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원전 사고로부터 9년 : 무토 루이코의 메세지

* '원전 사고 피해자 단체 연락회(히다렌)' 공동 대표인 무토 루이코의 메세지를 전달합니다. 일본어, 영어, 독일어로 작성된 내용은 링크에서 볼 수 있습니다. 

전세계의 여려분들께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로 9년의 세월이 지났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후쿠시마와 함께하며 핵 없는 세상을 위해 활동해오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 후쿠시마에서는 3월로 예정된 올림픽 성화 봉송이 가장 큰 화제가 되어있으며 이를 이용하여 사고로 초래된 여러가지 문제와 어려움들을 억지로 지우고 덮어버리려 하고 있습니다. 귀환곤란구역 일부에 피난지시를 해제하여 사람들을 귀환시키고, 운행이 중단되었던 조반선 철도도 귀환곤란구역을 포함하여 전면 재운행할 예정입니다. 성화 봉송 출발지인 J-빌리지라는 축구장(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0km 거리)에는 이미 전국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많은 인원이 방문하여 축구를 즐기고 있습니다. 후쿠시마 현에서 실시한 성화 봉송 구간의 시간당 방사선량 측정치는 도로변에서 0.46에서 0.77μSv/h로 기록되었습니다. 최소 13개 지점에서 제염 작업 실시 기준인 0.23μSv/h이상의 방사선량이 측정되었습니다. 성화 봉송 주자와 관중 모두가 위험에 노출될 것이 우려됩니다. 이 올림픽은 '부흥 올림픽'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피해자들에게 부흥이라는 것은 도대체 무엇이란 말입니까.

그리고 이 올림픽의 부끄러운 모습은 아베 총리의 "원전 오염수는 통제되고 있다"는 거짓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원전 부지의 물 탱크에는 ALPS(다핵종제거설비)처리되어 저장된 오염수가 120만톤 이상 있습니다. 일본 경제산업성 오염수 대책 소위원회는 오염수를 해양 방출하거나 수증기 방출하는 방안이 지역주민을 위한 최선의 제안이라고 결론내렸습니다. 육상에 보관하는 또 다른 대안이나 트리튬 등 추가 방사성 핵종을 처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되지 않았습니다. 어업 종사자들과 지역주민들도 반대하고 있습니다. 인위적으로 방사능 오염수를 바다로 흘려보내는 것은 유엔해양법혐약에도 런던협약에도 위배됩니다. 지금 세계 각국에서 목소리를 내 주십시요. 일본이 더 이상 해양을 오염시키지 않도록 힘을 모아 주십시요. 작년에 시작된 원전 부지 배기탑 해체 공사는 원래 원격 제어 작업으로 계획되었으나 문제가 계속 발생하여 기구를 타고 사람이 올라가 직접 그라인더로 절단 작업을 해야했습니다. 원전에서 작업하는 노동자들의 사고율은 매우 높습니다. 일본 작가 하루하시 사토시는 2019년 12월 1일 블로그를 통해 "원전 사고 이후 2019년 상반기까지 도쿄전력이 공식적으로 인정한 수치만 보더라도 20명이 사망하고 24명이 중상을 입었으며 29명이 의식불명에 빠졌고 222명이 부상을 입고 101명이 열사병에 걸렸다"고 했습니다.

작년 9월 도쿄지방법원에서는 전 도쿄전력 경영진에게 원전 사고의 책임을 묻는 형사 재판이 열렸습니다. 믿을 수 없게도 피고인 3명이 모두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후쿠시마 현민을 비롯한 많은 피해자들에게는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결과였으며 더욱 큰 고통과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기소를 담당했던 검사는 "원자력 행정에 힘을 실어주는 판결"이라고 말했습니다. 37회에 걸쳐 진행된 공판에서 드러난 수많은 명백한 증거들을 외면하고 도쿄전력에 유리한 증거만 채택한 판결문이었습니다. 원전 사고의 피해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거의 없었습니다. 또 정부기관이 최신의 과학적 증거에 근거하여 공표한 지진 및 쓰나미에 대한 장기 평가의 신뢰성을 완전히 부인했습니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정부 규정에 반영되는 "사회 통념"이 "절대적인 안전을 요구하지는 않는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1992년 이카타 원전에 대한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 판결이 "만에 하나라도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이라고 명시하여 원전으로 인한 사고를 막기 위해 가능한 모든 예방 조치가 필요함을 이야기 한 것에서 오히려 후퇴하고 만 것입니다. 법원은 잘못된 판단을 했습니다. 모든 증언과 증거를 인정하면서도 "그래도 죄를 물을 수 없다"라니 분노할 수 밖에 없습니다. 우리는 항소를 진행할 것입니다. 법원이 다른 권력으로부터 완전히 독립하여 정의를 실행할 수 있기를 바라며 우리들의 존엄을 되찾기 위해 힘을 내서 계속 싸워가고자 합니다. 핵으로 인한 비극의 역사가 하루 빨리 막을 내리도록 서로 손을 잡고 함께합시다.

2020년 3월 후쿠시마에서 무토 루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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