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재해는 끝나지 않았다

현대올림픽은 1896년 이래로 100여 년에 걸쳐 정기적으로 개최되며 세계인의 축제로 자리매김해왔다. 가장 유명한 메가 스포츠이벤트인 올림픽이 2018년 2월 강원도에서 막을 올렸다. 13조 원의 예산과 전 국민의 관심을 쏟아부은 화려한 축제는 29일 만에 막을 내렸고, 이제 남겨진 것들을 떠안을 차례가 되었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미디어는 각종 보도로 올림픽이 “인류가 스포츠를 통해 평화로운 경쟁을 하고 화합과 번영을 이룩하는 만남의 장”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이는 올림픽이 전 인류의 공공재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한다. 하지만 이 전제는 틀렸다. 올림픽에는 명백한 소유권자가 있다. 바로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다. 탈세 천국인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두고 올림픽에 대한 모든 권한을 행사하는 IOC는 민주적인 절차 없이 선출되는 위원들에 의해 주요 의사결정을 내린다. 위원의 약 10%는 왕족이거나 귀족 가문의 일원이고 나머지 90% 역시 세계적인 부호와 권력자들이며 그들은 우리를 대표하지도, 우리를 고려하지도 않는다.
각국의 올림픽유치위원회는 개최권을 따기 위해 경쟁 입찰에 참여하고, 전적으로 IOC의 조건에 따라 개최지가 선정된다. 개최지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는 이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는 외부에 알려지지 않았다. IOC 구성원의 대부분은 물론이고 각국의 올림픽유치위원회의 구성원 대다수 역시 올림픽 개최를 통해 직접적인 이윤을 얻는 사업체를 가지고 있다. 막대한 이권의 행방을 결정하는 입찰 선정 과정에 전문적인 로비스트, 컨설턴트, 브로커가 개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24년 파리올림픽 유치 업무를 맡은 컨설턴트 ‘마이크 리’는 한화 200만 원의 일당을 받으며 일했고, 유치 성공 성과급으로 최소 15억 원 이상을 받았다고 알려졌다. 개최지 선정 과정은 비교적 건전한 로비활동으로만 이루어지지는 않는다. 열정적으로 올림픽 유치에 앞장섰고, 토마스 바흐가 훌륭한 지도자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던 리우데자네이루 시장 에두아르도 파에스는 2016년 올림픽 개최 직후 올림픽 관련 개발 사업을 수주한 대형 건설사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2017년에는 리오올림픽 조직위원장인 카를로스 누즈만이 올림픽 유치 과정에서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되었다. 평창올림픽 다음에 개최될 도쿄올림픽 역시 유치 과정에서의 부정부패 의혹이 제기되어 프랑스 검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삼성이 평창올림픽을 유치하기 위해 IOC 위원들에게 불법 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었다. 이 모든 의혹은 마지막까지 철저히 밝혀져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우리가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올림픽 최고 스폰서인 삼성전자의 회장이었고, IOC의 명예 위원인 이건희가 2009년에 1조 2천억 원의 경제사범으로 유죄선고를 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올림픽 유치를 이유로 특별사면을 받았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두 번째는 올림픽이 ‘모두를 위한 평화의 제전’이 아니며, 불투명하고 반민주적인 방식으로 엄청난 돈을 벌어들이는 거대한 사업이라는 점이다. 평창올림픽 역시 유치과정에서 시민 당사자와의 민주적인 의사소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도민들의 의견수렴을 위한 주민참여 공청회나 토론회는 개최되지 않았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오늘날의 메가 스포츠이벤트는 원거리 소비에 최적화되어 있다. 4억 명 이상이 시청하는 올림픽 방송의 중계권료는 1972년 이래로 IOC의 주요 수입원이 되어왔다. 광고 수입을 늘리고자 하는 방송사의 로비와 잠재적 수입을 극대화하고 올림픽 브랜드에 대한 통제권을 더욱 많이 갖고자 하는 IOC의 바람으로 하계·동계올림픽의 동시 개최는 1992년 종료되었다. 평창올림픽의 주관 방송사는 1조 원의 중계권료를 지불한 NBC다. 52회 슈퍼볼 대회의 독점 중계권자이기도 한 NBC는 나흘 간격으로 연이어 개최된 두 메가스포츠이벤트를 통해 2월 한 달에 광고 수익으로만 1조 4천억 원 이상을 벌어들였다. 평창올림픽의 주요 경기들은 미국 방송의 황금 시간대에 맞춰 일정이 조정되었다. 피겨 스케이팅은 전체 경기가 오전 10시에 시작해 오후 2시 전후에 끝났다. 숀 화이트, 클로이 김 등 유명 선수들이 참가한 스노보드 하프파이프 종목도 대부분 오전 시간에 진행되었다. 오랫동안 올림픽 주관방송사였던 NBC의 시계에 맞춘 올림픽 일정의 조정은 평창에서만 벌어진 일은 아니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의 수영 종목 전부와 체조 종목의 일부 결승전은 마찬가지로 아침 시간대에 진행되었다. 1988년 서울올림픽에서도 체조 종목의 대부분은 오전에, 수영 종목의 절반가량과 육상 경기의 모든 결승전은 오후 2시 이전에 배치되었다.

가려진 비용의 문제

평창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 대부분의 사람들은 화려한 개막식도, 아슬아슬한 경기도, 감동적인 메달 수여식도 각종 미디어를 통해서만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미디어가 비추지 않는 곳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알 수 없었다. 평창올림픽이라고는 하지만 경기장은 평창군, 강릉시, 그리고 가리왕산이 있는 정선군에 걸쳐 건설되었다. 경기장 건설 및 보수 등의 직접투자비는 전체 예산의 7.89%에 불과하다. 나머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올림픽 개발 사업은 더 넓은 지역에 걸쳐 진행되었다. 경제 타당성 부족으로 무산된 바 있는 동서고속도로 사업은 2008년에 올림픽 사업에 편입되어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승인을 받았다. 2조 원이 넘는 규모의 사업이지만 고속도로 구간 인근에 올림픽 시설은 전무하다. 그나마 가장 가까운 시설인 알펜시아까지 70km 이상 떨어져 있으며 기존의 영동고속도로가 이미 올림픽 시설들을 모두 지나가고 있었다. 게다가 고속도로 개통 이후에는 2006년에 민자 사업으로 지어진 미시령 터널의 통행량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문제는 미시령 터널 공사 당시 강원도가 2036년까지 실제 통행량이 예상 통행량을 넘지 못하면 시행사에 손실보전금을 지원해주는 ‘최소운영수입보장’ 방식으로 계약했다는 사실이다. 강원도는 이미 10여 년간 240억 원이 넘는 손실보전금을 지급해왔다. 동서고속도로의 개통으로 매년 내는 보전금은 120억 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추산되며, 2036년까지 지급할 총액은 터널 공사비의 3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한다. 원주~강릉 구간 KTX 사업도 1996년 최초 추진 당시에 낮은 경제성으로 반려되었으며, 2005년 올림픽 연계 사업으로 전환될 때에는 올림픽에 필요한 시설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결국, 올림픽 시설로 착공이 결정된 이후에도 노선 연장과 시내 구간 지하화 등으로 당초 예산을 70% 초과하며 사업이 마무리되었다. 이와 같이 올림픽 이전에 계획되었으나 타당성이 부족하여 보류되거나 취소되었던 개발 사업을 대거 올림픽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었던 근거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다. 특별법은 “올림픽 관련 시설 사업은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고 규정하며, 관련 사업들이 경제적 타당성 평가, 환경영향평가 등을 면제받을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이러한 평가와 규제는 대규모 국가사업이 미치는 장기적이고 강력한 영향력을 통제하고, 공공성을 확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제도적 장치이자 안전망이다. 그러나 특별법으로 초법적인 예산 집행이 가능해졌다. 또한, 특별법은 관련 비용의 70% 이상을 중앙정부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관련 사업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8조 8천억 원으로 산정된 예산은 13조 원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로 인한 재정 악화를 우려하는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다.
올림픽이 막을 내리고 지자체와 정부는 앞다투어 ‘채무 제로 올림픽’, ‘흑자 올림픽’ 보도 자료를 내놓았다. 우선 개최 전부터 올림픽의 경제효과를 이야기할 때 빠짐없이 인용되어온 단 하나의 자료인 현대경제연구원의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의 경제적 효과 보고서’를 살펴보자. 예산이 계속 증가할 때마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와 정치인들은 2011년에 작성된 이 보고서를 인용하며 21조 원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와 43조 원의 간접적인 경제효과가 발생한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 보고서에는 10년이 지나 더는 실효성이 있을지 의심스러운 추정치로 직접효과를 계산하고, 근거가 부족한 가정을 기반으로 하여 간접효과를 산정하며, 모든 예산이 조세수입이 아닌 어딘가의 독립적인 재원에 의한 것으로 가정하는 등의 오류로 인해 경제효과가 지나치게 부풀려져 있다. 게다가 경기장 관리 및 환경 복원에 드는 비용은 반영되어 있지 않다. 반면에 2012년 한국개발연구원이 내놓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대회시설 사업계획 적정성 검토보고서’는 “추진본부가 제시하는 사후활용계획 역시 선행 해외사례와 비교해 수익성이 담보된 계획은 없는 것으로 검토된다”고 단정 지으며, “개최지 인구규모, 소득수준을 고려하면 과거 동계올림픽 개최 국가보다 양호한 운영수익을 창출할 것이라 예견할 수 없다”, “이용수요를 낙관적으로 전제해도 수익이 비용에 못 미치는 결과가 예측된다”라고 전망했다. 개최 이후에 나온 경제적 낙관론에도 몇 가지 함정이 있다. 강릉시를 비롯한 지자체에서 내놓은 보고서는 올림픽 시설과 관련 사업의 상당 부분이 중앙정부의 재정과 강원도의 지출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을 언급하지 않는다. 평창올림픽 전반의 재정에 대한 평가에서는 올림픽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사회간접자본에 투입된 세금을 지출로 잡지 않는 의도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다.
그리고 올림픽 예산의 지출, 수익 계산에 반영되어 있지 않은 또 다른 올림픽 비용이 있다. 주요 올림픽 시설이 위치한 알펜시아 리조트는 평창올림픽 유치를 위한 핵심 기반시설로 추진되어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 임기 동안 건설되었으며, 소유권자인 강원도개발공사가 운영하고 있다. 김진선은 이후 평창올림픽유치위원장과 조직위원장을 차례로 역임한다. 알펜시아 사업을 추진하기 전에 강원도개발공사는 손꼽히는 우량지방공기업이었다. 그러나 2012년 이래로 지금까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에서 최하위를 면치 못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재정악화로 인한 구조조정을 단행하여 154명이던 직원을 89명으로 줄이기도 하였다. 본래 개발공사는 도민복지와 공공복리를 위한 사업을 주도해야 하지만, 현재는 자치단체 발주 사업의 대행만을 겨우 수행하고 있다. 올림픽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선 윤세영 당시 강원도민회장은 알펜시아의 시공사인 태영건설의 소유주다. 총 공사비 1조 6,800억 원 중에 1조 189억 원은 강원도개발공사가 발행한 공사채로 충당되었으며, 거의 빚으로 만든 시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의 강원도개발공사 부채 중 60% 이상이 알펜시아 건설의 직접적인 결과로 발생했다. 올림픽 개최를 이유로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하여 건설하였고, 공기업의 자금으로 운영하는 알펜시아 리조트는 누적되는 부채와 부진한 수익으로 2014년부터 해외 기업을 주요 대상으로 민간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수익전망이 불투명하고, 특히 올림픽 시설은 경제성이 없어서 입찰에 나서는 민간업체를 찾기 어려운 실정이다.
올림픽 이후 전망을 찾지 못하는 시설은 알펜시아만이 아니다. 한시적인 목적으로 건설되어 이후 쓸모를 잃고 지역의 골칫거리가 되는 거대 시설을 ‘하얀 코끼리’라고 부른다. ‘하얀 코끼리’는 올림픽을 비롯한 메가 스포츠이벤트의 고질적인 문제다. 올림픽을 개최하는 모든 도시는 약속이나 한 듯이 올림픽 유치가 지역의 생활 스포츠 활성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그러나 메가 스포츠이벤트를 통해 생활 스포츠가 활성화된다는 증거는 전무하다. 오히려 잉글랜드 체육진흥회는 2012년 런던올림픽 개최 후 이듬해 청소년 체육 참여도가 감소하였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실제로 주요 올림픽 시설이 건설되었던 런던 동부 스트랫포드 지역은 대규모 재개발을 진행하며 유일한 시민 체육시설을 폐쇄하기도 하였다. 평창올림픽은 환경올림픽을 내세우며 새로 짓는 시설을 일부 철거하거나 이전하기로 했었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설은 뚜렷한 대책 없이 유지하기로 계획을 변경했다. 하지만 앞으로 3년만 지나도 누적되는 운영비가 철거 비용을 넘어서게 될 것이다. 전체 경기장의 운영비로 매년 300억 원 가량이 소요될 예정이다. 12개 경기장 중 9개 경기장은 향후 이용 계획이 정해져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의심스러운 수준이고, 3개는 아직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다. 강릉의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올림픽 개최 후 원주로 이전하는 것을 전제로 건설되었지만, 이전비용이 국비지원의 대상이 아님을 확인하고 뒤늦게 사후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 원주는 원안대로 이전할 것을 촉구하다가 최근에는 이축 비용에 상응하는 600억 원의 예산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강릉에 지어진 스피드스케이팅 경기장은 당초 철거를 전제로 건설되었으나 뚜렷한 대책도 없이 존치키로 변경되었으며, 지금까지 마땅한 활용 방안을 마련하지 못했다. 한국 선수의 스켈레톤 금메달 획득으로 많은 사람의 관심을 받은 슬라이딩 센터의 경우, 전 세계에 16개의 시설이 있고 대부분 북미와 북유럽에 있다. 이 시설의 유지비는 연간 30억 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지만 현재 마땅한 활용 대책은 없다. 5천 그루의 나무를 베어내고 천억 원을 들여 건설한 1998년 나가노올림픽 루지·봅슬레이 경기장은 20년 동안 지역 경제를 채무로 괴롭히며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해당 경기장은 결국 올해 폐쇄되어 거대한 콘크리트 더미로 남겨질 예정이다. 이보다 동계 체육 문화 기반이 좁은 한국의 전망은 더욱 암담하다. 이는 기후와 지형, 지역의 인구수 문제가 기본적인 원인이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동계 체육 종목에서 값비싼 장비와 시설이 요구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동계 체육 중 가장 많은 사람이 즐긴다는 스키조차 도 이용자가 감소하는 추세다. 한국의 스키 인구는 2012년에 680만 명으로 정점을 기록한 후 점차 감소하여, 2016년에서 2017년에 걸친 동계 시즌에는 약 480만 명만이 스키장을 찾았다.

예고된 재해 : 잊혀진, 혹은 외면하는
그러나 이번 동계 시즌에 평창 인근의 지역 상인들이 겪은 고통은 비단 이러한 동계 체육 산업의 하락세 때문은 아니었다. 지역 상인들은 올림픽이 약속한 장밋빛 경제효과를 보지 못했다. 동계 시즌은 성수기로 평소와 같으면 매출이 증가했을 시기다. 그러나 스키장을 찾는 사람들은 올림픽에 대한 ‘반사 효과’로 덜 혼잡한 다른 지역으로 향했다. 올림픽 등의 메가 스포츠이벤트 개최로 지역을 찾는 관광객이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은 전 세계에서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개최 기간 전후 2개월 동안 관광객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 하락했다. 2002년 월드컵 개최 당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도의 20~30%에 불과했다. 한 달 뒤에 개최된 부산아시안게임 전후로 외국인 관광객은 전년 동기 130만 명에서 91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이듬해 대구유니버시아드 개최 때도 관광 수입의 증가를 대대적으로 홍보했으나,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 수는 2002년 24만 명에서 2003년 17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경기장의 노동자와 자원봉사자들은 외부에서 계약한 업체를 통해 식사를 공급받았고, 읍내의 식당은 매출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평창올림픽조직위원회는 2018년 1월 22일부터 올림픽이 끝날 때까지, 올림픽 경기가 개최되는 스키장을 전면 통제하며 스키장의 나머지 슬로프에서도 일반 영업을 중단했다. 경기가 진행되는 리조트는 조직위로부터 충분한 시설 사용료를 받았다. 보광휘닉스파크는 올림픽 예산을 동원한 시설 확충과 도로 정비, 경관림 조성 등의 사업을 진행하기도 하였다. 문제는 리조트 인근의 지역 상가들이었다. 휘닉스파크 인근 면온, 무이 지역의 장비대여상점들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한두 상점의 문제가 아니라 50여 개의 상점이 사실상 문을 닫고 있어야 했다. 1년의 생계가 좌지우지되는 성수기에 휴업을 한 것과 다름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 조직위는 2017년 7월에서야 공청회를 통해 스키장 영업 중단 계획을 알렸다. 상인들이 대처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상인들은 중앙정부와 강원도에 재정지원을 비롯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제대로 된 협상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건설노동자들도 올림픽 재해를 피해가지 못했다. 평창올림픽 관련 건설 과정에서 4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다수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특히 사망 사건은 올림픽 개최가 임박한 2016년과 2017년에 걸쳐 발생했다. 2016년 7월 24일, 강릉시 교동 아이스 아레나 건설현장에서 고소작업차 붐대가 쓰러져 한 사람이 사망했다. 2017년 6월 1일, 평창군 대관령면 ‘원주~강릉 고속철도 9공구’ 공사현장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이 무너져 한 사람이 사망하고 두 사람이 다쳤다. 2017년 9월 13일, 경기도 양평군 중앙선 선로에서 올림픽 대비 수송 지원 시험 운전을 하던 기관차의 추돌사고로 한 사람이 죽고 여섯 사람이 다쳤다. 철도노조에서는 당시 사고에 대하여 “평창올림픽 개통 시기에 맞춰 철도공사가 시험 운전 점검을 빨리하려고 기관차 두 대를 연속으로 투입하며 위험성이나 안전조치, 그 밖의 대비책을 세우지 않았다”고 말한 바 있다. 그리고 수많은 노동자가 지금까지도 체불임금으로 고통받고 있다. 많은 건설노동자는 자신의 장비를 동원하여 현장에서 일한다. 장비 대부분은 대출을 끼고 있어서 매달 수백만 원에 이르는 할부금을 갚아야 한다. 현행법상 장비를 동원하는 건설노동자의 임금에 대해 시공사는 장비임대료 지급보증서를 발급하게 규정되어 있으나, 올림픽 관련 현장에서 보증서는 단 한 건도 발급되지 않았다. 누적된 미발급 지급보증서는 15만 건이 넘지만 이에 대한 과태료 부과나 행정처분은 전무했다. 체납으로 건설장비 할부금을 내지 못해 장비를 압류당한 노동자들도 있다. 가족의 생계가 파탄이 나서 아이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군대에 가거나 생계를 분담해야 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돈이 없어 임금을 주지 못한다는 사업주는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책임을 빠져나가고, 사법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며, 올림픽 성공 개최를 외친 관청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최근 5년 동안 올림픽 관련 공사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총 800억 원에 이른다.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임금직불제를 시행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실질적인 시행도, 체불임금 해소도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올림픽이 개최된 2월에 평창올림픽프라자 앞 거리에서 강원건설노조의 두 노동자는 단식으로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나섰다. 평창군 진부면에 거주하는 건설노조 조합원 최태영은 “우리도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원했다. IOC 위원들이 온다고 해서 새벽부터 길거리를 청소하고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과 노동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올림픽에 지장을 주지 말라’는 말만 한다. 가진 자들과 정부는 생색만 내며 아무것도 감수하지 않는데 왜 노동자는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말했다.
다른 곳에서도 올림픽으로 삶의 자리를 빼앗긴 사람들이 있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72만 명을 강제퇴거하고 토지강탈면허증으로써 올림픽 개최의 성공적인 사례를 남긴 후, 20년 동안 개최된 6번의 하계올림픽으로 인해 살던 곳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은 총 200만 명에 이른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을 통해 평창과 같이 인구밀도가 낮은 곳에서도 사람을 거주지에서 쫓아내고 자연을 짓밟는 일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2012년 6월에 가리왕산은 알파인 스키장 부지로 확정되었다. 가리왕산 아랫자락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엔 약 30여 가구가 살고 있었다. 정선군은 2013년 10월부터 마을 이전을 위한 조사 작업을 시작했다. 2014년 4월부터 보상 절차가 시작되었으나 본인 명의의 토지를 소유한 사람만이 보상대상이 되었으며 세입자를 비롯한 그 외의 사람들은 최소한의 이사비용만을 받을 수 있었고 강제수용이 시작되었다. 보상 절차와 기준도 받아들이기 어려운 수준이었다. 이주대책이 제대로 수립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공사가 시작되었고 주민들은 2015년 겨울부터 폐교인 숙암분교를 임시거처로 생활해야 했다. 4가구가 10평 남짓한 한 칸의 공간을 배정받았고, 도청의 부담으로 전기판넬을 설치하였으나 공과금은 주민들이 부담해야 했다. 비싼 난방비를 감당할 수 없어서 주민들은 추운 겨울을 보냈다. 폐교의 주민들이 이주단지로 이사한 것은 2017년 5월의 일이었다. 최종 13가구가 들어간 이주단지는 경사가 매우 가파른 지대에 조성되었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 6명은 단지 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가 어려워졌고, 눈이라도 내리면 마을은 고립되었다. 주민들은 경기장 공사 기간 내도록 소음과 분진, 그리고 발파작업으로 인한 주택 파손에 시달렸다. 숙암리 마을을 둘러쌌던 울창한 숲은 그 자체로 주민들의 생계 수단이었다. 산나물 채취를 주업으로 삼았던 주민은 더욱 먼 곳으로 채취 작업을 나가지만 공사장의 분진으로 상품성 있는 산나물을 가공하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한다. 이주단지에 입주하지 못하고 이사를 한 주민들은 생계수단과 집을 한꺼번에 잃어버렸으며, 대부분의 주민은 새집을 마련하기 위해 빚을 져야만 했다. 일부 주민은 자신의 농지가 있던 땅으로 청소 등의 단기계약 일용직 일을 나가기 시작했다. 고령의 주민들은 공사장에서도 호텔에서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고 생계를 지탱해주던 농지도 잃었으며 평생을 함께한 이웃들도 뿔뿔이 흩어졌다. 마을이 있던 자리는 올림픽 특구로 지정되며 두 개의 대형 호텔이 들어섰다. 송담 아이엔씨의 ‘가리왕산호텔’은 올림픽 개최기간까지도 공사를 마무리하지 못했다. 2017년 7월에 개장한 현대산업개발의 ‘파크로쉬리조트앤웰니스’의 로비에는 자작나무 숲을 형상화한 예술작품이 설치되어 있고, 진입로에는 앙상한 자작나무 경관림이 조성되어 있다. 하지만 이는 파괴된 숲의 빈자리를 더욱 강조할 뿐이다.
가리왕산은 숙암리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남한에서 드물게 남아있는 원시림 중 하나였다. 세계 최대의 왕사스레나무 자생 군락지이자 갯버지나무와 사시나무의 남한 최대 자생 군락지이며, 남한 유일의 세대별 주목 군락이 형성되어 있는 가리왕산은 2008년에 국가보호산림으로 공식 지정되었다. 그러나 2013년에 올림픽 공사를 위해 일부 지정 해제되었다. 사전환경성 검토는 특별법을 통해 면제되었고, 환경영향평가 당시 지적된 복원계획의 미비점은 전혀 보완되지 않았다. 희소가치가 높은 산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해 환경단체는 정선군, 평창군 관내에 있는 산 중에 알파인 활강 스키장 건설의 지형적 조건에 맞는 다섯 개의 산을 추천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강원도는 가리왕산을 고집하였고, 이에 대한 숙암리 인근의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되기도 하였다. 2014년 벌목이 시작되었고 유전적 중요도가 높은 상부의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부터 나무들이 잘려나갔다. 벌목 전에 보전가치가 높은 수목을 재조사하고 이식할 나무들을 다시 산정하여 식생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벌목을 실행하겠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원래 80m 폭으로 예정된 슬로프는 100m 폭으로 확대되어 결국 10만 그루 이상의 나무가 잘려나갔다. 이 과정에서 가슴높이 지름이 123cm에 이르는 들메나무도 벌채되었다. 이 나무는 북한의 천연기념물 396호 ‘대동리 들메나무’보다 더 큰 나무였다. 곤돌라 건설지에서는 가슴높이 지름이 113cm에 이르는 남한 최대의 왕사스레나무도 잘리고 말았다. 하봉 정상부는 기존 지형에서 10m가량 절토한 후 평탄작업까지 완료된 상태여서 식생 복원은커녕 지형 복원조차 불가능하다. 현재까지 가리왕산의 실질적인 복원계획은 수립되어있지 않다. 스키장 공사 과정에서는 산지복원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도 진행하지 않았다. 강원도지사 최문순은 가리왕산 복원을 하지 않고 현재 시설을 활용한 산악자전거 코스, 눈썰매장, 콘서트홀 등의 개발사업을 진행할 것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이야기한 바 있다. 실제로 강원도는 복원 사업의 예산을 전혀 확보하고 있지 않으며,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개최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비슷한 풍경을 1997년 무주유니버시아드에서도 보았다. 원상복원을 약속하고 스키장을 지었으나 당시 이식한 나무들은 계속해서 고사해갔으며 해당 장소는 방치되었다. 그뿐만 아니라 당시 지어진 곤돌라를 활용한 개발사업으로 덕유산 구간은 백두대간 중에서도 가장 빠른 속도로 상층부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가리왕산의 복원계획이 흐지부지된다면 또 다른 산림 생태계 훼손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는 셈이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반복하며 서식지의 미래를 파괴하는 짓은 이제 그만둘 때가 되었다.

남겨진 폐허

올림픽은 끝났지만, 올림픽 재해는 계속되고 있다. 가리왕산은 복원 계획 수립도 필요하지만, 겨울이 끝나며 당장 눈앞에 닥친 산사태 위험에 대한 대책이 시급한 상황이다. 올림픽 관련 시설 및 도로의 부실공사는 개최 전부터 문제 제기가 이어져 왔으며 개최기간 내내, 그리고 지금까지도 상황은 악화하여 가고만 있다. 각종 투기 특혜와 부정부패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건설노동자들의 체불임금 해결 역시 제자리걸음이다. 개최 기간 동안 착취당한 무급 자원봉사자들의 처우 개선은 없었으며, 일부 유급인력들조차도 아직 급여를 받지 못하고 있다. 관련 시설의 사후 관리 책임을 국민체육진흥공단에 떠넘기기 위한 법안개정작업은 꾸준히 계속되고 있다. 올림픽을 내세워 도립공원과 각종 보존지역을 해제하고 대형 건설사 등에 공적 자원을 점유할 특혜와 특권을 제공하는 올림픽 특구 사업은 2032년까지 이어질 예정이다. 그리고 여느 때와 같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고 다음 개최지로 떠나간 IOC는 이 모든 문제에 침묵하고 있다. 개최지의 공적 자원을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이용하여 발생한 이윤의 행방은 IOC가 결정하지만, 그 과정에 대한 어떠한 공적 감시도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권한을 가지지만 아무 책임도 지지 않는 IOC의 방식을 개최지의 권력자와 사업가들은 빠르게 학습하고 실행한다. 그렇기에 지금이야말로 끈질긴 사후 평가와 공적 감시, 그리고 적극적인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 우리의 선출직 공무원들에게 의무와 책임을 다해 달라고 요구하고 공적 담론의 장을 만들어나가는 일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우리는 무주동계유니버시아드를, 한일월드컵을, 부산아시안게임을, 대구유니버시아드를, 영암 세계 모터스포츠 대회를, 인천아시안게임을, 이들이 남긴 ‘유산’을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올림픽 재해의 실상을 똑똑히 들여다봐야 한다.

중앙대학교 교지편집위원회 ‘중앙문화’ 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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