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퇴거

“올림픽의 효과는 환상에 불과하다. 스포츠를 활성화시키고 이익을 골고루 나눠가지며 빈민을 돕는다는 말은 다 거짓이다. .. 올림픽은 토지강탈의 면허증을 준다.” 
– 영국 일간지 ‘가디언’ 

1988년 서울에서부터 2008년 베이징에 이르기까지 20년 동안 개최된 6번의 하계 올림픽으로 살던 곳에서 강제로 쫓겨난 사람은 200만 명에 이릅니다. 거대 스포츠 행사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른 개발사업의 새로운 수익 모델이 되고, 그 타당성과 공공성, 장기적 영향력은 제대로 검토되지 않습니다. 주민과의 민주적 논의 절차는 생략되며, 그 사업의 이득은 소수의 사람들이 독점합니다.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은 물론, 행사가 끝난 뒤에도 공적인 감시와 평가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한국 서울


1988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정부는 재원 마련을 위해 신도시 개발사업을 진행합니다. 강제이주 당한 사람은 72만명에 이릅니다. 세입자들은 사전 공지도 없이 퇴거당하고 대체 이주지를 받지 못한 사람들은 고속도로 둑방 아래 굴을 파고 살기도 했습니다. 강제철거 과정에서 1986년에만 상계동, 암사동, 신당동에서 6명의 주민이 사망했습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비교적 모범적인 사례로 여겨지는 1992년 올림픽 역시 '도시정화'에 적극 활용되었습니다. 이탈리아인 거주지는 강제 소개되었고, 59만 명 가량이 시 외곽으로 쫓겨났습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1986년부터 1992년 사이에 경기장 예정지 주변 지역 주택 가격은 240% 상승했고, 공공주택 보급률은 76% 하락했습니다.

미국  아틀란타

1996년 아틀란타 올림픽은 새로운 인종청소의 구실이 되었습니다. 개발업자들은 어떠한 민주적 절차도 없이 흑인 커뮤니티가 주로 살고 있는 공공주택 단지를 철거하고 중산층을 위한 주택단지를 조성했습니다. 강제퇴거당한 가구 수는 3만 호에 이릅니다.

중국 베이징

2008년 올림픽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철거된 가구 수는 51만 2100명, 사람 수는 125만 명에 이릅니다. 강제퇴거에 저항하는 주민들은 협박과 폭행을 당했고, 퇴거 이후 허락없이 집을 지은 사람들은 투옥되었습니다. 4년여간 주거권 저항운동을 벌여온 예궈주는 구금되어 고문을 받았습니다. 4년형을 선고받고 2008년 7월에 석방될 예정이었으나 올림픽 개최를 핑계로 10월 1일 이후로 석방이 미루어졌고, 실제로 2010년 초에야 구금에서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영국 런던

2012년 올림픽을 준비하며 약 430명의 주민들이 거주지에서 쫓겨났고, 100년을 지속해 온 마을은 없어졌으며 그 자리엔 새 도로가 들어섰습니다. 정부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조성하는 주택단지를 저소득층에게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공공주택의 실제 공급 물량은 당초 약속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31%에 불과했습니다.


위 사진은 런던 동부 뉴엄 지역의 공동주택의 주민들이 퇴거에 저항하며 걸어둔 현수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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