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올림픽 헌장

1980년부터 2001년까지 IOC 의장을 지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는 2010년에 사망했습니다. 한국에서 사마란치는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을 선정하고, 태권도의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에 기여한 공로자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명문가에서 출생한 사마란치는 이미 10대 후반부터 열렬한 파시스트 청년이었습니다. 1936년에 스페인 내전이 발발하고, 사마란치는 스페인의 극우정당인 팔랑헤당에 가입하여 파시스트 조직에서 적극적인 활동을 했습니다. 그는 파시즘에 대한 열정을 부끄러워하기는 커녕 자랑스러워했으며, 1975년에 독재자가 죽을 때까지 공공연히 스스로를 '100% 프랑코주의자'라고 했습니다. 정부의 비호 아래에 사마란치 가문의 사업은 번창하였고, 1967년엔 프랑코 정부의 스포츠 장관으로, 1973년부터 1977년까지는 바르셀로나의 주지사로 영향력을 행사하기도 했습니다.

사마란치는 브런디지와 마찬가지로 올림픽이 국가주의와 권력에 충실히 복무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IOC의 고위층에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극우파들이 있었고, 사마란치의 든든한 동반자들이 되어주었습니다. 사마란치의 재임기간 동안 올림픽은 냉전 시대의 스펙터클에서 공공영역 민영화의 기수로 탈바꿈해왔습니다.

한국의 유일한 국제평화상인 서울평화상에서는 1990년 제1회 수상자로 사마란치를 선정한 바가 있습니다. 1999년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유치과정에서의 뇌물 스캔들로 퇴임한 그는 종신 명예위원장이 되었고, 그 뒤를 이어 자크 로게가 위원장이 되었습니다. 자크 로게는 2010년 사마란치의 장례식에서 "IOC의 이름으로 사마란치의 유산을 보존하고 영속시킬 것을 약속한다"고 말했습니다. 사마란치의 아들인 후안 안토니오 사마란치 주니어는 2016년에 IOC 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습니다.

사진 속의 사마란치(왼쪽에서 세번째)는 파시스트 동맹의 행사에서 극우 인사들과 나치식 경례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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