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 패럴림픽을 끝내며
"삶의 소중함을 일깨우"고, "장애를 뛰어넘고", "장애를 딛고", "장애라는 벽을 넘은" 패럴림픽이 "인간 승리 드라마"와 "겨울동화"로 "국민에게 감동을 안기"며 막을 내렸다. 장애는 다른 이들에게 자극과 영감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 아니며, 비극과 불행의 극복을 보여주기 위한 것도 아니다. 장애는 평범한 우리 삶과 사회의 일부이다. 장애 스포츠 선수들을 향한 특별한 찬사는 그 자체로 무례에 지나지 않는다. 장애인이 일상과 노동 속에서 불편을 느낀다면 이는 그 개인이 극복해야 할 일도, 딛고 일어서야 할 일도 아니다. 이는 장애가 있다는 것을 '불편한 것'으로 만든 사회의 책임이다. 패럴림픽 폐막 이후에 장애인권 보장에 어떤 진전과 성취가 생긴다면, 그것은 오롯이 지금까지 노력해온 당사자들의 소중한 결실이며, 패럴림픽의 성과가 아니다. 패럴림픽은 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지 않았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블록도, 청각장애인을 위한 수어 통역과 자막 제공도,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경사로도, 저상버스도, 모두 부족하거나 아예 없었다. 우리는 궁금하다. 평소에 평창, 정선, 대관령, 강릉에서 생활하는 장애인의 일상은 어떠할까. 우리는 생각해본다. 패럴림픽 개최에 들어간 예산이 지역 대중교통과 공공시설에 대한 이동성과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해 투입되었다면 그 결과는 어떠했을까. 엄청난 예산을 소요한 중앙정부와 지방정부는 내년 예산안에 장애인 복지 예산을 어떻게 얼마나 할당할까. 강원도는 이미 2015년에 올림픽 개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복지예산을 우선 삭감했다. 2014년 아시안게임을 개최한 인천시는 이듬해 점자도서관 예산을 삭감했다. 우리는 소수의 이익을 위한 올림픽과 패럴림픽에 계속해서 맞서나갈 것이다. 또한 티비에 중계되지 않는 장애인의 삶에 함께 연대해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