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동계올림픽·패럴림픽이 막을 내린지 5년이 넘게 지났다. 감동적인 경기 장면에 열광하던 미디어들이 새로운 메가스포츠이벤트를 쫓아 가느라 바쁜 동안, 올림픽 주최 측과 협력자들이 또 다른 이권 사업을 찾아 떠난 자리에서는 지금껏 어떤 일들이 벌어져왔을까.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개최 이전부터 지금까지 꾸준히 개최지 답사를 지속해오고 있다. 우리에게 남겨진 올림픽 폐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기 위해, 지난 5년 동안의 답사 내용을 종합하여 정리한다. 공공영역 박살내기 2017년, 서울 시청 광장 올림픽은 두달여 간의 짧은 이벤트가 아니다. 유치 추진 단계에서부터 개최까지 10여년, 개최 이후 수십년간 오랜 시간에 걸쳐 개최지 사회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대규모 사업이다. 개최지 사회의 구성원 입장에서 볼 때에 올림픽의 가장 큰 문제는 장기적인 예외 상황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이는 올림픽의 주인인 국제올림픽위원회(이하, IOC)가 이 산업을 지속하며 이윤을 만들어내는 가장 큰 원동력이기도 하다. 또한 이 강력한 힘에 이끌려 무책임한 기업과 투자자, 정치인과 지역 유력 인사들이 끈끈하게 협력한다. 평창올림픽 개최가 확정된 직후 국회에서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 및 동계패럴림픽대회 지원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별법)’이 제정되었다. 평창을 포함한 대부분의 올림픽 개최지에서는 사회 구성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제도와 절차를 무력화하고, 사업 관계자들에게 예외적 특권을 부여하는 법률과 제도가 시행되곤 한다. 올림픽 특별법은 지금까지도 올림픽 개발 사업의 근거가 되어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2017년, 국도 6호선 공사 현장 올림픽 유치 논의가 본격화되던 2000년대 중반부터 강원도에는 투기 자본이 몰렸고, 재벌과 고위 공직자를 포함한 많은 외지인들이 땅을 사들였다. 수조원 단위의 예산 중 70% 이상이 올림픽과 관련성이 낮은 대규모 토목 건설 사업에 들어갔다. 그 중 많은 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 환경영향평가 등을 우회하고 각종 규제
삿포로는 1972년 동계올림픽과 2017년 동계아시안게임을 비롯한 국제 대회를 여러 차례 개최했고 상대적으로 동계 스포츠 저변이 넓은 지역이다. 평창올림픽 주최 측은 개최 이전부터 삿포로를 성공적인 개최 및 유산 활용 사례로 여러 차례 언급해왔다. 2030년 동계올림픽 유치가 추진되는 동안 삿포로시는 지난 개최지로서의 이력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재유치 추진의 당위성을 주장해왔다. 기후위기로 동계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는 기후 여건에 부합하는 지역이 점차 줄어드는 상황에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삿포로 동계올림픽 유치를 적극 지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삿포로에서 조차도 지난 올림픽의 문제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으며, 새로운 올림픽 유치에 대한 거센 저항이 일어왔다. 실제 개최지에서는 어떠한 일들이 벌어져왔는지, 또 지난 올림픽 유산을 활용하여 새로운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다는 주장이 얼마나 허황된 것인지를 2022년 7월에 실시한 1972년 삿포로 동계올림픽 개최지 답사를 통해 살펴보자. 우리는 도쿄, 나가노의 동료들과 함께 답사를 진행했다. 도심지에서 한 시간 가량 차로 이동하여 도착한 곳은 스키, 스노보드 등의 경기가 개최된 테이네 리조트다. 현재 골프장, 스키장 등이 운영되고 있는 리조트의 진입 도로 등 기반 시설과 부지 조성 공사는 올림픽 개최를 명목으로 공공이 부담했다. 그러나 개최 이후 운영권과 수익은 일본 전역에 26개 이상의 계열사와 리조트를 소유한 대기업인 카모리 관광 주식회사가 가져갔다. 다운힐 스키장 하단에는 올림픽 하우스가 남아있다. 이 스키장은 올림픽 기준에 맞추기 위해 통상적으로 운영되는 스키장보다 더 긴 슬로프를 조성해야 했고, 보호등급 1급에 속하는 상부 산림이 훼손되었다. 올림픽 성화대가 설치된 스키장 슬로프 옆으로는 남겨진 곤돌라가 있다. 이 곤돌라는 더이상 사용되지 않으며 바로 옆에 신축한 곤돌라가 설치되어 있다. 1972년 올림픽을 위해 지어진 루지・봅슬레이 경기장은 2000년 1월에 폐쇄되었다. 출발 지점에 있었
스포츠 분야의 전문가들은 올림픽 개최 방식의 근본적인 문제를 오래전부터 지적하며 이미 여러가지 대체 방안을 제시해왔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 대한 부담과 억압을 최소화하고 파괴를 줄이는 개혁안들은 IOC의 관심사가 아니다. 이러한 개최 방식은 최대의 이윤과 막강한 영향력의 지속을 보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2년마다 새로운 개최지에서 익숙한 올림픽 문제가 불거질 때, IOC와 그 협력자들은 말한다. 약간의 문제가 있는 것은 인정하지만 숭고한 “올림픽 정신” 실현을 위해 올림픽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말이다. 올림픽은 세상을 나아지게 하는 마법 같은 게 아니다. 민주주의와 정 반대의 방식으로 움직이며 공적인 제도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 특권을 누리는 무책임한 이권 산업일 뿐이다. 차별주의자 귀족 백인 남성이 만들어낸 이 산업은 1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인종차별주의자와 파시스트, 소수의 특권층에 의해 운영되는 전통을 유지하고 기만적인 권력자들이나 거대기업과 협력하며 점점 더 큰 규모의 착취와 파괴를 일삼는 방식으로 발전해왔다. IOC는 매년 6월 마다 쿠베르탱 남작을 기리며 올림픽 브랜드의 영원한 존속을 기원한다. 여느 개최지에서와 마찬가지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 과정에서도 민주적 의사소통은 철저하게 배제되었다. 2000년에 김진선 전 강원도지사가 공식적으로 올림픽 유치 의사를 표명한 후, 지역 시민단체를 포함한 여러 시민사회 단위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그러나 올림픽 유치 기반시설이라는 명목으로 추진되어 결국 강원도 지역 재정의 악몽이 되어버린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과 올림픽 유치는 계속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주민참여 공청회나 토론회는 단 한 번도 개최되지 않았다. 13조원 넘게 투입되는 올림픽 건설 사업에서 공적 자원을 관리하고 감시하는 행정적 절차는 새로 제정된 올림픽 특별법에 의하여 마비되었다. 올림픽 개최지를 통상 10여년 전에 결정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스포츠 행사는 올림픽 산업의 극히 일부이자 좋은 명분일 뿐이다. 올림픽 산업은 개최지 사업자들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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