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올림픽 서울 성화봉송 3일차, 국립중앙박물관 앞


1월 13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성화가 서울 봉송 3일차를 맞이하였습니다.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출발해 온 성화를 맞이하기 위해 국립중앙박물관으로 갔습니다.




박물관 앞 무대는 거대했지만 구경온 사람은 많지 않았고 그보다 더 많은 경찰, 그만큼이나 많은 스폰서 기업 직원들이 있었습니다. 삼성과 KT, 코카콜라의 선전물을 들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 작은 'NO Olympic'배너를 들고 서 있었습니다.


성화봉송을 맞이하러 온 사람들에게 나눠줄 인쇄물을 채 나누어주기도 전에, 경찰이 다가와 신분증과 가방수색을 요구하였고, 고착이 시작되어 성화가 다 지나가고 무대 공연이 시작될 때까지 움직일 수 없었습니다.



아래는 준비해간 인쇄물의 전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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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재해는 필요없다

재정낭비, 초법적 개발사업, 환경파괴, 강제이주, 노동자 임금체불의 대축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1. 남겨지는 폐허

가리왕산에서 5만 8천그루의 나무가 베어졌습니다. 가리왕산은 녹지자연도 9등급의 절대보존지역이자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민간개발사업은 물론, 국책사업으로도 개발이 불가한 영역이었습니다. 15세기초부터 국가가 보존해왔으며, 한국에서는 드물게 남아있는 원시림 중의 하나였습니다. 올림픽 특별법을 근거로 사전환경성검토는 면제되었고, 환경영향평가 당시 지적된 미비한 복원계획은 전혀 보완되지 않았습니다. 3일 동안의 경기를 위해 1095억원을 들여 경기장을 조성하고, 이후 1018억원을 들여 복원을 하겠다고 조직위는 약속하였으나 나가노 등의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막대한 돈과 시간을 들이는 이러한 복원 계획마저도 실효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2. 공공 자산의 탕진

평창 동계올림픽을 유치할 당시 총 예산은 8조 8천억원의 규모였으나, 13조원 규모로 늘어났으며, 올해 말엔 그 지출이 20조원의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됩니다. 공적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에 필요한 최소한의 검증 절차들은 올림픽 특별법을 통해 생략되거나 축소되었으며, 직접적인 올림픽 시설이 아닌 도로 공사 등의 개발사업에 쓰인 비용이 총 예산의 72.5%에 이릅니다. 공사를 수주한 건설사는 지역과 무관한 대기업 건설사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무관하며, 부동산 지가 상승으로 인한 이득 조차도 대부분 지역과 무관한 투기꾼들의 손에 돌아가고 있습니다.
강원도는 이미 심각한 재정 적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올림픽 준비와 개최를 통해 2018년까지 총 2조원에 이르는 부채가 누적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는 강원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한때 우량 지방공기업이던 강원도개발공사는 올림픽 유치를 위해 알펜시아 리조트 건설 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하며 행정자치부 지방공기업 경영평가 최하위를 기록하는 부실 공기업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국비로 올림픽 시설을 건설하며, 공기업의 자금으로 운영되고 있는 알펜시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로 인해 해외 기업을 대상으로 한 민간 매각을 추진하고 있으나 불투명한 경제성과 막대한 유지비용으로 이마저도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수천억원을 들여 새로 지은 올림픽 시설물들의 운명은 이와 어떻게 다를 것인지 묻고자 합니다.

3. 민주적 의사소통 없이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마법의 단어, 올림픽

올림픽 관련 시설 공사는 강원도청,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공공기관 발주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현장의 임금 체불에 대해서는 아무도 책임을 지고 있지 않습니다. 2016년 한 해에 관련 시설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임금 체불액만 해도 220억에 이릅니다. 2500여명의 노동자들은 올림픽 개최가 임박해 옴에 따라 과도한 노동시간을 견디고 있지만, 임금체불로 장비를 압류 당하고,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정선 알파인 스키 경기장 건설 과정에서 정선군 북평면 숙암리의 주민들은 강제이주되었습니다. 이주대책조차 수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공사는 강행되었고, 2015년 겨울을 폐교에서 임시거처 생활을 했습니다. 1986 아시안게임과 1988 올림픽을 생각해봅시다. 정부는 신도시 개발 사업으로 부족한 재정을 충당하였고, 그 과정에서 72만명의 도시 빈민이 강제이주 당했습니다. 1986년에서 1988년 사이에 목동과 상계동 등지에서 사망한 철거민은 14명입니다. 1986년 한 해에 상계동에서만 6명의 철거민이 강제철거 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올림픽 유치에 공헌했다는 명목으로 1조 2천억원 규모의 경제사범도, 분식회계와 증권거래법 위반사범도, 1조원이 넘는 탈세범도 모두 사면받았습니다.

누구를 위한 올림픽입니까?

근대 올림픽은 프랑스 귀족 쿠베르탱 남작의 제안으로 시작되었습니다. 그는 "월등한 인종인 백인에게는 다른 모든 인종은 충성해야 한다"고 믿고, "계집들의 올림픽은 재미도 없고, 흉하고, 무례하다"고 말하기도 하였습니다. 성화봉송과 오륜기 등의 올림픽 의례는 1936년 나치 집권기의 베를린 올림픽에서 민족과 국가의 우수성을 선전하기 위해 고안된 것입니다. 올림픽의 모든 것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는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어떠한 공적인 감시도 없이 개최지의 공적 자산을 탕진해가며 막대한 이득을 누리고 있습니다.
이제는 올림픽을 끝낼 때 입니다. 더 이상 어떤 도시도 소수의 이득을 위한 올림픽 재해를 원하지 않습니다. 암스테르담, 토론토, 스톡홀름, 크라코프, 오슬로, 뮌헨, 가르미슈, 파르텐키르헨, 트라운슈타인, 함부르크, 그라우뷘덴 등 많은 곳에서 시민들의 반대로 올림픽 유치가 무산되었습니다. 2020년 올림픽 개최를 앞둔 도쿄는 각계각층에서 올림픽 재해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의 목소리가 높아져가고 있습니다. 2024년, 2028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된 파리와 로스앤젤레스의 시민들은 도시의 엘리트들에 의해 이루어진 반민주적인 유치 과정에 강하게 항의하며 공적 담론의 장을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평창올림픽의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고 짧은 축제는 곧 끝나겠지만 여기에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과 함께 고민해보자고 제안합니다.



2018년 1월 15일
평창올림픽반대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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