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lympic Day 성명서 : 올림픽에 빼앗긴 도시를 되찾자



도쿄 올림픽 개막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심각한 감염병 확산 상황 속에서 올림픽 사업의 주체들은 이윤을 포기할 생각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말한다. 다음 올림픽을 개최하려는 유력인사와 정치인, 기업들은 자신들이 주도하는 올림픽은 ‘온전한 올림픽의 이상’을 실현하는 성공 사례가 될 거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한다. 우리는 반복되어온 이 거짓말에 분노한다. ‘온전한 올림픽의 이상’ 따위는 없다. 도쿄 뿐만 아니라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다른 도시들도 비슷한 올림픽 재해를 겪고 있다.  


5월 말부터 도쿄 도립 요요기 공원에서는 대규모 올림픽 야외 응원장 공사를 위해 많은 나무들이 베어졌다. 공사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도쿄도는 해당 장소를 백신 접종 공간으로 사용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지금도 공원에서는 응원장 공사가 계속되고 있다. 올림픽 사업으로 공공영역이 폐쇄되고 녹지가 파괴되는 일은 반복되어 왔다. 또 다른 도립공원인 메이지 공원에서는 신국립경기장 건설을 위해 일방적인 폐쇄와 강제퇴거가 집행되었고, 노숙인의 생존권을 지지하는 연대인들이 모여 5년째 국가배상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시부야구 전반에는 올림픽을 위해 ‘환대하는 거리’를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대규모 재개발 사업이 시행되며, 구립공원이 없어지고 거대 부동산 개발회사의 주도 하에 호텔과 쇼핑몰이 들어섰다.


후쿠시마에서 성화봉송이 출발한 3월 25일에, 로스앤젤레스의 에코파크에서는 무장 경찰병력 400여명이 투입되어 5시간 동안 폭력적인 강제집행이 실시되었다. 2028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있는 로스앤젤레스 전역에서는 매일같이 CARE+라는 노숙인 강제퇴거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1984년 올림픽을 개최하며 ‘거리정화’라는 이름으로 노숙인과 빈민을 몰아내기 위한 많은 조례와 법안이 제정되었고, 이를 집행하는 부서와 경찰병력에 대한 자금 지원은 계속 증가해왔다. 올림픽 개발사업으로 주택 임대료 상승폭은 더욱 가팔라졌고, 로스앤젤레스 시내에는 최소 3만 4천명에 이르는 비주택 거주인이 살고 있다.


다음 하계 올림픽 개최 예정지인 파리에서는 광범위한 개발사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이미 많은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잃었다. 오랜 세월 지역 사회의 주요 거점이 되어온 노동자 텃밭과, 유럽연합 지정 보호구역인 주립공원도 파괴될 위기에 처해있다. 개발회사는 녹지 조성과 주택 공급을 장담한다. 그러나 주민들은 개발사업으로 이미 임대료가 급격히 오르고 있어서 누구도 재정착할 수 없을 것이며, 모두의 공공영역이자 보호종 생물의 서식지인 해당 장소들이 대체가능한 거래대상이 아니라고 말한다.


올림픽은 우리의 도시와 공공영역을 이용해 자신의 이윤을 만들어내지만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가장 취약한 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빈곤의 범죄화, 주거권의 약화, 노숙인 배제, 사회적 안전망의 붕괴, 심각한 환경파괴는 올림픽이 휩쓸고 간 모든 개최지에서 벌어진 일이며, 올림픽 사업의 필수 요소다. 이 사업의 주체들은 실체없이 모호한 ‘올림픽 정신’을 내세워 모든 사회적 절차를 뛰어넘어 절대적인 권한과 지위를 누리는 동시에, 주요 상품인 올림픽이 무해한 국제체육대회일 뿐이라는 모순적인 주장을 한다. 올림픽은 인류의 필수불가결한 운명이 아니며,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기본권과 생존권에 우선하지 않는다. IOC는 지난 세기의 프랑스 귀족이 만들어낸 착취 산업을 기념하며 6월 23일을 ‘올림픽의 날(Olympic Day)’이라고 정했다. 우리는 대신 이 날을  ‘노올림픽의 날(NOlympic Day)’이라고 부르자. 더 이상 우리의 도시를 그들의 사업의 장으로 내어주지 말자. 그리고 어디에서도 올림픽 재해가 벌어지지 않을 때까지 함께 맞서자.

2021년 6월 23일
평창올림픽반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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