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패럴림픽 개막식 리포트


이번주 금요일에 패럴림픽이 개막했습니다. 스폰서 휘장이 빼곡히 걸린 길을 지나 올림픽 스타디움이 있는 횡계리로 향했습니다. 개막식이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여유를 가지고 도착하여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몇 미터 간격으로 서있는 경찰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습니다.

올림픽 개막식 때에 비하여 패럴림픽 개막식을 앞둔 읍내는 한산했습니다. 올림픽 개최기간 동안 자주 보였던 태극기 부대도, 호모포비아들도 패럴림픽에는 관심이 없는지, 모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올림픽이든 무엇이든 현정권을 비난하거나 혐오를 표출하기 위해선 뭐든 상관없는 사람들에게, 흥행하지 않을듯한 패럴림픽은 관심 밖의 영역이었을 것입니다. 패럴림픽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언론은 말하지만, 실제로 국내 방송에서 패럴림픽 시합이 중계되는 시간은 총 18~30시간에 불과합니다. 올림픽 중계 방송이 총 150시간 이상, 하루 평균 9시간이었던 것과 비교됩니다. 주요 외국방송사들은 60~90시간 이상을 패럴림픽 중계에 할애합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의 평등과 이상을 실현한다는 올림픽의 선전과 실제는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개막식장 입장은 4시에 시작되지만 그 전부터 줄 서있는 사람들 속에 휠체어를 타고 있는 분이 눈에 띄었습니다. 패럴림픽이나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모든 시설은 장애인들도 불편없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올림픽 스타디움 일대엔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유도블록이 없었고, 개막식 입구 두 군데 중 한 군데는 경사로도 없었습니다. 추위를 견디며 입장을 기다린 분들 중, 경사로가 없는 입구 쪽에서 휠체어를 타고 기다렸던 그 분은 보도블럭 턱을 넘지 못하고 휠체어 채로 들려서 입장해야 했습니다.


아주 멀리서부터 펜스로 접근이 차단되어 있는 개막식장으로 가까이 가보기 위해 도로를 따라 걸었습니다. 두텁게 쌓인 눈과 한기 서린 안개 사이로 아무도 지나가지 않을 것 같지만, 경찰은 사방을 둘러싸고 서 있었습니다.


길을 조금 걷다보니 보도블럭이 이상했습니다. 지반을 충분히 다지고 시공하지 않은 것처럼 보도블럭이 여기저기 들려있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바닥이 울퉁불퉁한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셔틀버스 주차장입니다. 단 40일을 위해 만들어진 시설이 30일을 채 못견디고 부서지고 있었습니다. 짧은 기간에 온갖 개발사업을 진행한 올림픽은 모든 것을 대충대충 넘겼습니다. 관청의 편의와 관련업체의 최대 이익을 위해 투입된 모든 비용은 IOC의 몫이 아니고, 세금으로 지출됩니다. 이렇게 급하게 만들어낸 것들은 올림픽이 지나간 후에 서서히 폐허가 되어 갈 것입니다. 그나마 부실 시공으로 인한 파급효과가 크지 않은 보도블럭이 이 정도입니다. 다른 곳은 어떨까요?

가리왕산을 파괴하고 만든 정선 알파인 경기장으로 향하는 도로가 이미 건설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올림픽을 핑계로 새로 터널을 뚫고 도로를 확장했습니다. 새 터널 옆으로는 지나가는 시간차가 그리 크지도 않은 기존 도로가 그대로 폐쇄되어 있습니다. 새로운 도로는 공사가 끝난지 1년도 지나지 않았는데 벌써 부분 침하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경기장 공사로 이주당한 숙암리 주민의 말에 의하면, 몇겹씩 다지고 포장해야 할 도로를 한 번에 쌓아올리는 부실공사가 만연했으며, 공사가 진행되는 중에 이미 주저앉은 도로가 많다고 합니다. 올림픽을 핑계로 새로 놓인 수많은 도로와 터널, 교각들의 상태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패럴림픽까지 모두 끝난 후에 이러한 하자를 보수하는데 들어갈 돈은 누가 책임질까요? 올림픽으로 이익을 얻은 시공사도, 관청도, IOC도, 유치의 목소리를 높인 정치인도 책임지지 않을 것입니다.




과하게 뿌려진 염화칼슘도 눈에 띄였습니다. 이것은 실수로 쏟아진 것이라고 믿고 싶습니다. 이 도로 바로 옆은 하천입니다. 염화칼슘은 동식물에 직접적인 피해를 끼치고 토양오염의 요인이 되며 인체에도 악영향을 끼치는 환경오염물질로, 1980년대부터 국제적으로 사용을 금지하는 움직임이 시작되었으며 2000년대 들어서는 국내에서도 대체 제설제의 사용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렴한 단가 때문에 여전히 많은 곳에서 염화칼슘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정선군은 동계올림픽 대비로 300톤의 염화칼슘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계속해서 걷다가 셔틀버스를 안내하는 자원봉사자들과 마주쳤습니다. 모두 비슷한 짧은 머리와 비슷한 연령대로 보여 궁금해서 여쭈어 보았더니, 육군 병사들이었습니다. 무급 착취의 댓가로 모호한 명예만을 약속받은 자원봉사자들이 부족해지니 동원된 인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실제 열악한 환경과 조건 속에서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그만두었습니다. 올림픽은 명백하게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행사입니다. IOC는 방송중계권료로 엄청난 수익을 챙기고, 삼성과 같은 스폰서 기업들은 브랜드 홍보 효과를 챙깁니다. 어마어마한 돈이 오가는 행사에 왜 자원봉사자나 군인과 같은 무급의 노동이 동원되어야 하는지 의문입니다. 노동에는 정당한 임금이 지급되어야 합니다. 주변엔 군인과 의무경찰이 가득합니다.



동원 인력이 많다보니 단체 식사를 준비하는 식당이 성업 중인 것은 확실해 보였습니다. 올림픽이 약속한 지역경제 활성화의 사례 중 한 가지는 찾아낸 것 같습니다. 이것이 단 하나의 사례가 아니기만을 바랍니다.

속초에서 2018 평창동계패럴림픽 국제컨퍼런스 참가자들이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평창에 왔습니다. 컨퍼런스에 대한 이야기와 성과들을 들었고,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의 ‘평창, 평화, 평등을 위한 비전 선포식’도 함께 했습니다.


장애인차별철폐연대 분들과 함께 개막식장에 들어가기 위해 보안검색대 앞에 섰습니다. 금속탐지기를 통과하고 엑스레이로 짐을 검사받았습니다. 직접 만든 간식을 준비해갔지만, 음식 반입이 금지되어 있어서 압수되었습니다. 반입금지물품 목록엔 무선 송수신기, 응원도구, 카메라도 있었습니다. 카메라와 스마트폰도 소지하고 있었지만 별 문제없이 통과되었습니다. 목록 옆에는 주취자, 정신이상자 등은 경기장 입장이 불가하다는 내용도 표기되어 있었습니다. 정신이상자는 장애인을 비하하는 표현으로 사용하지 말아야 할 단어입니다. 그러나 올림픽, 패럴림픽의 공식 안내판에는 ‘정신이상자’라는 표현이 버젓이 표기되어 있습니다. 이 거대 스포츠 행사의 모순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 했습니다.


경기장으로 향하는 셔틀버스를 탔습니다. 교통약자를 위해 준비했다는 버스는 서울 시내에서 운행하는 저상버스였습니다. 평창 지역에서 저상버스를 본 적이 없었기에 이번 패럴림픽을 계기로 저상버스가 도입되는 것일까 궁금했지만, 일시적으로 빌려와 사용하는 것일 뿐이었습니다. 장애인의 이동권은 패럴림픽 기간에 해당 장소에서 한시적으로만 보장하면 되는 게 아닙니다. 일상에서 자유롭게 어디든 갈 수 있어야 합니다.


이동하는 길에 간이 경사로가 보입니다. 어째서 저 간단한 설비를 매표소쪽 입구에는 설치하지 않았던 걸까요. 패럴림픽 개막식인데도 저 경사로 하나가 없어서 들려서 턱을 넘어가야 했던 이유를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개막식장으로 향하는 길은 스폰서 기업들의 선전물과 홍보부스가 가득합니다. 올림픽, 패럴림픽 기간 중에 어디서나 볼 수 있었던 코카콜라는 젋고 활기찬 브랜드 이미지를 광고하지만 노동자를 착취하고, 환경오염을 일으킨 기업입니다. 이 기업은 자본주의와 미국의 상징으로 여겨지지만 실은 1936년 나찌 올림픽을 후원했던 회사입니다.



식음료 매점도 코카콜라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올림픽 스폰서 중에서 가장 큰 권한을 가진 TOP 기업입니다. TOP 스폰서 기업은 IOC로부터 해당 분야의 독점적인 권한을 삽니다. 개막식장에서 먹고 마시는 모든 음식은 코카콜라의 독점 판매입니다. 파워에이드와 비타민음료 등을 파는 옆에 호떡도 팔고 있습니다. 코카콜라는 호떡도 만드는 것일까요.



여기엔 당연히 삼성도 함께 있습니다. 올림픽 경기장과 도로, 철도 건설로 이윤을 얻고, 산재 사망 노동자를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는 그 회사 말입니다.


개막식장 보도블럭도 여기저기 함몰되어 있었습니다. 어쩌면 인도에 보도블럭을 까는 공사가 이렇게나 어려운 것일 수도 있겠네요.


개막식장 안으로 들어오니 바깥 거리에서보다 더 많은 경찰과 자원봉사자, 기타 운영 관계자가 있었습니다. 정말 많았습니다. 장차연 활동가들이 개막식을 관람하는 뒤에 경찰이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유독 많이 서 있는 것 같아서, 다른 휠체어석을 둘러보았지만, 저렇게 많은 경찰들이 뒤에서 대기하고 있는 곳은 없었습니다.


휠체어석은 모두 매진이었습니다. 비장애인이 사용하는 객석에 비해 많이 부족했기에 어쩔수 없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휠체어석 일부를 보도진을 위한 포토존으로 사용하고 있었습니다. 패럴림픽 개막식이었지만 휠체어석이 충분하지 않았고, 매진으로 관람을 포기한 사람도 있었을 것입니다. 함께 간 활동가들도 모두 휠체어석에 앉지는 못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기자들을 위한 자리가 굳이 휠체어석이었던 이유에 대해 생각해봅니다. 올림픽은 해당 장소에 있는 사람들을 위한 행사가 아닙니다. 올림픽에서 가장 큰 이권이 오가는 항목은 방송중계권료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행사의 모든 것은 방송 카메라가 잘 찍을 수 있도록 세팅되어 있습니다. LED 조명과 빔을 동원한 영상은 촬영하면 극적으로 보이지만, 개막식장 내부 조명의 조도가 낮아서 잘 보이지 않았습니다. 이를 촬영하기 가장 좋은 장소가 휠체어석이었기에 기자들에게 제공되었을 것입니다.



성화대가 보입니다. 많은 돈을 들여 만든 저 성화를 보며, 9년 동안 올림픽 재해의 현장에서 저항하는 사람들의 손에서 손으로 건내받은 국제연대의 성화를 높이 들어올려 보았습니다. 성화가 켜졌고 우리는 외칩니다.


No more Olympics!
No Olympics anywhere!
Olympic killed the forest!
IOC killed the for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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