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의 망각

화려한 축제가 끝난 후에 감당해야 하는 것들은 쉽게 잊혀지곤 합니다. 거대 스포츠 행사는 개최기간 동안은 물론, 모든 것이 끝난 뒤에도 공적인 감시와 평가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조금만 주변을 둘러보면 거대한 폐허와 심각한 파급효과가 곳곳에 남아 있습니다.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2007년에 아시안 게임 유치를 추진하던  안상수 전 시장은 "아시안 게임으로 한국 제3의 도시 브랜드 가치 상승과 20조원의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고" 무책임하게 전망했습니다. 그러나 아시안 게임 개최 중에 인천시 배국환 정무부시장이 긴급회의를 열어 밝힌 바와 같이 "아시안 게임 뒤 남은 것은 빚 뿐"입니다. 1999년에 전국 지방재정 운영평가에서 최우수 지자체로 선정되기도 했던 인천시는 2002년에서 2010년 사이 영종도, 청라, 검단 등에서 무리한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점차 재정이 악화되고 있었습니다. 2011년에 인천의 시민단체들은 아시안 게임 개최로 인한 재정난을 우려하며 유치권 반납을 주장했고, 인천 시민의 80%가 대회의 반납을 원한다는 여론 조사도 있었습니다.

아시안 게임 개최에 들어간 돈은 2조 5천억원에 이릅니다. 2014년 연말 인천시 부채의 31.6%에 해당하는 1조 180억원이 아시안 게임 관련 시설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발생했습니다. 중앙정부와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경비절감을 위해 주경기장 신축 대신 문학경기장 리모델링을 권고하는 등, 기존의 경기장들을 활용하는 방안을 제안했으나, 인천시는 4673억원을 들인 서구 아시아드 경기장을 비롯한 16개 경기장을 새로 지었습니다. 아시아드 경기장 단일 시설의 누적 적자만 3년 동안 51억원에 달하고, 신축 시설들의 평균 지출 대비 수익률은 55.6%에 불과합니다.

아시안 게임 개최 후, 인천시는 재정 긴축을 위해 공공 사업과 복지 예산의 상당 부분을 삭감했습니다. 재정난을 가중하는 주요인으로 꼽으며 대대적으로 축소된 버스 준공영제에 들어가는 연간 시 지원금은 아시아드 경기장 건설비의 1/10에 불과했습니다. 그외 보육, 취업, 장애인, 노인 예산도 전액 또는 일부 삭감되었습니다. 특히 2015년 점자도서관 사업 예산을 삭감한 지자체는 전국에서 인천만이 유일했습니다.

아래 사진은 서구 아시아드 경기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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