 일본의 나가노와 한국의 평창에 위치해있다. 나가노의 시설은 1998년 동계올림픽을 위하여 지어진 것이다. 종종 일부 언론에서는 나가노 동계올림픽을 친환경 올림픽의 모범 사레로 소개하기도 하지만 당시 올림픽은 심각한 환경파괴와 막대한 적자만을 남겼으며, 이러한 문제로 나가노 뿐만 아니라 일본 전역에서 강한 올림픽 반대의 움직임이 일었다. 산림을 훼손하고 지역 경제를 악화시키는 슬라이딩 경기장 건설 등에 대해서 나가노 주민들의 가처분 소송도 진행되었다. 결국 패소했지만 소송 진행 과정에서 나가노시와 올림픽위원회가 은폐하려고 했던 많은 정보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올림픽 개최 후 전혀 활용되지 못하던 나가노의 슬라이딩 경기장은 30년 동안 방치되다가 결국 작년에 폐쇄되었다. 평창의 슬라이딩 센터에 다가올 미래도 크게 다르지 않을 듯하다. 1144억원을 들여 건설했으나 올림픽 개최 후 관리 주체도 확정하지 못한 채 지난 한 해 시설 관리비만 12억원이 투입되었다. 한 번 얼음을 얼리는 비용만 2억원 가량 소요되며, 현재 대표팀은 해외에서 훈련을 진행하고 있다.


올림픽 플라자가 있던 횡계리로 진입하는 도로변에 위치한 이 거대한 공터는 개최 기간 동안 주차장 및 환승시설로 이용되던 곳이다. 이러한 대규모 주차장은 이 곳 외에도 정선에 두군데, 강릉에 한 군데 건설되었으며 마찬가지로 거대한 공터가 되어 있다.



653억원을 들여 건설했던 올림픽 스타디움은 단 4차례 행사를 개최한 후 15억원을 들여 철거했다. 다섯 동을 모두 철거하려던 계획을 변경하여 한 동을 남겨두었으며, 내년 2월까지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기념관을 건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부지는 주차장으로 쓰이거나 방치되어 있었고, 건물 앞쪽 일부 부지에서 주민 행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강릉 올림픽 파크에는 빙상 경기장과 부대시설이 모여있다. 이제 1년을 조금 넘긴 시설들은 이미 많이 손상되어 있었으며 거대한 부지에는 오가는 사람조차 찾기 어려웠다. 강릉역에서 올림픽 파크까지 관람객 수송을 명목으로 주민 반대를 무릅쓰고 조성을 강행한 산책로는 올림픽 개최 기간에는 물론 그 이후에도 이용하는 사람 하나 없이 방치되다가 올해 8월에서야 철거하기로 결정되었다. 각각 천억원 이상을 들여 건설한 빙상 경기장에서는 1년 동안 1~2회 정도의 행사가 개최되었을 뿐이며 각각 최소 연 수십억원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강릉시는 올림픽 빙상 경기의 강릉 개최가 확정된 이후 계속하여 강릉을 빙상의 도시로 만들겠다며 각종 계획안을 발표해왔으나 실효성이 부족한 방안 뿐이었다. 강릉 주민 모두가 생활스포츠 종목으로 빙상 스포츠를 택한다 하더라도 현재 시설을 활용하기에는 부족하다. 강릉시와 강원도청, 강원도개발공사는 운영 주체의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는 상황이다. 





1만석 규모로 지어진 강릉 하키 센터는 올림픽 개최 후 시설을 해체하여 원주로 이전할 것을 염두에 두고 지어졌으나, 개최 후 이전비용 600억원 부담 주체를 두고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아 이전 계획이 취소되었다. 강릉시는 강릉을 아이스 하키의 중심지로 만들어 하키 센터를 활용하겠다고 공언하였으나 국내 아이스 하키 프로팀은 단 2개뿐이다.




강릉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도 올림픽 개최 후 철거를 예정하고 건설되었으나, 아무런 활용방안 없이 유지하기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5월에는 육아제품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강릉 아이스아레나는 강릉시에서 리모델링을 한 후 수영장과 생활체육시설 등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적자 운영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그나마 운영 주체와 방안은 정해진 상황이다.


계속되는 올림픽 특구 사업


남겨진 시설만큼 눈에 띄지는 않지만 더욱 큰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이 바로 올림픽 특구 사업이다. 올림픽 특별법에 의거해 지정된 올림픽 특구는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숙박시설 등을 건립한다는 표면적 목적을 내세웠으나 그 실상은 조세특례, 예비조사 축소 또는 면제, 토지수용 절차 상당 부분 생략 등의 특혜를 부여하는 개발사업일 뿐이다. 올림픽 개최와 아무 관련 없는 26.54㎢ 면적의 13개 지역이 특구로 지정되었으며 올림픽이 끝난 이후에도 계속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2019년 3월부터는 '2차 올림픽 특구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대상 지역이 확대되었으며 적어도 2032년까지는 계속될 진행될 예정이다. 위 사진은 2차 올림픽 특구 사업 대상지로 지정된 평창군 대관령면 지역이다.


강릉의 경관을 대표하는 경포호수와 경포대 부근도 일찍이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었다. 도립공원 지정 구역이 일부 해제되며 경포호수와 경포대 사이에 경관을 독점하는 외자 호텔이 건설되었으며, 이 호텔은 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IOC의 숙소로 이용되었다. 경포대 일대에는 이 외에도 3개의 호텔 및 리조트가 올림픽을 명목으로 건설되었다.


경포대 일대는 2차 올림픽 특구 사업에서 대상 구역이 확대되었으며 위 사진은 확대 지정된 구역에 포함된 인근 농지이다. 강릉시는 2019년 5월에 미국계열 카지노 연합 등과 테마파크 조성 투자 협약을 맺고 5개 기업과 '슈퍼히어로파크조성'에 관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으며 경포대 일대 올림픽 특구 지역을 대상 후보지로 거론하고 있다. 이르면 2020년부터는 토지 수용이 시작될 전망이다.


정동진항 쪽 산림지역은 차이나시티 등을 조성하는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었다. 아직 부지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으나 해당 부지로 진입하는 도로 건설이 진행되고 있었다.


로하스 휴양 특구로 지정된 금진항 인근은 당초 올림픽 선수단 숙소 확보를 목적으로 하여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었으나 2차 올림픽 특구 사업에서는 온천휴양지구 조성으로 용도가 변경되어 대상 지역이 확대되었다.




'급수체계 구축 사업'이라는 이름으로 지어진 대관령댐은 올림픽 유치 이전부터 추진되던 사업이었으나 경제타당성이 부족하고 대상지가 백두대간 보호구역 완충지대에 위치해있어 백지화되었던 사업이었다. 그러나 올림픽 특별시설로 지정되며 건설되었다. 폭 163m, 높이 40m에 달하는 대형댐으로 건설 시에 별도의 행정절차가 요구되나 올림픽 특별법에 의거해 절차를 면제받았다. 댐은 삼양목장 안에 위치해있고 삼양목장도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었다. 올림픽 숙박시설 접근성 확보를 이유로 목장 진입로 확장 공사가 대대적으로 실시되기도 하였다. 삼양목장과 함께 올림픽 특구로 지정된 하늘목장 인근에는 상수원 보호구역을 해제하고 숙박시설 건설이 추진되고 있다. 문제의 올림픽 특별법을 대표발의한 염동열 의원은 삼양목장, 하늘목장과 인접한 대관령면 횡계리 일대에 23만791㎡의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염동열 의원은 올림픽 개최 이후 지금까지 계속해서 '평창동계올림픽 활용'을 내세우며 지속적으로 백두대간 보호법, 국유림법, 초지법 등을 해제하는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가리왕산


가리왕산 역시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어 있다. 스키 슬로프 아래 지역에 자리했던 마을인 숙암리 주민들을 쫓아내고 지은 두 개의 호텔 조성 사업도 올림픽 방문객 숙박을 목적으로 내세웠던 올림픽 특구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 중 하나의 호텔은 올림픽 개최 기간이 다 끝나도록 완공 조차 하지 못했으며 2018년 7월에야 영업을 시작했다. 



우리는 산과자연의친구 우이령사람들과 함께 해발 1380m의 하봉 정상에 올라 해발 1000m의 순환임도구간까지 걸어 내려왔다. 마을의 당목으로 사람들의 보호를 받고 자라왔던 들메나무, 국내 최대의 왕사스레나무, 육지 유일의 세대별 주목 군락, 거대 철쭉 군락은 모두 사라지고 없었다. 고산 지역 우거진 숲 속의 반그늘 상태에서 자라는 풀들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자생 풀과 나무 일부 개체들의 새싹도 관찰되었으나, 그보다 더 흔하게 보이는 것은 우거진 숲이 아닌 숲의 가장자리에서 자라는 싸리나무나 두릅나무 등 관목의 새싹이었다. 


석회암 지대로 풍부한 수분을 공급하며 독특한 생태계를 형성할 수 있었던 가리왕산의 주요 수분 공급처 중 하나였던 숙암계곡은 단 3일 동안 올림픽 알파인 스키 슬로프로 쓰이고 나서 토양생태게가 파괴된 채로 방치되어 있었다. 슬로프가 형성된 구간으로 건조한 열풍이 발생하며 인접한 숲 주목 개체들의 건강성도 떨어지고 있었다. 


가리왕산을 둘러싼 약속은 이미 여러차례 파기된 바 있다. 사전환경성검토는 올림픽 특별법에 의거해 아예 면제되었다. 환경영향평가는 졸속으로 진행되었고 평가서에 기록되지 않은 많은 수의 거목과 보전 대상인 식생이 여러 차례 확인되었으나, 환경영향평가서는 끝끝내 보완되지 않았다. 당시 제시되었던 복원계획도 원상 식생 대로 복원이 불가능한 계획이었지만 그대로 통과되었다.  벌목을 진행하기 전에 보전가치가 높은 수목을 재조사하고 이식 대상을 선정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전면 벌목이 기습적으로 시행되었으며 일주일 만에 산림유전자원 보호구역 내 슬로프 부지의 나무들이 대부분 잘려나갔다. 슬로프와 작업도로도 당초보다 확대되어 5만 그루 가량으로 예상되었던 벌목 수량은 10만 그루를 넘어섰다. 1200 그루 이상의 나무를 이식하여 보존하겠다는 약속은 휴지조각이 되었으며, 1000억원을 확보하겠다던 복원예산은 아무 소식이 없다. 수많은 약속들이 찢겨저 나가고 이제는 산림을 복원하겠다는 단 하나의 약속만이 남겨져 있다. 우리는 이 약속 뒤로 더 물러날 곳이 없다. 이 약속은 "합리적으로 재조정"할 수 있는 협상의 대상도 아니며, "기관마다 다른 입장"을 조율할 문제도 아니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올림픽과 무관한 특혜 개발사업을 여전히 '올림픽 특구'라 부르고 진행하면서 "올림픽 유산 활용"과 "가리왕산의 합리적 복원"을 주장하는 강원도에게 묻고 싶다. 이미 가리왕산 일대를 올림픽 특구로 지정해 각종 개발 계획을 세워놓고도 원상복원 약속을 내세워 보호산림 지정을 해제하며 스키장 건설을 강행했던, 단 한 번도 예산집행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았던, 무리하게 진행된 올림픽 사업 과정의 체불 임금과 하청업체 대금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결국 해산했던 평창올림픽위원회에게 묻고 싶다. 오랜 시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으로 만들어 온 최소한의 합리적 행정 절차와 민주적 의사소통 수단마저 무너뜨린 '올림픽 특별법'을 제정하고 각종 이권 사업을 추진해 온 정치인들에게 묻고 싶다. 지역과 사회 전체의 공적 자원에 기생하여 이익을 얻었으나 그 과정에서 발생한 산재 사고와 임금체불로 인한 노동자들의 고통을 외면한 건설 기업들에게 묻고 싶다. 올림픽 유치가 확정되기 전부터 강원 각지에 투기를 일삼아 막대한 이윤을 얻은 부동산 투기꾼들에게 묻고 싶다. 평창 동계올림픽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냐고.

우리는 계속되고 있는 올림픽 재해 속에 서서, 이 폐허로부터 직접적인 이득을 얻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우리의 공적 자원 남용을 중단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어떠한 일이 벌어졌는지 또 벌어지고 있는지 계속해서 이야기할 것이며, 우리 도시의 미래를 저당잡아 이익을 얻고자 하는 또다른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최에 단호히 맞서서 모두의 도시를 위한 발걸음에 함께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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