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월드컵 폐막을 맞이하며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은 오늘 자정의 결승전으로 막을 내릴 예정이다. 한 달 동안의 즐거운 축구 축제는 이제 끝나지만 러시아 사람들이 앞으로 겪어나갈 월드컵 문제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사를 둔 국제축구연맹(FIFA)의 월드컵과 스위스 로잔에 본사를 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올림픽은 닮은 점이 많다. 메가스포츠이벤트 앞에서 개최지 사회의 사람들이 오랜 노력과 투쟁으로 만들어놓은 민주적 절차와 사회안전망은 무력화된다. 불투명하게 운영되는 소수이익집단의 수익사업 앞에 사회적 합의와 최소한의 절차들은 예외적인 해제 상태가 된다. 올림픽 사업이 개최도시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반면, 월드컵 사업은 국가단위로 전국에 걸쳐 10여개의 지역을 동시에 개발하며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킨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1988년 서울 올림픽, 2018년 평창 올림픽을 모두 겪은 한국의 사람들에게 이는 외면할 수 없는 문제다. 월드컵을 앞두고 택지개발지구로 지정된 상암동 일대에서는 2년여에 걸친 짧은 시간동안 집중적으로 강행된 강제철거로 많은 사람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났다. 특히 2000년에 500여명의 철거용역깡패와 1000여명의 공권력이 동원된 동절기 강제철거는 더욱 가혹했다. 그렇게 건설된 상암경기장은 난지 매립지를 활용한 친환경 경기장 건설 사례로 홍보되었고, 쫓겨난 상암동 주민들은 쉽게 잊혀졌다.

2014년 월드컵과 2016년 올림픽을 연이어 개최한 브라질은 심각한 경찰폭력과 대대적인 파벨라 강제철거로 많은 빈민들이 삶에서 내몰렸고, 그 여파는 현재의 브라질 사회에도 계속 영향을 미치고 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오늘 오후에 인포숍 카페 별꼴에서 개최한 상영회를 통해 메가스포츠이벤트 개최로 심화되는 빈민, 인종, 여성 문제에 대한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들었고, 월드컵 개발사업으로 쫓겨나는 파벨라 주민들의 이야기를 보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의 스폰서 기업들이 FIFA에 내는 광고비만 해도 2 7천억원에 달한다. FIFA는 독점적 음료공급권을 구매한 코카콜라의 제품이 아닌 음료수를 마시며 매체에 노출시켰다는 이유로 크로아티아 대표팀에 7900만원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와 같이  스폰서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FIFA는 월드컵 기간 동안 대규모 시위가 금지된 러시아 사람들의 인권에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푸틴은 월드컵 개막일에 맞추어 연금수령연령을 상향화하는 방안을 시행했다. 이에 러시아 사람들은 강력하게 반발했고, 전국에서 항의 시위를 개최한 사람들이 차례차례 구속되었다. 12개 도시에 건설된 월드컵 경기장은 노동자 착취를 기반으로 지어졌다. 월드컵 시설 건설 현장에는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이 동원되었다. 특히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건설 현장에서 일한 110명의 북한 노동자들은 매우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며 임금의 90%를 정부에 징수당했다. 국제단체들은 이를 노예 노동으로 규정하며 시정을 요구했으나 변한 것은 없었다. 해당 현장 인근 숙소에서 한 명의 북한 노동자는 사망한 채로 발견되었다. 상트페테르부르크 경기장 단일 건설 현장에서만 4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전체 월드컵 건설 현장에서 최소 21명의 노동자들이 기본적인 안전 설비와 노동 조건의 확보를 통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산업재해로 사망했다. FIFA와 다국적기업의 이윤추구, 그리고 러시아 정부의 정치 행보 사이에서 노동자와 러시아 사람들은 착취되고 억압당했다.

다음에 개최될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노동권 현황은 더욱 처참하다. 2011년에 본격적인 월드컵 관련 건설 사업이 시작된 후, 2013년까지 현장에서 사망한 노동자 수는 매우 보수적인 통계에 근거하여도 최소 1천여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국제건설목공노동조합연맹(BWI) 2022년까지 최소 7천여명의 노동자가 사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즐거운 축구 대회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축구를 내세워 개최지를 착취하여 이윤을 짜내는 거대 산업을 거부한다. 우리는 비민주적인 절차로 공적자산 남용의 기회를 제공하는 FIFA의 사업을 반대한다. 다가올 월드컵과 올림픽이 반복하는 착취와 배제의 고리를 이제는 끊어야 할 때가 되었다. 우리의 공적 기반을 갉아먹는 배제의 월드컵을 더이상 신뢰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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