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폐허 가이드 : 평창올림픽 개최 후 5년

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막을 내린지 5년이 넘게 지났다. 감동적인 경기 장면에 열광하던 미디어들이 새로운 메가스포츠이벤트를 쫓아 가느라 바쁜 동안, 올림픽 주최 측과 협력자들이 또 다른 이권 사업을 찾아 떠난 자리에서는 지금껏 어떤 일들이 벌어져왔을까.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개최 이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개최지 답사를 지속해오고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올림픽 폐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의 답사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한다. 


공공영역 박살내기



보도블럭 위에 평창 2018 평창 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과 패럴림픽 마스코트 반다비 조형물이 세워져있다. 뒤로는 잔디가 깔린 광장과 큰 빌딩들이 보인다. 조형물에는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NOlympics 빚으로 빚은 금메달'이라고 적힌 작은 배너가 부착되어 있다.
2017년, 서울 시청 광장


올림픽은 두달여 간의 짧은 이벤트가 아니다. 유치 추진 단계에서부터 개최까지 10여년, 개최 이후 수십년간 오랜 시간에 걸쳐 개최지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규모 사업이다. 개최지 사회의 구성원 입장에서 볼 때에 올림픽의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인 예외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올림픽의 주인인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가 이 산업을 지속하며 이윤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 강력한 힘에 이끌려 무책임한 기업과 투자자, 정치인과 지역 유력 인사들이 끈끈하게 협력한다. 


평창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직후 국회에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평창을 포함한 대부분의 올림픽 개최지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절차를 무력화하고, 사업 관계자들에게 예외적 특권을 부여하는 법률과 제도가 시행되곤 한다. 올림픽 특별법은 지금까지도 올림픽 개발 사업의 근거가 되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수풀이 우거진 너머로 터널 및 도로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이 보인다. 주변에는 건설 자재가 여기 저기 놓여있고 트럭이 오가고 있다. 공사 현장 뒤편으로는 송전탑과 산이 보인다.
2017년, 국도 6호선 공사 현장


올림픽 유치 논의가 본격화되던 2000년대 중반부터 강원도에는 투기 자본이 몰렸고, 재벌과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많은 외지인들이 땅을 사들였다. 수조원 단위의 예산 중 70% 이상이 올림픽과 관련성이 낮은 대규모 토목 건설 사업에 들어갔다. 그 중 많은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우회하고 각종 규제 완화와 면세 혜택을 받으며 추진되었다. 기존 도로와 경로가 거의 일치하여 사업성 부족으로 추진되지 않았던 도로 사업도 올림픽 명목으로 예비타당성 조사는 커녕 간이 예비타당성조사 마저도 면제받고 새로이 추진되었다. 해당 도로 공사를 비롯한 여러 공사 현장에서 불법 투기, 유착과 특혜 의혹이 끊이지 않고 제기되었으나 그 중 어느 하나도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았다.


산에 수목이 우거져있지만 좌우로 넓은 경사면을 따라 나무가 베어져 있다. 몇몇 사람들이 서서 나무가 베어진 장소를 바라보고 있다.
2014년, 가리왕산 불법 벌목 현장


평창올림픽 유치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도민들의 의사를 수렴하는 주민참여 공청회와 토론회는 단 한 차례도 개최되지 않았다. 일단 올림픽 개최가 확정되고 난 뒤에는, 올림픽에 의해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사람들이 개입할 수 있는 부분이 많지 않다.


올림픽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IOC는 적당히 좋은 말들을 늘어놓으며 주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로 개최지 사회에서 절대적인 권력을 휘두르다가 다음 개최지로 떠난다. 개최가 확정되어 IOC와 개최도시가 계약서에 서명을 하고 나면 해당 지역 주민들 뿐만 아니라 선출직 공무원들까지도 일정 부분 IOC에 예속된다. 판데믹 중에 강행 추진된 도쿄 하계올림픽에서 우리는 개최 계약에 얽메어 주민들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기 위한 결정과 실행의 권한마저 잃은 공공영역 집행자들의 행태를 볼 수 있었다. 이는 일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일방적이고 불공정한 개최 계약은 모든 개최지에서 적용된다. 판데믹을 피해갈 수 있었던 것이 다른 개최도시가 누린 약간의 행운이었을 뿐이다. 착취와 파괴로 이익을 얻으려는 기업들은 IOC를 철저하게 벤치마킹하고, 안일한 정치인들이 올림픽의 허황된 구호를 활용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며, 나태한 연구자들이 IOC가 제시하는 자료들을 그대로 재생산하는 동안에 개최지 사회에는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상처가 남는다. 


짙은 초록색 나무들 너머로 높이 솟은 구조물이 보인다. 구조물 상부에 오륜기 조형물이 부착되어 있고 전망대 같은 부분 아래에는 글씨가 일부 손상된 '알펜시아' 라는 글씨가 붙어있다. 구조물 너머로 보이는 하늘에는 구름이 다소 낀 상태다.
2021년, 알펜시아 리조트


강원도개발공사가 올림픽 유치 핵심 기반시설로 2009년에 조성한 알펜시아 리조트는 대부분 빚으로 조달한 1조 6800억원을 들여 지었다. 작년에 올림픽 시설을 제외한 나머지를 건설비의 반도 안되는 가격으로 민간에 매각했다. 올림픽 시설들은 경제성이 없어서 매각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되었다. 알펜시아 건설 이후 계속 불어난 이자와 원금 부채의 부담으로 강원도개발공사의 재정 상황은 악화일로를 걸어왔다. 2013년에 강한 반발을 무릅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했지만 나아진 것은 없었다. 강원도개발공사는 올림픽 유치 추진 이전에 전국 최우수 공기관으로 꼽히기도 했었다. 작년 8월에 새로 취임한 공사 사장은 수익성이 높은 시설을 모두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공표했다. 강원도청의 재정 상황 역시 심각하다. 올림픽 유치 추진 이후 점차 하락하는 도 재정자립도는 매년 최저치 기록을 갱신하고 있다.


넓은 실내 공간 바닥 가운데에 '장애인도 평등해야 평화입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고 글씨에 여러 색이 칠해져있다. 주변으로는 여러 문구가 적힌 조끼를 입은 보행자와 전동휠체어 이용자가 몇 명 서 있다.
2018년, 서울역


당초 8조 8천억원으로 계획되었던 올림픽 개최 예산이 14조 2천억원까지 불어나는 동안에 우선 삭감된 것은 복지•교육•의료 예산이었다. 평등과 이상을 실현한다는 패럴림픽이 개최될 때, 같은 시기에 진행된 컨퍼런스에 참가했던 장애인들은 대중교통 수단의 부재로 강릉역에서부터는 더 이상 이동할 수 없었다. 고속철도가 지나가지 않는 지역의 장애인들은 휠체어가 탑승 가능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어서 개최지 근처에 접근할 수도 없었다. 


어두운 밤에 버스 두대가 도로가에 정차해있고 보행자 도로 위에 휠체어 이용자와 보행자 여러명이 버스 탑승을 위해 대기하고 있다. 사람들은 두꺼운 옷을 입고 있으며 도로변에는 눈이 조금 쌓여있다.
2018년, 평창에서 운행된 서울 시내버스


강릉역에서 발이 묶인 휠체어 이용자들은 국토교통부에 직접 차량을 요청한 후에야 이동할 수 있었다. 패럴림픽 기간에 맞춰 교통약자를 위해 준비했다는 저상버스는 서울 시내에서 운행되던 버스였으며, 패럴림픽 폐막과 함께 지역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2021년까지 강원도 내 전체 18개 시•군 중 12개 시•군에서는 저상버스가 단 한 대도 운행되지 않았다. 2022년 8월, 정선에 두 대의 저상버스가 도입되면서 미운행 지역은 11개로 줄어들었다. 강원도 전체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36.1%로 전국 평균인 27.8%보다 높은 편이지만, 이는 춘천시의 도입률이 93.3%로 월등히 높기 때문이다. 실질적으로 생활권을 이어주는 농어촌버스, 마을버스에서의 저상버스 도입률은 1~4%에 불과하다. 올림픽과 패럴림픽 명목으로 소요되었던 예산은 지역에서의 이동권과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사용되어야 했었다. 장애는 일시적으로 비장애인 사회에 자극과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며, 우리 삶과 사회의 일부다. 



진정한 올림픽 유산을 찾아서


흰색 벽면을 따라 오른편에는 오륜기 조형물과 수호랑 조형물이 부착되어 있고 정면에는 'GANGWON 2024'라고 적힌 큰 홍부 판넬과 '강릉 올림픽 뮤지엄 입구'라고 적힌 작은 판넬이 세워져있다. 벽을 따라 그 왼편으로는 화분 하나가 놓여져있고 뒤쪽 벽에는 반다비 조형물이 부착되어 있다.
2023년, 강릉 아레나 내부


중소 협력업체와 버스 기사들이 일한 대가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1천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이 임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와중에도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한 번도 예산, 결산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은 채로 해산하고 말았다. 책임 주체가 사라지고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모두가 침묵하는 동안에 왜곡된 역사를 만들기 위한 각종 올림픽 유산 사업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IOC가 직접 제안하여 2020년에  2024 청소년동계올림픽의 강원도 개최가 확정되었다. 청소년올림픽은 날이 갈수록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는 올림픽 산업의 지속을 위해 IOC가 2010년에 새롭게 출시한 따끈따끈한 파생 상품이다. 강원도청은 청소년올림픽 개최가 평창올림픽의 유산을 계승하고 시설을 활용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를 바꾸어 말하자면, 또 다시 대규모의 공공자금을 쏟아부어 비슷비슷하게 불투명한 사업을 추진하는 것 이외에는 남겨진 시설을 계속 활용할 마땅한 방안이 없다는 고백과 다를 바가 없다. 


강원도와 강릉시 산하 공공시설로 남겨진 경기장 7개에서 최근 3년 동안 누적된 적자만 해도 135억원 가량이며, 이 시설들의 평균 수익률은 마이너스 78%이다. 이는 각 시설 당 천억원이 넘게 소요된 건설비는 제외하고 개최 이후 운영비만을 포함한 계산이다. 그 외에 관리를 위탁하고 있는 시설을 모두 포함한 전체 12개 경기장의 총 적자 규모는 연간 14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남겨진 시설의 문제는 유치 추진 단계에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었다.


‘시설 사후 활용’, ‘올림픽 유산 계승’을 내걸고 추진되는 새 사업들이 많지만, 사업의 내용이 경기장 본연의 목적과 무관하고 추진한 이후에도 최소한의 유지비 충당조차 기대하기 어려운 사업들 뿐이다. 대규모의 공적 자금을 동원하며 개발 기업의 주머니를 불리기 위한 사업의 명목이 2018년까지는 ‘친환경 올림픽 개최’였으나 이후 ‘올림픽 유산 활용, 기념과 계승’으로 대체된 것에 불과하다. 


좌우로 긴 큰 회색 건물이 보인다. 건물 왼쪽 상단에는 IBC라고 적혀있다. 그 앞으로는 조금 낮은 높이의 건물이 좌우로 길게 놓여있다. 건물 오른편에는 '국가문헌보존관 개관 예정 2024'라고 적힌 판넬이 부착되어 있다. 건물 아래로는 옹벽이 위치해있고 계단 난간이 보인다. 바닥에는 흰 눈이 쌓여있다.
2023년, 국제방송센터


평창올림픽 시설들 중에는 ‘친환경 올림픽’ 개최를 위해 사용 후 바로 철거할 계획으로 지어진 시설들이 있다. 알펜시아 리조트 내에 있는 국제방송센터 역시 철거할 계획으로 945억원의 건설비를 들여 세워졌다. 이후 구체적인 방안 없이 3년 동안 방치되었다. 2021년에 국립중앙도서관 부설 국가문헌보존관으로 개축할 계획이 발표되었고 2024년까지 완공을 목표로 610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다. 국제방송센터는 도개발공사가 부채 감축을 위해 민간에 매각하겠다고 2022년에 공표한 여러 시설 중 하나다.


경사면을 따라 길게 조성된 경기시설이 보인다. 시설 왼편으로는 도로가 위치해있다. 멀리 아래쪽에는 리조트 시설과 짙은 초록색의 산, 파란 하늘이 보인다.
2019년, 슬라이딩 센터


전 세계에 슬라이딩 센터와 같은 봅슬레이·루지·스켈레톤 경기장은 19개가 지어졌고 현재까지 운영되고 있는 것은 15개다. 대부분은 유럽 산악 지대나 북미 북부 지역에 위치해있다. 아시아에서 지어진 시설 중 일본의 삿포로, 나가노의 시설은 각각 2000년, 2017년에 폐쇄되었다.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위해 옌칭 지역에 지어진 시설은 건설 단계에서부터 설상, 빙상 경기를 개최하기 적합하지 않은 기후를 가진 지역에 들어서는 것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었었다. 해당 시설은 베이징 올림픽이 끝나고 곧 운영이 중단되었다. 평창의 슬라이딩 센터 만이 아시아 지역에 유일하게 남겨졌다.


뒤로는 수풀이 우거져있고 경기 시설이 시작되는 지점이 수풀에서부터  길게 뻗어있다. 난간은 녹슬어 있고 시설에는 낙엽과 천막 등이 놓여있고 일부에 풀이 자라있다.
2021년, 슬라이딩 센터


슬라이딩 센터는 1340억원을 들여 지었다. 경기를 개최하지 않아도 연간 시설 유지에 16~20억원이 소요되고 있다. 해당 종목 국가대표팀의 1년 예산은 8억원 가량인데 슬라이딩 센터에 얼음을 한 번 얼리는 데에만 2억원 가량이 필요하다. 대표팀은 주로 해외에서 훈련을 진행해왔다. 2024 청소년올림픽을 앞두고 최근 2년 동안 평창 슬라이딩 센터에서 수 차례 대회가 개최되며 이전에 비하여 수익이 증가했다고 강원도가 발표했다. 하지만 증가한 최근 수익 조차도 기존에 지출되는 운영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에 불과하다.


눈이 쌓여있는 가운데에 직사각형의 시설이 놓여있다. 시설 전면에는 좌우로 여러면으로 분할된 유리로 된 출입구가 보인다. 시설물 뒤편으로는 나무들이 우거져 있다.
2023년, 슬라이딩 센터 하단에 위치한 '썰매종목 체험시설 종합안내소'


2021년, 문화체육관광부는 방치되는 경기장을 두고 98억원을 추가로 들여 ‘가상현실 모의 훈련’ 시설을 지었다. 이에 앞서 강원도는 슬라이딩 센터에서 관광 체험 시설인 ‘플라잉 스켈레톤’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공표했다. 해당 시설의 시범 운행은 올해 중 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눈이 쌓인 도로변에 낮은 울타리가 있고 그 너머에 나무 데크로 높은 울타리가 설치되어 있다. 울타리에는 '통제구역, 과계자외 출입금지. DANGER, AMMONIA'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나무 울타리 왼편으로는 가로등과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2023년, 슬라이딩 센터


평창 슬라이딩 센터는 냉매로 암모니아를 사용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냉각 방식을 위한 암모니아 사용에 대해 여러 개최지에서 안전과 환경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어 왔었다. 오존층 보호를 위해 20세기에 국제적으로 사용이 금지된 프레온 가스는 본래 암모니아와 같이 위험도가 높은 냉매를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물질이다. 이후 배관 기술의 발전으로 암모니아가 다시 산업용 냉매로 쓰이기 시작했지만, 여전히 위험도가 높은 물질이라 할 수 있다. 슬라이딩 센터는 올림픽 개최 전 완공을 앞두고 암모니아 순환 펌프 설비의 결함이 지적되었던 바도 있다. 해당 시설을 안전하게 계속 유지하려면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이 필수불가결하며, 이에 소요되는 비용도 클 수 밖에 없다.


넓은 잔디 경기장에 스프링 쿨러가 작동하고 있다. 경기장 좌우로는 빈 관람석이 있다. 경기장에 접해 있는 언덕에는 스키점프대가 있다. 점프대 상부에는 전망대가 있고 좌우로는 조명 시설이 높게 솟아있다.
2021년, 스키 점프 센터


알펜시아 리조트 내에 위치한 스키 점프 센터는 533억원을 들여 지었다. 연간 적자 규모는 5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점프대 하단 부분은 보수 공사를 진행한 후 강원 FC의 연습 구장으로 사용하기로 하였고 상부에는 전망대를 운영하며 드물게 대관을 진행하고 있지만 수익은 미미한 수준이다. 


도로가 면한 넓은 부지에 알록달록하고 복잡한 구조의 체험 시설이 설치되어 있다. 시설 앞으로는 수호랑과 반다비 조형물이 세워져있고 낮은 계단이 설치되어 있다. 시설 양 옆으로는 노란색 컨테이너가 세워져 있고 주변으로는 나무 몇그루와 가로등이 있다. 바닥에는 눈이 쌓여있고 시설이 있는 부지 너머로는 수풀이 보인다.
2023년, 스키 점프 센터 옆에 위치한 스카이 타워 체험 시설


스키 점프 센터와 크로스 컨트리 센터 사이 공터에는 스카이 타워 체험 시설이 새로 들어섰다. 평창군이 올림픽 유산 활용을 목적으로 15억원을 들여 2022년에 건립한 시설이다. 아직 운영 주체는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넓은 경기장과 빈 관객석, 필로티 구조의 건물과 여러개의 컨테이너가 보인다. 전체적으로 눈이 쌓여있고 경기장 안쪽에는 장비 몇 대가 주차되어 있고 주변에는 조명 시설이 세워져 있다. 경기장 뒤편으로는 숲이 보인다.
2023년, 크로스컨트리 센터와 바이애슬론 센터


인접한 크로스컨트리 센터와 바이애슬론 센터 역시 수익 없이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스키 점프 센터를 포함한 이 세 개 시설은 아무런 경제성이 없어서 알펜시아 리조트 민간 매각에도 제외된 시설이다.


오각형으로 조성된 부지 한쪽 면에 건물 한 동이 보인다. 바닥에는 눈이 조금 쌓여있다. 건물 뒤편으로는 산이 보인다.
2020년, 주경기장


대관령면 횡계리에 위치한 주경기장 역시 유지비 절감과 친환경 올림픽 개최를 위해 올림픽이 끝난 뒤 철거할 계획으로 653억원을 들여 지었다. 하지만 개최 이후에 전체 다섯 동 중 한 동을 남겨두기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마땅한 이유도 없었으며 의견 수렴의 과정도 없었다. 여기에 다시 50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올림픽 기념관을 만들었다. 2022년에 강원도는 기념관 인근의 조경 공사와 시설 확충 사업을 위해 27억원 이상의 예산을 추가로 책정했다.


필로티 구조의 건물이 있고 건물에 들어가는 파란색 계단이 보인다. 천장에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게패럴림픽대회 기념관'이라고 적힌 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기둥에는 '전시실'이라고 표시된 안내 표지판이 붙어있다. 계단 오른편에는 ATM기가 있고 건물 왼편으로는 넓은 광장과 화단이 있고 그 뒤로 잔디 경기장과 산이 보인다.
2021년, 올림픽 기념관 입구

2020년 말에 문을 연 평창올림픽 기념관에는 아름다운 이야기만 가득하다. 각국 유수의 무기사업체들이 만든 올림픽 성화들을 소개하며 평화를 강조하고, 지역 재정을 압박하는 남겨진 시설들을 소개하며 올림픽 유산이라 칭송하고 있다. 


눈이 쌓인 넓은 광장 가운데에 여러 국가의 국기가 걸린 깃대가 둥글게 설치되어 있다. 그 가운데에 'Peace # Begins'라는 글자 모양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깃대 앞쪽으로는 한국 선수단의 모습을 한 조형물과 올림픽 마스코트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조형물 앞으로는 화단과 벤치, 안내 표지판 등이 있다.
2023년, 올림픽 플라자


주경기장 인근에 위치한 올림픽 플라자는 개최 당시 주요 행사가 열렸던 장소다. 이 자리에는 2022년부터 평화테마파크 조성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평창군이 주관하는 484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이며 2023년에 행정안전부의 중앙투자심사를 최종 통과하여 착공을 위한 행정 절차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겨울산 앞에 단층 구조의 상가가 있다. '겨울의 전설, 스키 , 보드 강습', '리프트 할인, 강습 전문'이라고 적힌 간판이 걸려있다. 상가 앞 난간에는 '2019 pyeongchang olympic kill us!!, 누구를 위한 동계올림픽인가?'라고 적힌 현수막이 붙어있다. 상가 앞 주차장은 텅 비어있다.
2018년, 면온리 무이리 지역 상인들이 내건 현수막


올림픽 설상 경기가 진행되었던 용평리조트 인근 지역은 주민들의 직접적인 피해가 컸던 곳이다. 지역의 스키장비 대여업체들은 겨울 성수기 시즌의 수입에 기대어 한 해를 살아간다.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는 개최가 임박했을 때에 올림픽 경기장 뿐만 아니라 경기가 진행되지 않는 일반 슬로프까지 모두 폐쇄하고 운영하지 않을 것이라는 방침을 주민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주민 대책위는 다급하게 올림픽과 관련된 모든 조직과 공공기관을 찾아가 대책 마련을 호소했으나 누구도 이들과의 대화에 나서지 않았다. 


푸른 잔디와 보행자 도로, 조형물 등으로 구성된 공원이 도로가에 조성되어 있다. 정면의 표지판에는 '2018 동계올림픽&패럴림픽 개최 도시 평창군 방문을 환영합니다. 평화올림픽 기념공원에서 그날의 아름다운 추억과 감동을 함께 하시기 바랍니다. 평화의 빛, 영원한 감동, 국민과 함께. 평창군'이라고 적혀있다. 공원 뒤로는 리조트가 보인다.
2021년, 평화올림픽 기념 공원


리조트는 일반 슬로프 영업 중단에 대한 보상금을 받았다. 리조트 진입로도 올림픽 개최를 명목으로 새로 정비되었다. 개최 이후 리조트 입구 옆에는 9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올림픽 기념 공원이 조성되었다.


커다란 회색 경기장이 보인다. 정면에는 경기장으로 진입하는 계단이 보이고 경기장 외벽에는 '강릉 하키 센터'라고 영어와 한국어로 적혀있다.
2023년, 강릉 하키 센터


빙상 경기장들이 모여있는 강릉 올림픽 파크는 올림픽이 막을 내린 이후, 드물게 대관이나 행사가 진행될 때를 제외하고는 방치되어 있다. 올림픽 개최 이전, 강릉시는 국비 40억원을 들여 2년 동안 시민 빙상 체육 활성화 사업을 진행했지만 실질적인 성과를 확인하기는 어려웠다.


1046억원을 들여 지은 하키센터는 매년 적자를 누적해오고 있다. 강원도는 1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을 추가로 투입하여 디지털 공연장 조성 사업을 추진하였고, 이 사업의 결과로 작년 8월에서 9월 사이에 미디어아트 아이스쇼가 진행되었다. 이 행사를 포함해 2022년 한 해 동안 몇몇 행사로 4억 180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지만 시설의 운영비에 미치지 못했다.


넓은 공터에 커다란 경기장 건물이 보인다. 정문과 유리창 위쪽 외벽에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이라고 영어와 한국어로 적혀있다.
2023년, 강릉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


1240억원을 들여 지은 스피드 스케이팅 경기장 역시 당초에는 개최 이후 철거할 계획이었다. 오랫동안 명확한 활용 방안이 수립되지 않은 채로 영화 촬영 세트장, 박람회장, E-스포츠 대회장 등으로 이따금 대관되었다. 2022년 한 해 수익은 하키 센터와 비슷한 수준이다.


둥근 돔 형태의 대형 경기장이 보인다. 앞쪽에는 넓은 공터가 형성되어 있고 화단과 조형물 등이 부분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좌우로 넓은 출입구 위쪽에는 '강릉 아레나'라고 영어와 한국어로 적혀있다.
2023년, 강릉 아레나


1339억원을 들여 지은 아이스 아레나는 지금까지 거의 비어있는 상태로 있었다. 작년에는 두 건의 대관이 진행되어 350만원의 수익을 올렸다.


건물 외벽 한켠에 '아레나 수영장'이라는 간이 표지판이 놓여있다.
2023년, 강릉 아레나 수영장 입구


작년까지 98억원을 들여 지하에 수영장을 조성했다. 경기장 명칭에서 아이스는 슬그머니 빠졌고 ‘강릉 아레나’로 이름이 변경되었다. 


경기장 출입구 위쪽에 오륜기 조형물과 '강릉 올림픽 뮤지엄'이라는 문구가 영어와 한국어로 적혀있다.
2023년, 강릉 아레나 입구


1층에는 또 다른 올림픽 기념관이 조성되었다. 여기에서는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전시물이 주를 이루었다. 


주황색 배경의 왼쪽 벽에는 '자원봉사자 여러분! 당신들이 가장 자랑스러운 국가대표입니다. 20,840"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정면에는 '명예 자원봉사자의 전당'이라는 문구와 영상이 영사되고 있고 그 앞에는 오륜기 조형물이 부착된 낮은 높이의 화면이 설치되어 있다.
2023년, 강릉 올림픽 뮤지엄 내부


하지만 평창올림픽 당시 자원봉사자들에 대한 대우는 처참한 수준이었다. 기본적인 생활 여건과 이동 수단마저 제대로 제공받지 못한 자원봉사자들은 개최 기간 동안 60건이 넘는 청와대 청원을 보내고 다방면으로 개선을 호소했으나 나아진 것은 없었고, 결국 전체 인력의 6분의 1 가량이 버티지 못하고 그만둘 수 밖에 없었다.


공터에 오륜기 형상과 성화봉의 형상을 응용한 대형 조형이 설치되어 있다.
2023년, 강릉 아레나 앞 공터


오가는 사람을 찾기 어려운 올림픽 파크 공터에도 자원봉사자들을 기리는 거대한 조형물이 2022년에 새로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겪은 가혹한 현실은 그 어디에도 기록되어 있지 않았다.



가리왕산


바로 앞에는 콘크리트 기초의 넓은 단이 있고 그 뒤쪽으로는 매우 가파른 경사면에 자갈과 흙만 있는 슬로프가 조성되어 있다. 슬로프 양 옆으로는 숲이 있다.
2018년, 가리왕산


산림청이 원상복원을 조건으로 내걸고 보호구역을 해제한 후, 불법 벌목을 시작으로 10만 그루의 나무가 베어진 가리왕산에는 1926억원을 들인 올림픽 알파인 스키 경기장이 지어졌다. 산림청이 반드시 공사 이전에 수립해야 한다고 했던 복원 계획은 아직도 존재하지 않는다. 돌이킬 수 없는 산림파괴는 베어진 나무에서 그치지 않았다. 산 정상부에서부터 하단부까지 대규모의 황무지가 조성되며 산 전체의 기후가 변화했고, 인접한 숲의 건강성도 점차 악화되고 있다. 


벌목 이후 가리왕산에서는 해마다, 특히 장마철에 집중적으로 크고 작은 산사태 피해가 발생했다. 이전에는 계곡을 따라 형성된 숲이 물길을 안정화하고 사면의 토사를 잡아주는 역할을 수행했던 것으로 여겨진다.


산 정상부까지 가파른 경사면에 슬로프가 형성되어 있고 드문드문 키작은 풀이 자라있다. 좌우로는 스키장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그 옆으로는 숲이 있다.
2019년, 가리왕산


복원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벌목 이전에 기존의 산림 토양과 식생의 표본을 채취하는 등 많은 사전 작업이 요구되지만, 어느 것 하나 이루어진 것은 없었다. 수백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되어온 산림 토양의 표토가 완전히 제거된 현 상태에서는 이미 발생한 생태적 피해를 완전히 회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알파인 스키 경기장은 16도 이상의 급경사면에 조성되었기에 소수의 직업 선수 외에는 일반 스키 이용자가 사용할 수 없는 시설이다. 그러나 계속된 개발 압력으로 산림 복원 논의는 지지부진했고, ‘합리적 복원을 위한 협의회’는 결국 2021년 6월에 3년 동안의 한시적 곤돌라 운행안을 허가했다.


산 위쪽에서 아래를 바라보고 있는 장면이다. 가파른 경사면에 좌우로 자갈과 모래만 있는 넓은 슬로프가 형성되어 있고 좌우로 숲이 있다. 멀리로는 산이 보인다.
2020년, 가리왕산


최근 강원도와 정선군, 산림청은 가리왕산에 국가정원 조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산림청 산림보호국장은 국가정원 조성이 생태복원의 좋은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작년 국회에서 연구 용역비 10억원이 책정되었고 정선군은 이미 국가정원 조성 기본계획 타당성 용역 조사를 진행했다.


산 아래쪽에서 경사면을 바라본 모습이다. 가운데 슬로프에는 낮은 풀과 덤불이 자라고 있으며 좌우로는 케이블카 지주가 경사면을 따라 여러 개 설치되어 있으며 그 옆으로 숲이 있다.
2021년, 가리왕산


국가정원 조성의 근거가 되는 수목원법에서는 정원을 “식물, 조형물 등의 시설물을 ‘전시’하는 시설로 자연재료와 인공물을 기능적으로 구성한 구역”으로 정의한다. 자연 식생들이 긴밀히 상호작용하는 생태계가 형성된 보호산림이나 오래된 숲과는 전혀 관계성을 찾을 수 없는 것이며, 인공적으로 조성된 공원에 불과하다. 실제 산림청에 등록된 두 군데의 국가정원 역시 조경 계획을 세워 정기적으로 식생을 전면 교체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눈이 쌓인 가파른 경사면은 토양이 노출된 채 있고 그 옆에 케이블카 지주가 설치되어 있다. 좌우로는 겨울 숲이 보이고 정면에는 두꺼운 옷을 입은 두 사람이 'NO Olympics!'라고 적힌 깃발을 들고 있다.
2022년, 가리왕산


가리왕산의 복원에 반대하며 올림픽 유산 계승과 개발 계획을 강하게 주장하는 한 주민은 “올림픽이라는 국가 대사를 위해 희생을 강요받았으니 보상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숲을 원상복구할 거면 사라진 우리 동네도 다시 복원하라”고 말한다. 이는 개발에 찬성하는 주민들도 올림픽이 파괴와 억압을 가져왔다는 것을 잘 알고 있음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눈이 쌓인 슬로프 왼쪽으로 케이블카가 운행되고 있다.
2023년, 가리왕산


올해 1월 3일부터 가리왕산에서 케이블카가 운영되기 시작했다. 2024년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국가정원 조성 계획이 케이블카 계속 운행을 전제로 추진되고 있기에 이 약속이 지켜질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상부에는 편의시설과 조망 데크가 설치되어 있다. 현재 시점에서 데크 바깥으로의 출입은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점점 더 많은 방문객의 발길이 이어지면 상부 정류장과 연계된 산행을 요구하는 목소리 역시 점차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통행이 제한되어 있는 기존의 작업용 임도를 일반 생태탐방로로 전환하려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계속되는 돈 잔치


지금까지도 진행되고 있는 올림픽 특구 개발 사업은 올림픽 산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잘 보여준다. 올림픽 특별법에 의거하여 지정된 특구는 올림픽 개최를 대비하여 시설을 확충하는 등의 목적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 중 많은 시설이 올림픽과 직접 관련이 없는 대규모 호텔, 리조트 조성 사업이며 올림픽이 끝난 이후 오히려 사업 규모가 확대되어 계속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개최 이전에 진행된 많은 건설 사업처럼 특구 사업 역시 각종 예비 조사 및 행정 절차를 면제받고 토지 수용을 위한 절차를 상당 부분 생략할 수 있는 등, 거의 모든 규제에 대한 특혜를 적용받는다. 


흑백 사진이다. 해변 백사장에 나무로 만든 조형물이 세워져 있고 주변에 걸어다니는 행인이 있다. 해변 뒤쪽으로 나무 여러 그루가 있고 그 뒤로 높은 흰색 건물이 있다.
2018년, 경포 해변 인근


이 호텔은 도립공원 보호구역 일부가 지정 해제된 뒤 경포호수와 경포대 사이 경관을 가로막으며 들어섰다. 


긴 복도 바닥에 구깃구깃한 흰 천이 깔려있다.
2018년, 가리왕산 하부에 위치한 호텔 내부


이 호텔은 가리왕산 아래 자락에 위치해있던 숙암리 마을 주민들을 쫓아낸 후 들어섰다. 올림픽 손님을 위해 빨리 사업을 추진해야 한다며 주민들에 대한 동계 강제퇴거까지 강행되었지만, 정작 호텔은 올림픽이 막을 내릴 때까지 완공되지 않았다. 패럴림픽까지 모두 끝나고 두 달이 지나도록 내장 공사도 마무리하지 않았던 호텔은 여름이 되어서야 공사를 끝내고 영업을 시작했다.


도로가에 펜스가 쳐져 있고 뒤로는 언덕과 나무들, 낮은 건물 등이 보인다. 펜스에는 '경포올림픽카운티 조성사업'과 경포호수 경관 등의 사진이 부착되어 있다. 펜스앞 도로가에는 자동차 몇 대가 주차되어 있다.
2021년, 강릉 사근진 해변 인근


올림픽이 끝난 후 발표된 올림픽 특구 사업 2차 시행 계획에 의하면 개발 사업은 적어도 2032년까지는 계속될 예정이다. 당초에 올림픽 개최 기간 동안의 숙박난 해소를 이유로 허가받았던 건설 사업들은 일반 분양이 가능한 시설을 짓는 사업으로 슬그머니 전환되었고, 허가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는 사업들도 유래없이 수 차례 사업 기간을 연장받으며 유지되고 있다. 일부 특구 사업에 토지를 강제 수용 당한 주민들은 올림픽이 다 끝나도록 구체적인 계획도 수립되지 않고 사업도 진행되지 않았으니 다시 땅을 돌려받을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헛된 기대였다.


도로 울타리 앞에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급수체계 구축사업'에 대한 정보와 조감도가 담긴 표지판이 설치되어 있다. 뒤편으로는 대형 댐 시설과 산이 보인다.
2019년, 평창군 횡계리 인근


특구 사업 1차 계획에 의거해 평창군 횡계리 삼양목장 내에는 대형 댐이 건설되었다. 2차 계획에서 해당 특구 사업은 대상지가 확장되어 관광용 체험 연수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진행되고 있다. 올림픽 특별법을 대표 발의했던 전직 국회의원은 해당 사업지 인근에 많은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 전 의원은 특별법 제정 이후에도 ‘평창동계올림픽 활용’을 명목으로 백두대간 보호법, 국유림법, 초지법 등의 보호 규정을 완화하고 해제하는 개정안과 개발 사업을 계속 추진해왔다. 


커다란 호텔 건물이 보인다. 전면 유리벽으로 구성된 건물 상부에는 'Tops 10 HOTEL'이라고 적혀있다. 건물 앞쪽에는 잔디밭과 나무 등이 보인다.
2019년, 강릉 금진항 인근


강릉시 남부 금진항 인근에도 특구 사업으로 호텔이 건립되었다. 이 사업 역시 2차 계획에서 대상지가 확대되었고, 인근에 위치한 군 사격연습장이 새로이 대상지에 포함되었다. 


수풀이 우거진 앞에 경고 표지판이 세워져 있다.
2019년, 강릉 금진항 인근


특구 사업 추진을 위해 사격장 이전 절차가 진행되고 있으나 대체 이전지의 주민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또한 시의회에서 2차 사업 확대 이후 사업자와 강릉시 사이에 체결된 투자협약 과정에서의 특혜 의혹이 제기되었으나 명확하게 밝혀진 바 없이 사업은 계속되고 있다.


넓은 초지 앞에 차량 몇 대가 주차되어 있고 차량과 초지 사이에 '59 호텔 조성 사업'이라고 적힌 대형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2021년, 강릉 송정 해변 인근


강릉 송정 해변 소나무 숲 맞은편에 위치한 특구 개발 사업지는 올림픽 개최 이전에 사업 허가를 받았으나 2021년까지 아무런 진척없이 방치되었다가 사업자가 변경되었다. 기존의 사업자는 지가상승에 따른 부동산 수익만 챙기고 떠났다.


넓은 공사 부지에 각종 장비가 놓여있다. 가운데에는 타워 크레인이 세워져있고 멀리 뒤편으로는 숲과 시가지가 보인다.
2023년, 강릉 송정 해변 인근


해당 사업은 알펜시아 건설을 맡기도 했던 태영건설 등이 포함된 특수 투자법인에게 인수되었다. 현재 2만평 이상의 부지에 21층 건물 3개 동을 세우는 대형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오른쪽에는 건물이 있고 왼편에는 모래사장과 나무 여러 그루가 있다. 그 사이에 '안내문. 본 지역은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원형보전지로서 무단출입으로 인한 소나무훼손시 관계법률에 의거 처벌 받을 수 있습니다. 특히 소나무 훼손 우려가 있어 보전지내 조형물에 접근을 금지하오니 협조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인트존스 호텔'이라고 적힌 표지판이 세워져있다.
2021년, 강릉 강문 해변 인근


강릉 강문 해변에 인접한 호텔 역시 특구 사업으로 들어섰다. 해변 옆 소나무 숲이 가까이에 있어서 건설 전 환경영향평가에서 숲을 원형대로 존치하기로 결정했었다. 


뒤쪽으로 건물 있고 그 앞에 모래사장과 나무 여러그루가 있다. 나무 사이로 테이블과 의자 여러개가 놓여있고 몇몇 사람들이 앉아있다. 가까운 모래사장 바닥에는 잘려나간 나무 그루터기가 보인다.
2021년, 강릉 강문 해변 인근


그러나 호텔 측은 2020년 11월에 30그루 이상의 나무를 무단 벌목했다. 손님들이 싫어한다는 이유였다. 호텔과 인접한 숲과 해변은 이미 호텔에 의해 사유화된 장소처럼 사용되고 있었다.


커다란 나무가 잘려나간 그루터기가 보인다. 그루터기 지름의 4분의 1 정도 크기의 손이 단면 위에 놓여있다.
2021년, 강릉 강문 해변 인근


강릉 해안가에 조성된 소나무 숲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마을숲으로 꼽힌다. 소나무들의 수령은 90년에서 130년에 이른다. 


올림픽 특구 사업이 악영향을 미치는 범위는 비단 해당 개발 사업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강릉의 한 개발사업자는 대규모 숲 파괴를 유발한 올림픽 특구 사업에도 허가를 내주었으니 환경 파괴를 이유로 반려된 자신의 사업에도 허가를 내주어야 형평성에 맞는 것이라며 강원도 행정심판위원회에 건축불허가처분 취소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위원회는 사업자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는 올림픽 산업의 방향성과 영향력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다.


걸리적거리는 행정 절차와 공적 감시 장치를 우회하여 공공 자원을 통해 최대한의 사적 이익을 얻고자 하는 자들에게 올림픽은 최고의 사업 모델이 된다. 또한 번거로운 민주적 의사소통 구조를 무시하고 빠른 시간 안에 최대한의 권한을 휘두르기를 원하는 권력자들에게도 올림픽은 강력한 도구가 되곤 한다. 우리는 30년의 간격을 두고 한국에서 개최된 하계올림픽과 동계올림픽을 통해 이를 몸소 겪어왔다. 또한 올림픽을 내세워 자행되는 파괴와 폭력, 착취와 억압을 2년 마다 목격하고 있다. 올림픽이 내건 약속 중 지켜진 것은 없지만 누구도 책임지지 않았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올림픽 개발사업은 지역과 주민을 완전히 배제한 채 투자 자본과 대형 건설사의 주머니를 불려주고 있다. 올림픽 산업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한 체육대회가 본질적인 문제를 가려주는 동안에 개최지 사회의 민주주의는 위협받고 지속가능한 사회로 가는 길은 멀어진다. 올림픽의 문제는 지나간 과거의 일이 아니라 현재진행형이다. 우리는 반복되는 올림픽 재해를 막아내기 위한 활동에 연대하는 동시에, 계속해서 우리의 미래를 무너뜨리고 있는 파괴와 기만에 맞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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