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사고와 도쿄 올림픽 (코이데 히로아키)
* 교토대학 원자로 실험실 조교수였던 코이데 히로아키가 블로그에 개제한 글을 공유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2011년 3월 11일 도쿄 전력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는 거대한 지진과 해일에
습격 당해 발전소 전체가 정전되었다. 전문가들은 이 정전을 비극적인 원전 사고의 가장 가능성 높은 원인으로
꼽고 있다. 그 예측대로 후쿠시마 제 1 원자력 발전소의
원자로는 녹아(용융) 대량의 방사능 물질을 주변 환경에 뿌렸다. 일본 정부가 국제 원자력 기구(IAEA)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이 사고로 1.5x1016베크렐의 세슘 137을 대기 중에
방출 했는데 이는 168개의 히로시마 핵폭탄에 해당하는 양이다. 히로시마
원자 폭탄 하나가 가진 방사능의 위력도 두려운데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재난으로 그 168배에 해당하는
방사능이 대기에 누출 되었다고 인정하고 있다.
1, 2, 3호 원자로의 노심이 녹았다. 이 노심들에 포함된 세슘 137의 총량은 히로시마 폭탄 8000개에 해당하는 7x1017 베크렐에 이른다. 이 전체량에서 168개 폭탄의 양만큼 대기로 빠져 나갔다면 바다로
흘러간 양을 더해 대략 총 1000개의 히로시마 폭탄 분량의 세슘
137이 환경에 누출되었을 것이다. 다시 말해 노심들에 존재하던 방사능 물질 대부분은 여전히
손상 입은 원자로 건물들 안에 남아 있다. 만약 노심의 용융이 진행 중이라면 방사선 누출량은 계속 증가할
것이다. 이를 예방하려고 사고 이후 8년이 지난 지금까지
계속 노심들의 추정 위치로 물을 투여하고 있다. 그래서 매일 수백톤의 오염된 폐수들이 증가하는 중이다. 도쿄 전력 회사(Tepco)는 이 물을 저장하려고 현장에 1000개가 넘는 탱크들을 건설했지만 지금은 총량이 백만톤을 넘어 섰다.
공간은 제한적이고, 건설할 수 있는 탱크의 수에도 한계가 있다. Tepco는 머지 않아 이 물들을 바다로 방류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재해를 막는데 있어 장애물들
물론 가장 좋은 방법은 녹은 노심들을 가능한 한 안전한 상태로 보관하는 것이다. 그러나 거의 8년이 지난 지금도 노심들의 위치나 상태를 알아내지
못하고 있다. 현장에 접근하는 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만약
사고가 화력 발전소에서 일어났다면 문제는 간단했을 것이다. 처음 며칠 동안은 불길이 타고 있을 지 모르나
일단 불이 사그러지면 현장에 가서, 조사하고, 회복해서 다시
업무들을 수행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소의 경우 누구든 현장에 접근하면 죽고 만다. 정부와 Tepco는 로봇을 보내 봤지만 방사능을 견디지 못했다. 로봇의 마이크로칩들이 노출되기만 하면 프로그램이 다시 작성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현재까지 보낸 거의 모든 로봇이 돌아 오지 못했다.
2017년 1월말
무렵 Tepco는 원격 제어 내시경과 유사한 장치를 원자로 압력 용기 아래의 콘크리트 플랫폼(받침대) 안으로 삽입했다. 압력
용기 바로 밑에 위치한, 유지 기간 작업자가 사용했던 강철 발판에 커다란 구멍이 나 있었다. 이로써 연료 노심이 녹아 용기를 뚫고 더 아래로 떨어졌다는 걸 확인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조사 결과가 있었다. 인간은 8시버트(Sv)의 피폭이면 사망에 이른다. 압력 용기 바로 아래에선 20Sv/hour가 측정 되었으나 530, 650Sv의 높은 수치
또한 기록했다. 게다가 이 수치들을 원통형 받침대 내부가 아니라 격납 구조물의 벽과 받침대 벽 사이에서
측정했다. Tepco와 정부는 녹은 노심의 대부분이 만두처럼 받침대 안에 쌓여 있어서 이를 회수해 30~40년간 격납 구조물 내부에 밀봉해 놓을 거라는 시나리오를 짜 왔다. 이
시나리오에 따르면 방사능 누출을 막기 위한 원자로의 완전한 격납을 이룰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녹은
핵연료가 받침대에서 흘러 나와 모든 곳에 뿌려 졌다. 정부와
Tepco는 그들의 “로드맵”을 다시 써야 했고, 녹은 연료를 움켜 잡아 제거하기 위해 격납 구조물의 측면에 구멍을 내겠다고 얘기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는 불가능하다. 노동자에게 심각한 노출을 일으킬 것이다.
나는 처음부터 구 소련의 체르노빌
(Chernobyl) 현장에서 했던 것처럼, 발전소를 덮는, 석관을 만드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2016년 11월 그 석관은 30년만에 두번째 석관을 다시 덮어야 할 정도로
악화되었다. 두번째 석관은 100년간 유지될 것이라고 한다. 우리는 그러나 그 시점에 어떤 조치가 가능할지 아직 알지 못한다. 오늘날
살아 있는 우리 중 누구도 체르노빌 재해를 완전히 봉쇄 하는 걸 볼 수 없다. 후쿠시마의 경우엔 더
그렇다. 이 재앙은 우리 모두가 죽은 후에도 봉쇄할 수 없을 것이다.
설령 용융된 노심을 격납 구조물 안에 가두는 일이 가능하다고 가정 하더라도 방사능이 사라진다는 의미는 아니다. 사실 이런 구조물은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 동안 보호받아야 한다.
원자력 비상 사태 선언: 필연적 결과
발전소 주변으로 비극은 계속되고 있다. 사고
당일, 일본 정부는 원자력 비상 사태 선언을 발령하였고, 강제
피난 구역은 발전소 근방 3km에서 10km, 20km로
확대되었다. 구역 안의 주민들은 당장 손에 잡히는 것만 가지고 집을 떠나야 했다. 가축과 반려동물들은 버려졌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40~50km 떨어진 이타테 마을은, 사고 직후 경고나 지시 등을 받지 못하였지만, 약 한달 후 극심한 오염으로 인해 마을 전체에 피난명령이 내려졌다.
행복이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많은
이들에게 행복이란 가족, 친구, 이웃, 연인, 동료 들과의 평범한 날들이 내일도 모레도 계속되길 바라는
것일테다. 불현듯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 것이다. 피난민들은
처음에는 체육관같은 센터로 갔고, 그 다음에는 비좁은 임시주택으로, 다음에는
재건축 주택이나 피난민 구역의 임시 공공 주택 등으로 옮겨갔다. 그때까지 삶을 나누던 가족들은 뿔뿔히
흩어졌다. 그들의 삶은 파괴되었고, 절망으로 스스로 목슴을
끊는 사람도 있었다
그뿐만이 아니다. 강제 피난 구역
밖에서도 "방사선 통제구역"으로 지정되어야
할 어마어마하게 넓은 오염 지역이 생겼다. "방사선 통제구역"이란
방사선 업무 종사자 만이 출입을 할 수 있는 구역을 말한다. 통제구역 안에서는 방사선 업무 종사자도
허가 없이 물이나 음식을 먹을 수 없다 당연히 잠도 잘 수 없다. 화장실도 없다. 정부는 비상 상황이 만연하다는 이유로, 기존의 법령을 폐지해버렸고, 수백만명의 사람들이 오염된 구역에서 살도록 내버려 두었다. 유아를
포함한 버려진 사람들은 해당 지역에서 먹고, 마시고, 자야했다. 그들은 피폭의 위험을 떠안아야 했다. 또한 버려졌기 때문에 모두들
확실히 불안해 할 수 밖에 없다. 어떤이들은 직장을 포기하고 피폭에서 벗어날 방법을 찾아 온가족이 함께
대피하였다. 그들은 자녀만이라도 피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 아버지는
오염된 지역에 남아 일을 하고, 어머니는 아이들과 같이 피난을 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가정의 안녕과 가족 관계를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 오염된
지역에 머무르면 몸을 상하게 하지만, 피난은 마음을 부순다. 이
비려진 사람들은 거의 8년 동안 매일매일 고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게다가 2017년 3월에 정부는 철수명령을 받아 대피했거나 스스로 피난을 떠났던 사람들에게 오염된 해당 지역의 방사선량이 연간 20mSv가 넘지 않으면 돌아갈 것을 지시하고, 이들에게 제공하던
주택 보조금을 중단했다. 누군가는 강제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뜻이다. 지금 후쿠시마에서는 부흥을 최우선 순위로 간주하고 있다. 사람들이
선택의 여지 없이 그곳에서 살아갈 수 밖에 없다면, 당연히 부흥이 중요하다. 사람은 매일매일 두려움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다. 오염에 대해서
잊어버리고 싶어한다. 불행인지 다행인지는 모르겠으나 방사능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오염이 사람들에게 잊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누구든지
오염에 관해 우려를 표명하거나 언급하면, 부흥을 반대한다며 비판의 대상이 된다.
연간 20mSv의 피폭량은 예전에는
방사선 업무 종사자에게만 허용되었던 수치였다. 일반인들에게 이 같은 수치를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용서할
수 없다. 게다가 방사능에 더 민감한 영아나 아이들은 무모한 일본의 원자력 정책에 아무런 책임도 없고
후쿠시마 사건과도 무관하다. 이들에게 방사선 종사자 수준의 피폭량을 적용하는 것은 있어서는 안될 일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원자력 비상 사태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한다. 우리는
하루, 일주일, 한달, 또는
상황에 따라 일년 동안 지속되는 긴급 상황은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원자력 비상 사태 선언은
이후 거의 8년이 흘렀지만 폐지되지 않았다. 일본 정부는
사람들이 후쿠시마 재난에 대해 망각하기를 바라고 있다. 미디어는 침묵하고 있다. 대다수의 일본인들은 비상 사태 선언의 철회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한다. 심지어 법령도 휴지조각이 되어버렸다는 사실까지 말이다. 방사능 오염의
가장 큰 원인은 세슘 137이며, 반감기는 30년이다. 100년이 지난 후에도 단지 10 분의 1로 줄어들 뿐이고,
100년이 지난 후에도 일본은 원자력 비상 사태 선언 아래에 있을 것이다.
원자력 비상 사태 하에서 올림픽 유치
올림픽은 항상 정권의 선전 도구로 사용되어왔다. 근래들어 올림픽은 비지니스, 특히 대규모 시설물을 짓고 부수어서
막대한 부를 얻으며 거대한 낭비적인 세상을 이끌어 가는 건설회사를 위한 도구로 사용되어 오고있다. 지금
정부에게 중요한 것은 가능한 모든 자원을 동원해서 원자력 비상 사태 선언을 가능한 빨리 철회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다. 그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할 것은 후쿠시마 원전 재해를 겪고 있는 이들을 구제하는 일이다. 적어도 피폭으로부터 아이들을 지키는 일이다.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위험이 클수록, 권력자들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 수 있는 다른 것을 찾는다. 매스미디어는 올림픽으로 이목을 모으려 하고 있다. 올림픽을 반대하는
사람들을 배신자라고 맹렬히 비난하는 날이 올 것이다. 제 2 차
세계대전 동안에 그래왔던 것처럼 말이다. 당시 언론은 일본 제국 사령부의 선언문안을 보도했고, 사실상 모든 시민들이 전쟁에 협조했다. 스스로를 정직한 일본인이라고
생각하면 할수록, 동료 시민을 반역자라고 비난할 확률도 높아졌다 그러나, 만약 일본이 버림받은 무고한 시민보다 올림픽을 우선으로 여긴다면, 나는
기꺼이 반역자가 될 것이다.
후쿠시마 재해는 엄청난 비극으로 100년간
계속될 것이고, 거대한 비극들을 불러올 것이다, 가해자들, 즉 도쿄전력과, 정부 기관, 학자, 미디어들은 엄청난 수의 희생자들을 힐끗 쳐다보기만 하면서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고 있다. 단 한 건도 처벌되지 않았다. 이를 기회로 삼아, 현재 중단된 원자로를 재가동하고, 해외로 수출을 하려고 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은 원자력 비상사태 와중에 치루어진다. 올림픽에 참여할
나라들과 참가자들은, 한편으로는 스스로를 피폭의 위험에 노출 시키고,
다른 한편으로는 일본이 행한 범죄의 공범자가 되고 말 것이다.
2018 년 8
월 23 일
* 번역 : 강정훈, 김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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