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홍보축제 임금체불 건설노동자 단식노숙농성


평창 알펜시아 하얼빈 빙설대세계 축제는 평창올림픽 성공을 위한 알펜시아 홍보 사업으로 2016년 1월에 개최되었다. 계획단계에서부터 알펜시아 운영주체이자 공기업인 강원도개발공사가 '올림픽 붐 조성'을 내세우며 적극적으로 주도했다. 최문순 전 강원도지사, 강원도개발공사 사장, 평창군수, 강원도민회장 등은 개막식 테이프를 함께 끊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60여명의 건설노동자들은 2년이 지난 지금까지 11억원의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하고 있다. 가능한 행정적, 사법적 수단을 모두 동원했지만 임금체불은 해결되지 않았고, 2월 20일부터 건설노동자들은 평창 올림픽 플라자 앞 거리에서 단식으로 임금체불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공공 자산의 임의 사용

빙설대세계 축제가 개최된 2만여평의 부지는 알펜시아 내에 위치한 공원이었으며 설치된 체육시설, 산책로, 나무 등을 철거하고 민간기업에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1조 2천억의 부채를 안고 있으며,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공공부지를 도민과의 어떤한 협의 절차도 없이 임의 제공한 것이다.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해 강원도개발공사는 시공사인 '시큐팜'과 시행사인 '트루이스트'로부터 2만원짜리 입장권 1만장을 임대료 대신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입장권 조차 주민에게 제공되지 않고 직원들에게 모두 배부되었으며, 건설노동자들도 각각 2만원씩 내고 들어가 구경해야 했다.

지자체에서 나서서 화려하게 홍보하고, 공기업이 전면에 나선 사업이라 노동자들은 모두 국가에서 주관하는 공공 공사라고 여기고 임했다. 건설노동자 뿐만 아니라 중국에서 온 얼음조각 기술자들도 체불끝에 뒤늦게 임금을 받았다. 청소, 주차관리 등을 맡은 노동자들도 계속 임금을 받지 못하다가 70%의 임금만을 지급받았다. 크레인, 덤프트럭, 굴삭기 등을 동원하여 일한 건설노동자들은 지금까지 임금을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체불로 건설장비 할부금을 납부하지 못해 압류당한 노동자가 4명이나 된다. 가족들의 생계는 파탄이 났으며 아이들이 학업을 중단하고 군대를 가거나 생계를 분담해야 하는 경우는 셀 수도 없이 많다. 돈이 없어 임금을 주지 못한다는 사업주들은 비싼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책임을 빠져나가고, 사법 당국의 대응은 미온적이며, 올림픽 성공 개최를 외친 관청은 아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축제는 실패했다. 하얼빈은 겨울 평균 영하 20도가 유지되어 빙등축제에 적합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평창은 기후가 다르고, 특히 2016년 겨울은 이상 고온으로 얼음을 유지하기 어려운 날씨였다. 지역에서 이미 개최하고 있는 축제의 입장료는 1만원 안팍인데 빙설축제는 2만원의 입장료로 운영되었다.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주민의 몫으로 돌아왔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인가

강원건설노조 사무처장 오희택은 "빙설대세계 축제 뿐만 아니라 올림픽 스타디움 공사에서부터 도로 공사에 이르기까지 최근 5년 동안 올림픽 관련 공사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총 800억원에 이른다."고 말한다. 노동자들이 싸워서 임금직불제를 시행할 법적 근거를 마련했지만 현재 전혀 시행되고 있지 않으며 체불임금은 해소되지 않았다고 한다. 현행법상 장비를 동원하는 건설노동자의 임금에 대해 장비임대료 지급보증서를 발급하게 되어있으나 올림픽 관련 공사에서 이는 단 한건도 발급되지 않았으며, 누적된 미발급 지급보증서는 15만 건이 넘는다. 이에 대한 과태료 부과나 행정처분은 전무했다.

평창군 진부면에 거주하는 건설노조 조합원 최태영은 "우리도 올림픽의 성공 개최를 원했다. IOC 위원들이 온다고 해서 새벽부터 길거리를 청소하고 태극기를 흔들기도 했다. 하지만 주민과 노동자가 겪는 고통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올림픽에 지장을 주지 말라'는 말만 한다. 가진자들과 정부는 생색만 내며 아무것도 감수하지 않는데 왜 노동자만 희생해야 하는가."라고 말한다.

불법설치물이라고 비닐 천막 하나 치지 못하고 거리에 나온 노동자들은 올림픽이 끝나면 대화를 시작하자는 관청의 말을 이젠 전혀 신뢰할 수 없다. 오히려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그 누구도 노동자들의 문제를 신경쓰지 않을 것을 염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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