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5월 가리왕산 현장 보고서


올림픽이 가져다 줄 밝은 미래를 선전하는 광고가 자취를 감추고, 수호랑과 반다비가 창고로 들어간 뒤 우리는 일상으로 돌아갔다. 모두가 나름의 방식으로 축제를 마무리하고 각자의 삶으로 돌아갈 때, 아직 일상을 되찾지 못한 곳이 있다. 5월 말에 평창올림픽반대연대는 티비 너머로는 전해지지 않았던 광범위한 개발과 부동산 투기 광풍의 여파가 남아있는 올림픽 폐허 중 하나인 가리왕산으로 갔다.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경사면 전반에 걸쳐 토사가 깎여 나갔고, 쓸려내려간 큰 자갈들이 군데군데 무더기로 쌓여있다. 집중호우가 내린지 열흘이 넘게 지났지만 아직도 사면 여러 곳에서 물줄기가 흘러내리고 있다. 


청와대를 비롯한 정부부처 관계자들이 방문한 후에 진행되고 있는 재해복구 작업장 옆으로 거대한 눈덩어리가 남아있다. 원상복구를 내세우며 스키장사업을 강행할 때에, 많은 전문가들이 스키장용 인공눈 조성에 사용되는 화학물질로 인해 토양생태계가 영구적인 손상을 입을 것이라 말했었다. 한낮의 기온이 30도 가까이 올라가는 초여름 날씨에도 남아있는 눈 덩어리는 당시의 경고를 상기시키고 있다.




가리왕산 아래 숙암리 주민들을 쫓아내고 짓고 있는 호텔은 여전히 공사 중이다. 호텔로 향하는 진입로는 지반침하로 파손되어 있다.


1200그루 이상의 나무를 그대로 이삭하여 보존하겠다고 했었다. 복원예산으로 1000억원을 확보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아무 약속도 지켜지지 않았다. 약속은 올림픽이 시작되기 전에 이미 휴지조각이 되었다. 2013년에 졸속으로 진행된 환경영향평가의 복원계획의 미비한 점을 보완하겠다고 했었다. 상대적으로 보전가치가 더 높은 수목들을 재조사하고 이식할 나무들을 다시 산정하겠다고 했었다. 식생 전문가들의 입회하에 벌목을 시행하겠다고 했었다. 그러나 단하나의 약속도 이행되지 않은채로 벌목과 공사는 시작되었다. 슬로프도, 작업도로도 애초의 약속보다 확대되어 5만그루로 예상되었던 벌목 수량은 10만그루를 훌쩍 넘어갔다.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 해제 당시, 그리고 지금까지 산림청이 내세우는 ‘자연천이에 의한 복원’은 그럴싸한 용어처럼 보이지만, 그냥 현상태로 방치하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강원도지사는 평창올림픽 성과를 내세워 선거운동을 하고 있고, 강원도는 2021년 동계아시안게임 유치와 정선 알파인 스키장 존치를 공식적으로 말하기 시작했다.

올림픽 이익은 IOC와 대기업, 부동산 투기꾼과 건설회사의 손으로 넘어갔고, 남겨진 폐허는 우리의 몫이 되었지만, 선거를 앞둔 선출직 공무원들 조차도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가리왕산의 복원 책임을 끈질기게 따지지 않으면, 또다시 무책임한 보전지역 해제와 돌이킬 수 없는 환경 파괴가 자행될 것이다. 가리왕산뿐만이 아니라 올림픽을 내세운 타당성없는 개발사업들의 문제는 앞으로 점점 더 터져나올 것이다.

우리는 메가스포츠이벤트를 내세운 개발사업과 공적자원의 남용을 더이상 용납하지 않는다.
우리는 파괴된 숲에 대한 책임을 끝까지 물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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